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로 살기 어렵다
그게 발 달려 걸어 나갔을 리가 있냐?
집에 늬 아빠랑 나랑 둘이 사니
늬 아빠 짓이지
가져가는 순간을 보지 않는 이상,
함부로 사람을 의심하면 안 된다.
아내에게 의심받으면 얼마나 상처가 되겠냐.
아빠에게 뭐라 하셨길래
아빠가 그렇게 큰 걱정을 하시냐?
어~ 이제 내 보석함까지 손대는구먼
이제 여든이나 되셨는데
이제 좀 성숙하셔야지.
아빠가 잘못하신 건 수십 년 전
과거인데, 엄마는 아직도 과거에 묶여서
현재가 괴로우면 어떻게 하냐.
사람이 현재에 발을 딛고
살아야지
과거에 살고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원망으로
현재를 채우고 살면
나중에 죽을 때 후회 안되시겠냐.
매번 이렇게 똑같은 상황
반복하시는 거
딸들도 스트레스받는다.
좀 사이좋게 평화롭게
지내면 안 되냐.
의심을 습관처럼 하기 시작하면
뇌건강에도 좋지 않다.
치매의 초기단계가 의심인데
아빠가 놀라지 않으셨겠느냐
엄마를 위한 변명
사람은 다양한 면이 존재한다.
내 엄마는 기본적으로 헌신적인 분이시다. 내, 세 번의 산후조리를 정말 정성껏 혼자 다 해주셨고, 큰 아이 때는 천기저귀를 손수 만들어 일일이 손빨래를 해 주셨다. 산후 미역국도 내가 질려 잘 안 먹을 까봐 소고기 미역국, 굴 미역국, 우럭 미역국 등 번갈아 가며 다양하게 끓여 주셨다. 지금도 아빠가 드시고 싶다는 요리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해드린다.
사랑을 표현하고 살아야 함을 뒤늦게 깨우치셨는데, 그게, 쌓인 게 많은 남편에게 적용하는 건 쉽지 않으신가 보다. 손자녀들에게는 사랑한다는 말씀도 잘하시는 세상 따뜻한 할머니다.
아, 엄마는 당연히 암이 아니고 너무 오래 웅크리고 앉아 불경을 많이 읽으셔서 근육이 여기저기 뭉친 거다. 악세서리함은 아직 못 찾으셨는데, 엉뚱한 데서 나올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