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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일본의 연말과 새해

年賀状の引受は何日からですか?

2021年(令和3年)の年賀状の引受開始は2020年12月15日(火)からになります。

연하장의 접수는 몇일부터 입니까?

2021년(레이와 3년)의 연하장의 접수개시는 2020년 12월 15일(화)부터 됩니다.

라는 일본 우편국의 홈피 글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일본인들은 아직도 연말에 연하장을 보내는 관습이 남아 있어, 연말이 되면 우체국에 가서 연하장을

보내는데, 12월 15일 부터 우체국에 연하장을 접수하면 다음 해 1월 1일에 일괄적으로 배송이 되게 해 주는

국가적인 연하장 관리 시스템인 것이다.

보통은 12월 15일부터 25일까지의 접수분에 한해서 새해 첫날 배송이 가능하다.


물론 12월 14일 까지 접수분은 통상적인 배송 날짜에 맞춰져서 들어가기 때문에 특별히 1월 1일에

상대가 받기를 원하면 우체국 홈피를 참조해서 연하장을 보내는 것이 좋다.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해도 연하장 보내는 게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관례같은거여서 나도 아버지의 연하장 심부름 같은 걸 했었는데, 우리 때는 이제 없어진 풍습이 아닌가 싶다.


물론 연하장을 주고 받는 건 우리나라의 풍습은 아니었다고 본다.

나라의 주권이 없을 때 일본인들의 지식층을 따라 한 결과물이 아니었나 싶다.


일본인들 중에서도 이제는 연하장 보내는 걸 그만 두겠다고 선언한 이도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보로니아 빵집의 한카이(半海)아줌마였다.



마침 2018년도의 일본 어느 뉴스에서 연하장을 이제 보내지 않겠다는 일본인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걸

봤을 때였는데, 한카이 아줌마도 이제부터는 그만 두겠다는 선언을 했다.

2018년, 한카이 아줌마 연하장 절필 선언이었다.


일본에서는 초등학생들도 연하장 보내기를 하기 때문에 연하장 보내기를 그만 둔다는 건

글씨 쓸 때부터 해왔던 하나의 연례행사를 그만 두겠다는 말과 같아서 나름 결연한 의지가

있지 않고서야 힘든 일이다.


연하장 보내기가 끝나면 12월 31일은 대청소를 하고 늦은 밤에 새해맞이としこしそば [年越し蕎麦]

토시코시 소바를 먹는다.

메밀로 만들어져 있어 이로 뚝뚝 끊기는 소바를 먹으며 그 해에 있었던 나쁜 일들은 이로 자른다는 의미로 먹는 토시코시소바를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먹으면서 NHK의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보고,

108번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를 듣는 것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는 기본적인 루틴이다.


인간의 번뇌가 108번뇌이기 때문에 108번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다 날려 버리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한 시간 넘는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교토의 (知恩院)치온인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고 오돌오돌 떨면서

집에 돌아갔던 게 2018년 12월 31일 블로그 일기였다.


제야의 종치는 것을 보기 위한 치온인 앞의 긴 줄, 이 줄이 기역자로 꺽여서 길게 나있다.



타종을 보고 새벽 한시가 다 되어서 집으로 들어갔다가 다음 날 1월 1일에 빵집 특공대로 알바를

주구장창 했었다.

양력을 쇠는 일본인들은 어지간하면 고향집에 가거나 시댁에 가기 때문에 알바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교토에 혼자 와있던 나와 요즘 뜨는 카카오드라마 며느라기처럼 더 이상 며느라기가 아닌 일본 아줌마들

키타무라 상이나, 카미쓰나상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일하는 날이었다.

며느라기에서 벗어난 여자들은 보로니아의 며느라기가 되어서 하루 8시간 알바에 급여를 불릴 수 있었다.


1월 1일 설날 아침에는 ぞうに [雑煮]  조우니라고 하는 일본식 떡국을 먹는다.

떡이 들어간 따끈한 국물 요리라고 보면 되는 데 베이스가 간장이나 된장등을 쓰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떡국과는

맛과 모양이 다르고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독자적인 젓가락 문화가 있기 때문에 조우니를 먹을 때는

ぞうにばし [雑煮箸] 조우니바시라는 떡국용 젓가락을 따로 사용한다.


ぞうに [雑煮]  조우니라고 하는 일본식 떡국을 먹은 후에는 근처의 신사에 가서 하츠모우데(初詣)를 한다.

새해 첫 날 신사에 가서 가족의 건강과 사업의 번성등을 기원하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교토의 경우에는 겨울에도 집 밖에 내놓은 작은 꽃이 죽지 않고 잘도 피어 있어서 따뜻한 겨울이긴 했지만

떡국 한 그릇 제대로 먹지 못했던 2019년 1월 1일은 좀 추웠던 것 같다.


지금은 어머니가 전을 부치시면 먹는 사람도 없는데 왜 이렇게 많이 하셨냐고 뒤돌아 흉을 보지만

기름 냄새 꼬시게 나던 전과 이걸 누가 다 먹냐고 엄마에게 투덜대던 가래떡이 물 건너 가서 혼자 살 때는

눈물나게 먹고 싶다는 걸 경험해 봤다.


12월이 되니 두고 온 것 같은 혼자 살 던 연말 풍경이 생각난다.

그립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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