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 - <6월 상순의 순간>

더위가 더해진다. 2022년의 여름이 다가오며 점점 달궈지며.

by 제II제이

일을 하기 싫다. 읽기 싫다. 평가하기 싫다. 평가하기 위해 뭔가를 받기도 싫다. 하기 싫은데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생기는 압박감이 싫다. 몸이 상하는 것 같아 싫다. 이런 생각이 몸을 상하게 한다, 고 생각하니 더 싫다. 누가 나에게 맡긴 일이라 생각하는 게 싫다. 저 혼자서 하는 생각이 더 나쁜 쪽으로 커지지 않게 하기 위한 노력이 싫다.


오른쪽 눈의 오른쪽 피부가 저릿저릿 떨리는 게 싫다. 일자가 된 내 목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등이 결리는 데에 신경 써야 하는 게 싫다. 목 왼쪽 아래가 따끔거리는 게 싫다. 가끔 왼쪽 머리가 어지럽다가 즉각 중심을 잡는 것을 느끼고는 다시 어지럽지 않아져 매우 신경이 쓰이는 게 싫다.


일은 쌓였는데 빨리 퇴근하고 싶어 서두르다가 내일 또 쌓인 일을 마주 해야하는 상황이 매일이라는 게 싫다. 지난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일이 아닌 다른 걸 한 것 중 남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후회가 되는 게 싫다. 바쁜 시간을 쪼개서 뭔가를 읽는 데 시간이 아까워서 보고 싶은 게 많아서 대충 대충 보다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게 싫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할 일이 두 세 가지 떠오르는 게 싫다. 막상 본격적으로 뭔가를 하려고 하면 남은 시간이 20분 정도 밖에 안 되어서 끝내 그럼 다음에 해야지 하고 엉뚱한 영상이나 보고 앉았는 게 싫다.


남들을 무시하다가 그들의 진가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사실은 그가 나보다 훨씬 더 대단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싫다. 그가 나에게 잘해주는 게 싫다. 그가 나를 몰라주는 게 더 싫다. 나에게 한 충고에 자존심 세우면서 딴 소리를 하다가 결국 그게 진짜 나를 위한 조언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게 싫다. 깊이 생각 안 하고 억지로 선택한 힘든 방법으로 꾸역 꾸역 하는 게 더 싫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라는 게 싫다. 그런 허락을 문서 상으로 받아야 한다는 건 더 싫다. 실행도 안하고 두 세 가지 반응을 미리 예상해 본 다음 각각에 맞는 (일부러) 어설픈 대답을 미리 준비해보는 내가 싫다.


대단하지도 않은데 대단해 보이지 않으려고 대단하지 않은 척 하는 게 싫다. 그러다가 진짜 나를 대단하지 않은 사람으로 보면 어쩌지 걱정하고 있는 건 더 싫다. 너무 대단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별 것 아니지도 않은 수준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면서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게 싫다. 책임질 일을 하지 못하는 게 싫다. 책임질 일을 바라지 않는 척 하면서 겁내고 있는 건 더 싫다. 그러면서 뭔가 정확히 알고 상당한 일을 하고 있다고 티 나지 않게 노력하면서 티 내게 되는 게 싫다. 나의 속을 열어 보이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속을 궁금해하는 게 싫다. 상대방의 속을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은 더 싫다.


지금도 떨리는 내 오른쪽 눈의 오른쪽 피부에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게 싫다. 얼마 전 다친 왼쪽 중둔근이 신경 쓰여서 운동을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없는 게 싫다. 작년 수능 전날 등허리를 다친 게 싫다. 삼 년 전 축구를 하다가 접질러서 오른쪽 발목 인대가 몇 가닥 끊어진 게 싫다. 그 때 일을 아직도 완전히 털어버리지 못하고 자꾸자꾸 생각나는 게 더 싫다.


솔직하게 글을 쓰겠다고 하고 적당히 필터링 해서 쓰고 있는 게 싫다. 완전히 솔직해지는 데도 어휘력이 필요하다는 게 느껴지는 게 싫다. 내 어휘력이 빈곤하다는 걸 더 깊이 느끼는 게 더 싫다. 아직도 글쓰기를 못하고 있는 게 싫다.


싫은 게 많다는 게 싫다. 더 많이, 더 구체적으로 싫어하지 못하는 건 더 싫다. 누구에게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적당히 수위를 조절하는 게 싫다. 결국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더 싫다. 보여줘도 상관없을까 지금도 검열하는 게 싫다. 이것도 누군가 보면 이렇게까지 생각했단 말인가하고 놀라주기를 바라는 게 더 싫다. 그러면서 이건 정말 솔직한 건가 잠깐 감동했던 게 싫다. 결국 완전히 혼자 솔직해지지 못한다는 걸 깨닫는 건 더 싫다.


역시 무엇을 위해 써야 하는지를 아직도 못찾았다는 게 싫다. 앞으로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게 더 싫다. 잠깐 마우스 휠을 굴려 글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땠는지 살펴보는 게 싫다. 애매하게 남은 시간에 억지로 빨리 끝을 내려고 하는 게 싫다. 한 쪽을 써도 아무 가치가 없을 것이 분명하다는 게 싫다. 어떻게 끝을 내야하는지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는게 싫다. 떠올리지 못하는 게 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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