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역가가
이탈리아의 요리전문서적을 번역하는 일을 맡았다고 해요.
1500쪽이라는 엄청난 분량을 풀어내야 하는 큰 프로젝트였는데요.
그 방대한 작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이
‘pinch’라는 소금을 넣는 단위를
번역하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자주 등장하는 그 단어.
'꼬집'
우리는 음식에 소금을 넣을 때 ‘한꼬집’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요.
영어를 문자 그대로 해석해서 ‘꼬집’이라 번역하기에는
어감도 좀 그렇구요.
또 살을 꼬집는 느낌이 들어 썩 내키지가 않더라는 거죠.
그래서 고민에 빠져있던 차에
누군가가 ‘자밤’이란 단어를 알려줬습니다.
‘나물이나 양념 따위를 손가락을 모아서
그 끝으로 집을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라는 뜻인데요.
‘잡+암’에서 ‘자밤’이 된 순우리말인데다가
‘꼬집’보다는 덜 아프고 어감도 좋아서
큰 시름을 덜었다는 거죠.
꼬집.
엄지와 검지로 소금이나 설탕 같은 가루를 집는 양을 뜻하는 단어.
어감이 살짝 아프긴 하지만,
이것만큼 한방에 확 와닿는 표현도 없다고 생각했는데요.
자밤을 듣고 보니,
왠지 울림이 좋은 단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금 한 ‘꼬집’도,
꼬집으면 아플 것 같아서 고민하던 번역가와는 달리
우린 사람을 꼬집고 상처 내는 말들에
너무 무뎌 있던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어떨 때는 그 사람의 가슴에 정확히 비수가 돼 꽂히길 바라며
작정하고 말을 뱉었던 적도 많았죠.
기왕이면 뾰족한 말들도 동글동글하게 뱉는 연습,
이참에 한번 해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