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6일 금요일
아이가 태어나면 온 동네가 그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있다. 다 같이 말을 조심하고 지켜주고 다른 나쁜 길을 못 들어서게 도와준다는 말일 것이다. 오늘 나는 그걸 느꼈다.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기 위해서도 온 동네의 도움이 필요다는 것을.
오늘 어떤 고객에게 전화로 인신공격을 당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이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냐, 이것도 모르냐, 공부 못했을 것 같다” 등.
이유는 내가 되물었다는 것이었다. 처음 되물은 건 책 제목이 제대로 안 들려서였고, 두 번째는 확인 차 물은 거였고, 세 번째는 그 고객 놈의 발음이 구려서였다. 그 인간은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든 건지 다시 알려줄 때마다 나에 대한 비하를 덧붙였다. 나는 빨리 끊고 상대하지 말아야겠다 싶어서 비하발언이 나오면 고객 놈의 말을 끊고 정보를 취합하고 확인했다.
겨우 지옥의 전화에서 탈출한 후엔 손이 떨리고 눈물이 나고 멍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지, 내가 그렇게 일을 못하나, 욕 못한 게 분하다.’
그러던 와중에 든 생각은 내가 나를 지켜야 한다는 거였고 자연스레 저 고객 놈과는 다르게 나는 나를 무척 아끼고 사랑하다는 거였으며 그런 놈보다 착한 고객이 더 많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도 분이 안 풀리고 화나고 억울하고 슬퍼서 동료분들께 인신공격받았다고 다 일렀다. 그랬더니 다들 미친 듯이 욕해주었다. 나의 대처를 칭찬해 주며 그런 놈들은 그냥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분명 어디서 들은 욕을 우리한테 화풀이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화가 난다는 건 그 부분에 자신이 긁혔다는 증거라고 했다. 자기가 욕한 내용의 주인공이며 그런 식으로 욕을 들어왔어서 긁혀서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는 거라고. 그리고 그런 놈들 주먹으로 쳐주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동료분들의 욕 덕분에 나이진 기분으로 집에 갔다. 하지만 혼자 있으니 다시 착잡해져서 친언니와 남자친구에게 이 상황을 얘기해 주었는데, 눈물이 또르륵 나왔다. 욕을 안 하는 남자친구는 아주 신명 나게 쌍욕을 해주었고 언니는 저능아를 만났다며 고생했다고 선물을 사주었다. 친구들 또한 쌍욕을 하며 같이 욕을 해주었다.
이렇게 위로를 받고 나니, 내가 그놈처럼 괴물이 되지 않고 화난 와중에 배달주문을 시키며 감사하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날 보살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없었다면 난 점점 괴물이 됐겠지. 고객 놈한테 욕을 들었으니 빵집 직원분께 돈을 집어던지며 계산하라고 말하며 화풀이했을 거고 일회용을 안 받겠다 한 배달주문에 일회용이 들어가 있는 걸 보고 별점 테러를 했을 것이다. 괴물이 되는 건 쉬우니까. 그 사람은 나처럼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없는 복 없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괴물이 됐구나 싶었다. 저주를 퍼부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 사람은 이미 삶 자체가 저주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