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요즘, 아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영어 단어를 외우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저, 내 딸을 더 잘 알고 싶어서.
초등학생이던 시절의 아이를 떠올린다.
나는 스스로 꽤 괜찮은 엄마였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고, 선택을 존중하며,
무엇보다 자유롭게 자라길 바랐다.
어린 나이에 또박또박 자기 생각을 말하던 아이가
나는 자랑스러웠고,
그런 아이를 응원하는 ‘의식 있는 엄마’로 나 자신을 믿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된 딸 앞에서
나는 어느새 ‘불편한 엄마’가 되어 있었다.
아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괜히 신경을 건드렸다.
“왜 그렇게 말하지?”
“저건 나를 무시하는 걸까?”
“도대체 왜 그런 옷을 입겠다는 거지?”
속이 상했고, 서운했고,
자꾸만 마음이 언저리에서 아렸다.
무엇보다, 당황스러웠다.
이 아이가… 정말 내가 알던 그 아이가 맞는 걸까?
그리고 문득,
내가 보지 못한 진실 하나가 가슴을 친다.
아이는 변한 게 아니었다.
참고 있었던 거였다.
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꾹 눌러가며 조심했던 것이다.
작은 마음을 오므리고, 나를 헤아리며 말이다.
순간,
나는 내가 착각 속에 있었다는 걸 알았다.
그토록 자유롭고 주체적인 아이를 키운 줄 알았지만,
사실은…
아이를 나의 일부처럼 여겼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아이의 수학 교과서를 펴고,
요즘 아이들이 즐겨 보는 유튜브를 따라 틀고,
말과 행동 사이에 담긴 딸의 마음을 천천히 읽어보려 했다.
‘아이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공부’ 하기 위해서.
이 공부에는 정답이 없다.
시간표도 없고,
시험도, 성적표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
이 공부는, 내 인생에서 가장 진심으로 배우고 싶은 배움이라는 것.
딸을 공부하다 보면,
어쩌면 나는
나를 다시 배우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