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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찾기 Aug 11. 2023

줌바예찬

"시작이 반"은 진리

남편의 줌바실력이 날이 갈수록 좋아진다. 상당한 몸치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다. 생각보다 잘한다는 나의 말에 (축구를 잘하고 좋아하는) 남편은 “축구도 볼을 컨트롤하려면 발동작이 리듬감 있어야 하는데, 줌바에 필요한 스텝리듬감과 다르지 않다” 고 말한다. 물론 아직 남편의 줌바는 댄스라기보다는 절도 있는 체조동작으로 보이긴 하지만, 애초 남편이 줌바를 시작한 이유가 땀 흘리는 운동을 바랐기 때문에 목적에 아주 부합한 것이다.


남편은 이제 줌바하는 걸 공공연히 이야기한다. 줌바하는 걸 수줍어하던 모습은 간데없고 줌바예찬론자가 되어 줌바를 적극 권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얼마 전엔 대학동기들과 골프를 치고 왔는데 잔뜩 신이 나서 귀가했다. 사우나에서 친구들이 자기 몸매를 보고 놀라며 바디프로필을 찍어도 되겠다고 했단다. 50대 넘어서면서 남편친구들 중에 배가 나오는 친구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는데, 배가 나올 시기에 오히려 점점 몸매가 정돈되어 가는 남편의 리얼한 몸을 보고 친구들이 과장을 꽤^^ 보탠 찬사를 보냈나 보다. 남편은 자기가 느끼기에 오십 년 넘는 자기 인생 중 지금이 몸매가 가장 좋은 시기라고 느껴진단다. 줌바운동의 효과가 크다고 느끼는 남편은 주 3회 줌바를 너무도 열심히 수행한다. 성실한 성격이라 뭐든 시작하면 꾸준하다.


사실 주 3회 저녁운동을 꾸준히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남편의 월, 수, 금 저녁시간은 엄청 바쁘고 놀랍도록 규칙적이다. 병원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보통 6시 40분쯤. 다행히 집이 걸어서 7분 거리다.

저녁을 간단히 먹는데 줌바하는 날의 저녁식사는 늘 가볍다. 주로 토마토를 곁들인 채소와 두세 가지 과일과 옥수수, 단백질음식 조금, 김치 한 가지 이 정도다. 갖은양념으로 간을 하는 요리를 하지 않고 담백한 채로 먹는다.

식사 후 남편은 바로 줌바복장을 갖춰 입고 차로 5분 거리의 어머니집에 간다. 우리 집 저녁상에 올라왔던 옥수수와 과일과 기타 몇 가지를 챙겨 어머니 저녁간식을 가져다 드리러 가는 거다. 주간보호센터에 다니시는 어머니는 저녁을 센터에서 드시고 오시는데 5시 전에 드시고 오시기 때문에 저녁시간에 출출해하신다는 걸 알고 난 후 새로 생긴 루틴이다. 어머니 간식 갖다 드리고, 줌바스튜디오로 바로 온다.

나는 남편이 움직이는 사이에 설거지를 하고 줌바스튜디오로 걸어간다. 비가 올 때는 어머니댁에 들러오는 남편차를 타기도 하지만 스튜디오까지 한 10분의 거리를 걷는 게 몸을 푸는 웜업이 되어 나는 걸어가는 걸 선호한다.

줌바는 8시에 시작하는데 도착하면 7시 55분쯤. 남편은 퇴근 후 한 시간 만에 이 모든 것을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이행하는 거다. 정말 규칙적이고 부지런한 스타일이다. 나는 남편만큼 부지런하거나 규칙적이거나 성실하지는 않은데 남편이 생활에서의 에너지가 워낙 좋다 보니 묻혀서 가는 게 좀 많다. 그런 점에선 남편과 나는 쿵짝이 좀 잘 맞는 거 같기도 하다.


줌바는 내가 태어나서 가장 오래 성실하게 하고 있는 운동이다. 너무 밝지 않는 적당한 조명아래서 전신 거울로 비치는 내 몸과 내 동작을 점검하며 신나게 운동하며 땀을 흘리다 보면 50분이 금방 지난다. 줌바는 2개월에 한 번씩 장르별로 10개의 새로운 안무가 공식적으로 발표되는데, 메렝게, 꿈비아, 살사, 레게톤, 바차타, 플라멩코 등 다양하다. 나는 대부분의 장르가 다 즐거운데 남편은 바차타 같은 장르의 안무는 좀 느리고 골반을 움직이는 동작이 많으니 운동으로 안 느껴지고 재미없다고 말한다. 남편은 확실히 땀이 많이 날 수 있는 신나고 움직임이 큰 장르를 좋아한다. 새로운 안무가 나오면 한동안은 안무를 익히느라 바쁘다. 원장님은 새 안무가 나올 때 수강생들과 때때로 유튜브영상을 찍는데, 처음엔 절대 영상은 안 찍을 거라던 남편은 이젠 종종 함께 참여하며, 찍은 영상을 어머니께도 보여드리고 자발적으로 친구들과의 카톡방에 공유도 한다. 실로 놀라운 변화다.

남편이 나를 따라 줌바를 시작하고 싶어 할 때 좀 머뭇거렸는데, 같이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다 나가있는 중년부부는 자칫 무료하고 지루한 일상을 보내기 쉬운데, 함께 온전히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 새롭게 친밀해지는 것 같다.


식단조절을 특별히 하지 않으니 내 몸무게는 큰 차이가 없는데도 주변사람들은 예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날씬해 보인다고 말한다. 군살이 정돈되어 그런가 보다. 내가 줌바한 후 큰 보람을 느끼는 것은 몸매정돈을 떠나 체력이 좋아지고 코어가 잘 잡혀가는 걸 느껴서이다. 내 몸매가 예뻐진다고 칭찬하는 언니들에게 줌바덕이라고 적극 권하면, 막상 몸치고 박치라서 못하고 무릎관절에 무리가 올 거 같아 못하겠다고 못할 이유들을 열거한다. 운동강도는 본인이 조절하면 되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 갈 일은 전혀 없다고 얘기해도 부러워만 하지 시작하지 못하신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진리라는 걸 새삼 느낀다. 일단 시작하려는 마음을 먹고 줌바스튜디오에 서는 순간, 반은 이루어진 거다. 그 후 반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멈출 수 없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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