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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Apr 29. 2020

양보심


양보심 (讓步心) [양ː보심] [명사]

길이나 자리, 물건 따위를 사양하여 남에게 미루어 주는 마음.


  퇴근길, 4개에 만 원인 맥주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렀다. 집으로 가는 길목 초입에 있는 편의점으로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과 낮은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휠체어나 물류를 상하자 하기 쉽게 만들어진 경사로이다. 평소처럼 경사로를 오르며 편의점 입구로 향했다. 내려오던 행인 두 명과 마주치게 되어 왼쪽으로 비켜섰고, 그들은 지나갔다. 차량으로 시골길이나 1차선을 가다 보면 다른 차와 마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때는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차량이나 골목길을 더 많이 지나온 차량이 우선으로 지나간다. 그러므로 내가 비키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뭔가 기분이 불쾌했다. 당연히 비켜야 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학창 시절 일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후회를 했다. 왜 당연하듯 양보를 했을까?


  그 일이 있던 뒤로 나는 양보심에 대해 생각했다.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부모님에게 늘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동생에게 양보하라는  말이었다. 인생 선배로서 그리고 사랑을 더 많이 받았던 사람으로서 양보는 당연했다. 동생으로 시작된 양보가 모든 것에 대한 양보의 시작이었고 그렇게 착한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불쾌한 경험을 할 때마다 착한 사람은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왜 나만? 이라는 물음표가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읽고 있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양보해야 할 이유를 찾았다.


-빅터 프랭클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옳지 못한 짓을 했다 하더라도 자기가 그들에게 옳지 못한 짓을 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주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이런 진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귀리 수천 포기를 잃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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