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나는 조금 더 착해졌는지도 모른다.
머리가 길어지니 당연히도 이전에 비해 더 자주 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만지게 된다. ‘머리를 쓰다듬는 일’이 언제 일어나는지 생각해보자. 아이를 보고 귀엽다고 표현하고 싶을 때, 혹은 풀죽은 아이를 응원하고 싶을 때? 혹은 잘한 일을 자랑하는 아이를 격려하거나 칭찬할 때? 또 다른 경우, 머리를 쓰다듬는 일은 내 어깨나 가슴, 혹은 다리에 기댄 누군가를 고요히 다독여주고 싶을 때 정도가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머리를 쓰다듬는 일’은 쓰다듬어 주는 쪽도, 쓰다듬을 당하는(?) 쪽도 모두모두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일이지 싶은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머리를 기를 때 우리는 스스로의 머리를 한 번이라도 더 쓰다듬게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내 마음이 얼마나 더 따뜻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이나마 편안해지고 평온해질 수 있는 그런 일이라는 점은 맞지 않을까. 조금 더 생각을 밀고 나가본다. 어쩌면 어린 날들에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에게서 우리가 좀 더 온화함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들이 머리가 긴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따뜻함은 손에서 머리로, 머리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것이니까. 이것은 단지 긴 머리가 머리와 목을 목도리처럼 덮어주기때문이라는 물리적인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머리가, 머리들이 점점 길어질수록 세상이 조금씩 더 따뜻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고집일까? 탈모에 대한 생각이 이제는 걱정거리로 슬슬 머릿속에 자라나고 있는 요즘의 내 두발 두피 상태가 서글퍼지는 이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