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시즌, 엄마는 과학을 복습 중

닮지 않아도 괜찮아

by 첨예하니

“엄마, 자전은 하루, 공전은 1년. 그냥 외우면 돼.”


딸은 너무도 빠르게 대답한다.

중학교 2학년 과학, 3단원 태양계가 시험 범위에 포함됐다.
이 단원은 우리가 사는 지구, 지구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달,
그리고 그 밖의 우주 천체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괜히 옆에서 슬쩍 묻는다.


“근데 지구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아니?”
“음… 지구 반지름은 6,400km? 그냥 숫자 외우는 거야.”


나는 어릴 때 지구가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에 한동안 충격을 받았던 아이였다.
우리가 서 있는 이 땅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걸 상상하면 마치 우주 한복판에 떠 있는 기분이 들곤 했다.

그래서 딸에게도 묻고 싶었다.


“지구가 자전해서 뭐가 달라져?”
“달이 뜨고 지는 건 어떤 운동 때문일까?”


그런데 딸은 바쁘다.
교과서와 문제집 사이를 오가며

‘지구 자전 방향은 서→동, 공전 방향은 반시계’ 같은 문장을 줄줄 외운다.

기말고사란 원래 그런 것이다.
원리보다 결과를 묻고, 이해보다 속도를 요구한다.


“그럼 엄마가 그림으로 정리해 줄까? 지구랑 달 운동이랑, 달 모양 변화까지?”
“괜찮아, 지금은 문제 많이 푸는 게 더 중요해.”


달의 크기를 구하는 방법,

달의 모양 변화,

달도 지구처럼 자전·공전을 한다는 사실,
수성에서 해왕성까지 행성들의 특징과 순서…

딸은 이미 외울 게 넘친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된다.
지금 딸에게 과학은 ‘이해’보다는 ‘생존’의 문제라는 걸.


기말고사 시즌,
나는 딸과 함께 태양계를 복습하며
한때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던 과학의 세계를 떠올린다.

지금은 달의 위상 변화도, 천왕성의 자전축 기울기도
시험에 나오는 ‘한 줄짜리 정보’ 일뿐이지만,

언젠가는 딸도 궁금해질지 모른다.


“왜 지구만 생명체가 살 수 있을까?”
“달이 없으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그때가 오면,
나는 기꺼이 옆자리에 앉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태양계의 첫 장을 함께 펼칠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때는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아이에게 과학은 여전히 가장 싫은 과목이다.
달이 왜 모양을 바꾸는지보다,

친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가 더 중요한 시기.


자연현상보다

사람의 마음과 사회를 이해하는 학문(심리학, 사회학, 경제학)에 더 관심이 많은 아이.
나와는 다른 결의 ‘궁금증’을 따라가고 있는 아이.

그래도 괜찮다.
서로 다른 호기심이라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사이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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