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live in the kitchen Aug 08. 2023

캐나다 방문기 (1)

캐나다를 가고 싶었어요. 15년 전부터.

미국대륙과 나는 인연이 없던 걸까. 나는 미국땅을 밟게 해 주겠다는 유학원 직원의 유혹에도 당당히 믿지 않았고, 캐나다를 가고 싶다는 막연한 어느 좋은 날을 기약하며 살아왔었는데, 드디어 그날이 왔다!


캐나다를 가게 된 건, 남자친구의 조부모님이 손자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에 대신 우리를 보내기로 하면서였다. 할머니는 언젠가 다시 캐나다에 아들을 보러 가고 싶어 했었다. 그러나 노쇠한 남편을 두고, 건강이 좋지 않은 자신의 체력으론 도저히 갈 수 없음을 느꼈다. 인당 300만 원이나 하는 비행기값을 우리에게 안겨주고, 우리에게 가달라고 하셨다. 물론 철저히 비밀에 부치곤 말이다.


그들이 우리, 특히 내가 간 것을 좋아했던 거 같지는 않았으나, 초대를 했으므로 싫어할 수도 없었지만, 뭔가 섞이지 못한 느낌은 한가득이다.


캐나다에 사는 아들은 할머니의 자랑이었다.

삼 형제와 입양한 딸을 둔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셋째 아들을 가장 좋아하셨다. 물론 본인들은 다 똑같이 좋다고 하셨지만, 내가 보기에 더 애틋하고 더 애지중지하는 가족들이 눈에 들어왔다.


둘째 아들 부부도 수의사+의사 부부였지만,

셋쨰아들은 성공한 의사였다. 대학병원에서 방사선과 과장으로 있는 능력 있는 의사였고, 심성이 너무 아름답고 포근한 의사부인과 세 아이들을 키우며 대 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세 아이들도 부모의 능력에 맞춰 똑똑하고 음악적으로도 풍부한 감성과 음악적 기교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할머니가 또는 타인들이 그들을 부러워한 적이.


첫째 손자는 음악을 사랑한 가족의 영향으로 작곡을 전공한 트럼펫을 부는 지적인 분위기를 물씬 내는 남자였다. 하지만, 갑자기 멋진 모습의 남자에서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눈화장만 한 거구의 여자로 살겠다고 선포했다. 할머니는 그의 충격적인 사진아래 "그래도 예쁘구나"라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놓곤, 내 앞에서 "애 낳지 마라, 다 소용없다!!" 라며 자리를 뜨셨다. 할머니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다. 할머니에게서 낳은 손잔데. 왜 내가 애를 낳지 말아야 하는지..  뭔가 저주받은 느낌이랄까.


 그렇게 제임스는 제인이 되었고, 여자로 살고자 하면 여자 목소리를 낼 줄 알았는데 헐렁한 드레스에 중저음의 목소리를 유지하며 이야기했다. 이미 여자친구에서 남자친구가 된 전 여자 친구는 그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듯했다. 남자친구와 여자친구가 성을 바꿔 함께 하는 사진을 보니, 만감이 교차했다. 어떤 모습으로 있던, 그녀와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을 버린 로맨틱한 남자. 그렇게 누군가를 순수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가여웠다가도, 둘 다 정신병원에나 보내버려야지 저거 원. 하고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왜 스스로 성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왜 굳이 바닥의 사회층을 선택하는지. 너무 곱게 자라도 모자라게 큰다는 걸 느꼈다. 그는 서른이 넘도록 별다방에서 커피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제인은 할머니의 프라이드를 무참히. 정말 무참히 짚 밟아 버렸다. 그런데 토론토에 가서 깜짝 놀랐던 건, 거기엔 제인이 너무 많았다는 거. -_-;;


둘째 손녀딸은 글을 쓰는 직업을 갖고 잡지에 기고하는 대학원생이었다. 자신을 잘 꾸밀 줄 아나, 거구의 몸으로 나를 깜짝 놀라게 하곤 했다. 로맨스 밖에 없는 내 빈껍데기 같은 20대와 반대로, 로맨스가 없는 20대의 삶은 무엇으로 채워지는지 궁금해졌다. 결국 책과 음식일까. 마음의 양식과 몸의 양식.


셋째 아들은 이번에 결혼하는 손자였다. 아주 명석함이 이를 데 없는 그는 나사에서 인턴을 하고 물리학 박사과정에 있는 손자였다. 채식과 소식을 하며 빼빼함을 유지하는 그는 고등학교 때 친구인 의사가 된 인도여성과 결혼을 한다. 우리가 가는 곳이 그곳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파파토이의 아이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