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의 시선: 엄마와 딸이 함께한 미동부와 캐나다

프롤로그

by 첨예하니

프롤로그


From Mom's Heart

10월의 마지막, 가을이 깊어지는 계절에 딸과 나는 특별한 여정을 떠났다. 미동부와 캐나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딸과 함께 오롯이 서로를 마주할 시간을 가지기 위해 준비한 여행이다. 12살이 된 딸은 이제 어리광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고, 그런 아이의 변화가 때로는 놀랍고, 또 가슴 벅차다.

20대의 내가 경험했던 미국의 낯선 문화,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캘리포니아의 거대한 대자연이 내게 준 충격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의 푸른 물결,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장엄한 암벽과 울창한 숲 그리고 황금빛 사막의 광활함. 이 모든 풍경은 내 안에 잊지 못할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언젠가 내 아이가 생긴다면, 내가 느꼈던 이 감동을 꼭 함께 나누고 싶다고.

시간이 흘러, 이제는 내 곁에 사랑스러운 딸아이가 있다. 그녀의 맑은 눈 속에서 세상을 향한 호기심을 볼 때마다 20대의 나를 떠올린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다. 내가 딸에게 건네는 하나의 선물이다. 그녀에게도 대자연이 가슴 깊이 새겨질 수 있기를, 그 속에서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자신의 꿈을 키워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 우리는 함께 미국으로 떠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화면 속 작은 창문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딸아이가 알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우린 떠났다. 미동부와 캐나다로... 이게 무슨 소린가 싶을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대자연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특별한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여행지를 뉴욕으로 변경하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딸아이의 관심사였다. 어느 날 딸아이가 TV 속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보며 “저긴 어떤 곳일까?” 하고 묻는 모습을 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고층 빌딩과 네온사인, 그리고 바쁜 도시의 활기를 보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내가 20대에 대자연 속에서 느꼈던 감동만큼이나, 그녀는 대도시의 다채로운 풍경 속에서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는 뉴욕이라는 도시가 가진 상징성이다. 뉴욕은 세계 문화와 예술, 역사의 중심지이자 모든 가능성이 열린 도시다. 맨해튼의 자유의 여신상, 브로드웨이의 화려한 공연, 센트럴 파크의 고즈넉한 산책로까지, 도시의 모든 구석구석이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이곳은 단순히 보는 즐거움을 넘어 새로운 시각과 깨달음을 줄 수 있는 곳이다.

마지막으로, 딸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새로운 추억이었다. 내가 캘리포니아에서 대자연을 통해 배운 것이 있다면, 뉴욕에서는 인간이 만들어낸 위대함과 창의력을 배울 수 있으리라 믿었다. 자연과 문명이 주는 감동은 다르지만, 그 둘 모두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여정을 뉴욕으로 설정했다. 그녀와 함께 도시의 생동감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세계의 중심에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다.




Through Daughter's Eyes

해외여행이라고는 일본, 베트남, 사이판 등 아시아 밖에 가본 적 없던 나에게, 어느 날 엄마가 나에게 말했다. 여행을 가보자고, 북미로. 사실 미국은 나에게는 미디어로 밖에 접해보지 못한 곳, 너무나도 먼 곳이었고 실감이 나지 않는 나라였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나에게는 세상이라는 범위가 넓지 않았다. 그렇게 조금은 어리둥절하고, 현실감이 없는 상태로 나의 미국, 캐나다 여행은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이들의 생각은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는 ‘경험’은 여행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이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던,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더 다양한 세상을 보고 느끼며 나라는 사람의 생각과 관점이 형성된다. 그 당시의 나는 또래에 비해 나름대로 다양한 경험을 해 보았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아빠랑 둘이 갔던 제주도와 공주 여행, 현대미술관의 어린이자문단, 교육청 영재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느루 프로젝트 등 감사하게도 딸의 교육에 관심이 많으셨던 부모님 덕분에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만의 아주 사소한 자부심은 우물 안 개구리였던 셈이다. 나에게 더 넓은 세계를 느끼게 해준 여행은 이 약간의 오만을 가볍게 부수었다. 여행 하나가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던 이유는 그것이 처음이기도 했지만, 엄청난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내가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10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 지구 반대편 나라만의 분위기, 음식, 풍경, 액티비티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신선한 충격은 12살 아이의 관점을 뒤바꾸어 놓았다.

사실 나와 엄마가 여행에서 돌아와 이 글을 쓰기까지는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너무나도 특별했던 여행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의 많은 부분이 흐릿해졌고, 그때 느꼈던 감정들도 점차 희미해져 갔다. 그래서 나는 나만의 언어와 방식으로 그 여행을 기념하고자 했다. 추억을 잊지 않는 것, 이것이 내가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이유이다. 나의 생각과 느낌에 집중한, 나만의 스토리를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