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ingmong Jul 08. 2019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에 힘들어 하는 당신

마흔이 서른에게


서른 살이 넘었는데 왜 자꾸 제 인생에 관여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당신은 만난 지 2년 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결혼을 꿈꾸는 당신은 부모님에게 그를 소개했다. 아버지의 반대는 극심했다. 

그의 직업이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것과 결혼은 현실이라는 점을 들어, 소위 말하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절대 안돼!’라고 말했다. 

평생 부모님에게 순종하며 살았던 당신은 서른이 넘어 반항아가 되었다. 조용하고 유순했던 당신은 부모님에게 몹쓸 딸년이 되었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왜 겉만으로 판단할까요.”

“저도 서른 살이 넘었는데 왜 자꾸 제 인생에 관여하시는지 모르겠어요”

“하룻밤 외박하는 것조차 부모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짜증나요.”


커다란 눈이 예쁜 당신은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심성이 고운 당신은 지금까지 한 번도 부모님 속을 썩인 적이 없는 착한 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무사히 취업에 성공했던 당신은 착실하게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작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소위 말하는 ‘번듯한 기업’에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사’자가 들어간 직업을 가진 사람도 아니 아니다. 평범하지만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그 모습에 반했다. 누구보다 당신을 아껴주는 그가 소중하다. 그와 함께 있으면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행복하다. 

부모님이 반대해도, 아버지가 결혼식장에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당신은 그와 결혼하고야 말겠다고 말한다. 이미 웨딩컨설턴트와 계약을 해버렸다. 

그건 당신 일생일대 최대의 일탈이다. 



나는 당신에게 묻는다. 


“그와 함께 여행해 본 적 있어요? 하루나 이틀 말고 일주일 이상”


집안 분위기 상 그와 함께 하는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딱 한 번 했던 외박도 부모님이 여행을 간 사이 몰래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에게 들통 나버렸지만. 


“엄마가 ‘잤냐?’라고 묻길래 거짓말도 하고 싶지 않고 반항도 하고 싶은 마음에 ‘잤어!’라고 대답했어요. 좀 충격 받으시더라고요.”


외박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라 하더라도 부모님께 사랑하는 사람을 당당하게 소개하고 싶다면 당신은 그와 여행을 떠나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랑하는 이와 떠나는 여행이라니 이 얼마나 로맨틱 한가!’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물론 로맨틱한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민낯을 보고, 보여줘야 하는 순간이 더 많을 것이다. 예쁘고 멋지게 정돈된 모습으로 고작 몇 시간 데이트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하루 종일 먹고 자고 싸는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더운 나라를 여행할 때는 역겨운 땀냄새도 풍길 수 있다. 



여행을 통해 관찰해야 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가 팀워크다. 

아무리 죽이 잘 맞는 연인일지라도 

여행지에서는 서로 가고 싶어 하는 곳이 다를 수 있다. 

남자는 한식당에 가길 원하고 여자는 현지식당을 가길 원할 때, 

남자는 공원에서 쉬길 원하고 여자는 쇼핑하길 원할 때, 

남자는 발걸음이 빨라 앞서가고 여자는 발걸음이 느려 뒤쳐질 때, 

서로가 서로에게 순종하며 공평하게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는 습관도 중요하다. 

아침 일찍 조식을 먹고 동네 산책을 가기로 전날 약속했다면, 

각자 알람 시간에 맞춰 일어나는지, 잠자리를 스스로 정돈하는지, 

욕실을 쓰고 방을 정리하는데 서로가 호흡이 잘 맞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한 사람이 꼭 깨워줘야 겨우 일어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이는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


두 번째는 오픈마인드다. 

지저분한 길거리를 걸을 때 눈살을 찌푸리며 걷는지 흥미로운 미소를 짓는지, 

팔찌 하나 사달라며 다가오는 꼬마 아이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수 있는지, 

말이 통하지 않는 누구와도 스스럼없이 웃고 떠들 수 있는지,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숙소라도 즐겁게 보낼 수 있는지, 

여행지에서 자주 들른 가게 주인과 눈인사를 하고 

짧은 대화를 나누며 친구가 될 수 있는지, 

길고양이나 길강아지들을 스스럼없이 쓰다듬을 줄 아는지, 

그 모든 순간을 살펴봐야 한다. 


세 번째는 긍정적인 자세다.

꼭 타야 할 기차를 놓쳤을 때, 돈을 잃어버렸을 때, 가방을 소매치기 당했을 때, 

낯선 곳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 봉착했을 때 

상대가 어떻게 돌파해 나가는지, 어떤 태도를 가지는지 살펴봐야 한다. 

당황할 수는 있으나 그 순간에 상대를 탓한다면 이는 생각해 볼 문제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서로 침착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면, 

게다가 그 상황을 즐기기까지 하다면 

나는 당신의 사랑에 환호할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경험하며 당신 스스로의 반응도 관찰하고 성찰해야 한다. 

‘아, 나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모습이 나오는구나’ 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첫 여행은 최고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세 번째 여행 또한 그러리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 

그래서 당신에게 권유한다. 일주일 이상 최소 세 번 이상의 여행을 떠나보라고. 


그와 함께 했던 여행이 언제나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완벽한 하모니를 이뤘다면, 

그래서 여행 후 서로를 더욱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면 

당신은 부모님에게 당당하게 소개해도 좋다. 

설령 부모님이 끝까지 반대하더라도 

당신은 단단한 믿음 하나로 결혼 생활을 멋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 몇 번 만에 서로가 서로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발견했고 

그것에 실망했다면 이렇게 자문해 봐야 한다.


“그(그녀)의 이런 모습, 평생 감당할 수 있을까”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접어놓는 것이 현명하다. 

무의식중에 나오는 모습은 웬만해선 절대 바뀌지 않으니까. 


자, 이제 당신은 부모님에게 결혼 허락을 받기 전 꼭 해야 할 일이 생겼다. 

부모님의 반응에 실망하긴 아직 이르다. 

부모님은 당신보다 더 많이 산 사람들이다. 

더 많은 경험을 했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났다. 

머리속에 저장된 빅데이터를 돌린 결과 '이 결혼은 안돼!"라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부모님이 가진 빅데이터에 

새로운 정보를 추가해 줄 의무가 있다.  

사랑하는 이와 여행 하며 느낀 것들, 

있었던 일들, 함께 하며 얻은 추억들을 부모님과 공유하라.


“이 사람이라면 평생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고 

자신있게 말할 있어야 한다. 


당신은 아직 젊다. 결혼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당신의 연인과 여행을 계획하라. 

참고로 권유하는 여행지는 매끈하게 정돈된 나라보단 거칠고 투박한 곳이다. 

만약 최악의 장소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최고의 모습을 발견했다면 

나는 당신의 사랑을 적극 지지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남편님, 남편놈, 남편새끼’를 외치는 당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