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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호퍼 Dec 03. 2021

미국 정치의 사악한 포레스트 검프

킹메이커 로저 스톤, 무명보단 유명한 악명이 낫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실질적 주인공, 더그 스탬퍼

더그 스탬퍼(마이클 켈리 분)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주인공인 프랜시스 언더우드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자 냉혹한 조력자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주군(主君)을 위해 살인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일은 죄다 도맡아 한다.

마이클 켈리는 2017년 11월 중앙일보와 마이클 켈리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고 배우기를 권유하기도 했다.

“더그가 수행하는 임무는 충격하고 끔찍하죠. 하지만 그는 그게 옳은 일이자 유일한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설득력 있게 연기하는 게 제 몫이라 생각해요. 비록 그가 하는 행위는 잘못됐을지언정 현실과 접점이 많은 드라마를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잖아요.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 드라마를 좀 봤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프랭크는 한가롭게 트위터를 하는 대신 좀 더 책임감 있는 면모를 보이니까요.”


더그 스탬퍼(오른쪽)와 프랜시스 언더우드(왼쪽) (출처: Netflix)

로저 스톤, 닉슨에 미친 악랄한 승부사

현실 정치에서 더그 스탬퍼를 능가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정치적 스승인 로저 스톤이다. 그는 흑색선전과 공작의 달인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더러운 사기꾼으로 불린다. “완전 무명보다는 유명한 악명이 낫다”, “잘못을 인정하지 말 것”, “모든 것을 부정할 것”, “공격당하면 반격할 것” 등의 ‘스톤의 법칙’을 만들어 냈다.  

'닉슨광'인 로저 스톤은 등에 닉슨의 얼굴을 문신으로 새겨 놓았다. (출처: 유튜브)

로저 스톤은 '닉슨광'이다. 그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세 때인 1972년 닉슨의 재선을 도우면서였다. 스톤은 평소 자신이 닉슨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그의 불멸성과 회복력 때문이었다. 여자들은 그런 것을 좋아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를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 한 것도 스톤이다. 스톤은 "트럼프를 처음 봤을 때 말을 찾아 헤매는 기수가 명마를 발견한 듯한 느낌이었다"라고 회고한 바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스톤의 법칙’을 선거전략으로 채택했다.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개인 이메일로 기밀을 주고받아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프레임을 만든 것도, 러스트 벨트 지역의 백인 표심을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결정을 한 것도 그다. 최대 위기였던 성추문 스캔들에서 트럼프를 구한 것도 스톤의 시선 돌리기 전략이었다.


2차 TV 토론에서 과거 빌 클린턴을 성추행 혐으로 고소했던 여성들을 방청석 맨 앞줄에 앉도록 함으로써 유권자들로 하여금 오히려 클린턴 부부에게 시선을 돌리도록 유도한 것이다. 트럼프는 스톤의 법칙대로 선거판을 네거티브와 거짓말이 판치는 진흙탕으로 만들어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킹메이커 로저 스톤>의 공식 예고편 (출처: Netflix)

Netflix에서 <킹메이커 로저 스톤>(2017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를 조명하기도 했다. 다큐멘터리의 말미에 감독은 스톤에게 "이 다큐를 보고 당신을 혐오할 시청자들에게 한마디를 한다면? "이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난 증오를 즐긴다. 내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 날 증오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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