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II제이 Mar 20. 2023

전별금 (23년 3월 상순의 순간 - 2)

아쉬움이란 감정으로 '여기서 끝'이라는 생각을 가리고 있지는 않을까.


전별금


  해마다 전출가는 선생님들이 있고, 또 그만큼 전입 오는 선생님들이 있다. 공립학교 교사 모두는 5년 만기로 학교를 이동해야 한다. 대부분의 학교에는 교직원들의 경조사를 함께 챙기는 상조회가 있다. 모두가 매년 학교를 옮기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를 옮기는 선생님들은 매년 생기므로, 당연히 매년 송별회를 한다. 전출 가는 선생님들이 전출 소감을 말하고, 남아 있는 선생님들이 박수를 쳐줄 때, 전달되는 봉투가 있다. 상조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근무 연수를 적정 금액에 곱해서 챙겨주는 전별금이다.


  전별금의 사전적 의미는 ‘떠나는 사람을 위로하며 주는 돈’이다. 떠나는 일이 ‘위로받을 일’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왜 위로가 필요한가.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어딜 가든 적응해 산다. 적응된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가는 일은 또 다른 적응이 숙제처럼 떨어지는 일이다. 그러니 낯선 곳으로 가야만한다는 사실은, 저마다 정도는 다르겠지만, 분명 위로가 필요한 일이지 않나.

 

  때로는 떠나는 사람보다 남아 있는 사람에게 위로가 더 필요한 경우가 있다. 떠나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떠나 보내야 하는 마음. 이 마음을 누가 무엇으로 위로를 할 수 있을까. 물론 돈으로 사람 마음을 위로한다는 것 자체부터 뭔가 부족한 일이다. 전별금은 다만, 아쉬움과 미안함을 물질로 일부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떠나는 이들에게 주어진다. 남는 이들을 위한 위로는 어디에 있을까. 허나 이것으로 모든 것이 끝난다고,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헤어지는 시간은 어쩌면 위로가 아닌 감사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그간의 감사를 확인하며 동시에 새로이 관계를 확장하는 순간.  마냥 아쉬워만 하는 모습으로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떠나보내며 내보이는 그 아쉬움은 이제 여기에서 끝내겠다는 마음을 가리기 위한, 자신도 모르는 서글픈 가림막일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사람, 따뜻한 사람이 떠날 때에 아쉬움은 남는다. 든 사람은 몰라도 난 사람은 안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떠날 때 남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아닌, 아쉬움이 남는 사람. 원망이 아닌 감사가 남는 사람. 냉소가 아닌 따뜻한 기억이 남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