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 김용택
아무렇지도 않은 것들이 아무런 것이 될 때
그 때 기쁘다 그리고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돌아갈 때 편안하다 가까스로 산을 굴러 내려온 돌들이
강물에 몸을 담글 때 그것은 내 몸에서
물결이 시작되는 기적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없고 당연하게 주어진 게 없는 걸 경험한 후로 매일 기쁘다. 감사와 연결된 이 기쁨은 슬픔을 동반한다. 더불어 기쁨과 슬픔은 한 몸이고 이처럼 양극에 있을법한 개념들이 대부분 같은 뿌리에서 왔으리라 생각해본다.
이런 혼돈은 평생을 통해 답할 질문을 만들어내고 사유를 통해 자신만의 답으로 내면에 길을 만들어낸다.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라는 예수처럼 니체처럼 공자처럼, 장자 대종사의 물고기 비유처럼 아무런 것들이 다시 아무렇지 않게 될 때까지 가라. ‘의식하되 의식하지 말라’의 조건, ‘깨어있는 의식’과 함께.
매일 물결이 시작되는 삶.
경험할 능력. 전율할 줄 아는 의식.
자신도 의식 못하는 사랑.
자신도 의식 못하는 아름다움.
자연을 닮은 의식하되 의식하지 않기
매일이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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