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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II제이 Oct 15. 2024

머리를 자르는 일은 : 작은 에필로그

머리가 길어졌다 짧아졌다. 이전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길어지는 머리를 그냥 두는 일은, 조금 거창하게 말한다면, 나의 존재가 확장되는 일이다. 주변 세계로 ‘나’의 일부가 더 뻗어나가는 일이다. 이런 일은 좋은 일일까. 하필이면,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떠오른다. 나의 존재가 점점 번지는 것을 무조건 좋은 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로 인한 대가를 생각하지 못하는 일일 것이다. 아닌가? 그 대가를 생각해보고서라도 그렇게 더 내가 자라나길 바라는 것이 더 맞는 일일까? 


‘인생은 초콜릿 상자에 있는 초콜릿을 하나씩 빼 먹는 것과 같다.’(영화 <포레스트 검프>) 이 말을 좀 비틀어본다면, 머리를 기르는 일은 안이 안보이는 초콜릿 상자에 손을 좀 더 밀어 넣어 보는 것과 같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머리를 기르는 일 또한, 경험하지 않으면 경험할 수 없는 그런 일, 어떤 것을 보고 만지고 느끼게 되는 그런 일이다. 당연히 좋은 일도, 혹은 그렇지 않은 일도 일어나게 되는 그런 일이다. 다만, 확실한 건 길러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머리를 기르는 일이 뿐만 아니라 ‘머리를 자르는 일’, 그러니까, ‘머리를 길게 길렀다가 머리를 자르는 일’도 똑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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