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엠디엠그룹
소개
오늘 소개할 기업은 아마 들어본 적 조차 없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업종을 주로 하는 기업도 60대 기업 중에 이곳이 유일하다. 바로 ‘엠디엠(MDM)’이란 기업이다. 사명의 뜻은 Moon Development & Marketing이다. 여기서 Moon이란 문주현 회장을 뜻한다. 부동산개발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인데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어느 회사보다 오너의 사진이 많았다. 기업이름에도 들어갈 정도이니 오너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2024년 재계 63위 기업으로 규모가 크지 않아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이 기업을 이해하려면 먼저 부동산 개발업에 대해 알아두는 게 좋다. 보통 부동산이 개발되어 건물을 분양하면 시행사가 있고 시공사가 있다. 여기서 시행사가 바로 부동산 개발업이고 부지를 매입해서 인허가를 얻고 전체적인 사업을 기획하고 총체적인 운영을 한다. 시공업체는 건설사를 말하고 기술적인 건설을 담당한다.
아마 아파트 광고를 보면서 시행사를 그렇게 눈여겨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사람들은 건설사가 어디냐에 관심이 많고 분양이 성공하면 건설사가 돈을 버는 줄 안다. 그런데 꼭 그렇지가 않다. 오늘 소개할 엠디엠이 대기업 반열에 올라있는 것만 봐도 시행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어떤 사업 즉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꼭 건설이 아니라도 모든 프로젝트는 기획이 가장 중요하다. 그다음이 운영이다. 그 기획을 맞는 게 부동산 개발사 속칭 디벨로퍼이다.
잘 이해가 안 되면 미국의 트럼프나 요즘 떠들썩한 중국의 헝다 같은 곳을 생각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서 그런지 땅값에는 엄청난 관심이 있는데 부동산개발회사에 대해서는 다들 무관심한 것 같다. 부동산이 점점 고도화되어 감에 따라 앞으로 부동산개발도 점점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 80년대에는 건설사가 사업의 중심이었고 금융권대출도 직접 받았지만 IMF이후 건설사들이 몸을 움츠리면서 시행사가 활동할 공간이 나왔다. 시행사가 기획을 맡더니 그 후 점점 시행사의 역할이 많아져서 최근에는 시행사가 갑의 위치까지 가는 곳도 많다고 한다. 시행사가 은행 대출을 따오고 시공사를 골라 건설만 넘기는 것이다. 분양의 이익도 물론 시행사가 가져가게 된다.
엠디엠을 지금처럼 있게 만든 프로젝트는 부산 센텀시티 대우월드마크센텀이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고급단지가 바로 센텀시티인데 이곳의 대우월드마크센텀을 기획하였다. 그전에는 주로 다른 회사 프로젝트의 마케팅을 했었는데 자체적으로 기획해서 대성공을 거둔 곳이 이곳이다. 그 외에도 광교 더샵레이크파크,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분당 파크뷰등 25개 개발사업에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출처: 매일일보, 2024.02.19, https://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1093548).
그룹은 크게 부동산개발 부문과 금융부문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부동산개발 부문에는 엠디엠, 엠디엠플러스 등이 있고 2011년에 공기업이었던 한국자산신탁을 인수해서 금융을 또 하나의 축으로 만들었다. 그 후 한국자산운용(현 엠디엠자산운용), 한국자산캐피탈등을 설립하면서 금융 부분을 수직계열화했다.
그 외에 외식과 웨딩사업도 하고 있는데 외식브랜드로는 홀썸치킨, 갓브레드, 갓프레시(카페)등이 있다.
근황
아무래도 회사의 규모가 커지니까 해외 쪽으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그 외에는 특별한 소식이 없다.
진단
문제점 및 과제
이 회사는 부동산과 금융이라는 아주 밀착된 사업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시너지야 더할 나위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위험한 것도 있다. 두 사업부문이 너무 밀접한 관계를 갖다 보니 한쪽이 안 좋아지면 나머지 한쪽도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사례가 있는데 부동산개발 업계 1위인 DS네트웍스이다. 이 회사는 엠디엠처럼 부동산개발과 금융을 양축으로 사업을 운영해 왔는데 최근 부동산경기가 침체로 가고 자금시장도 경색되자 2024년 1월 DS네트웍스자산운용과 DSN인베스트먼트를 모두 매각했다. 2021년에는 DS투자증권도 매각했던 걸 생각하면 생각보다 금융부문이 취약한 것 아닌가 생각도 든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금융부문은 굉장히 안전한 사업인데 비해 부동산이 너무 경기를 타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룹내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많은 투자를 하였을 것이고 부동산개발이라는 사업 성격상 타 사업보다 리스크가 높을 수밖에 없고 그 리스크를 거의 혼자 떠안아야 한다. 이걸 외부 금융사를 통해 분산하는 효과가 있는 것인데 그룹 내 금융사 입장에서는 냉정하게 사업성을 따지기보다는 그룹 내 쌈지주머니 같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엠디엠도 부동산경기 악화의 여파가 있는지 2022년 실적이 악화되었었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그룹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엠디엠플러스의 2023년 매출은 7111억 원, 영업이익은 1954억 원이다. 원래 2021년도에 1조 3370억 원 매출에 영업이익 4183억 원을 기록했던 것이 2022년 매출 6069억 원, 영업이익은 1754억 원을 기록해 반토막이 났던 것에 비하면 약간 회복을 했지만 여전히 부진하다고 볼 수 있다. 60 대기업 중에 매출이 1년 만에 반토막난 회사는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만큼 부동산개발업이 리스크가 큰 것이다.
당장 부동산 침체로 PF(프로텍트 파이낸싱)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태영 같은 수 십 년 된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도 했다. 엠디엠은 자신들이 개발한 지역에 외식 사업 계열사를 넣고 좀 더 판을 키우고 싶은 모양인데 지금 그럴 때가 아닌 것 같다. 이 정도를 하려면 한화나 최소 이랜드 그룹정도는 돼야 한다. 한화는 광교에 갤러리아백화점을 넣고 주변에 오피스텔을 지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이랜드그룹도 백화점을 오픈하면 그 안에 자사 계열사를 입점시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엠디엠정도의 규모에서는 시너지를 내기엔 외식사업자체가 워낙 약하다.
아무튼 이렇게 보면 그룹 전체적으로 1년에 최소 2천억 정도의 캐시는 들어온다고 볼 수 있다. 이 정도면 1조 원대 기업의 인수는 가능해 보인다. 부동산 같은 경기를 타지 않는 업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해법
경기를 타지 않는 안정적 업종은 업력이 오래되고 원래 인수합병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다. 모회사의 위기가 있거나 법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매각해야 하는 경우에 이런 기업들이 가끔 시장에 나온다. 그중에서 관심이 가는 곳이 태영그룹이다. 어지간하면 계열사를 내놓을 회사가 아닌데 상황이 급박한 만큼 좋은 매물이 나올 수도 있다.
태영은 건설이 주력이지만 의외로 쏠쏠한 계열사들이 있다.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에코비트인데 환경 관련 사업을 하는 곳이다. 2022년 영업이익이 1209억으로 나쁘지 않다. 연간 1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은 꾸준히 들어오는 곳이다. 다만 매각가격이 2~3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게다가 인수할 수 있는 건 태영의 지분 50%뿐이다. 나머지 50%는 사모펀드 KRR이 가지고 있는데 수익이 목적인 회사인 만큼 매각은 가능하겠지만 급할 게 없는 입장이라 어지간히 가격을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차피 한국자산신탁이 있으니까 금융 쪽으로 더 넓혀보는 것도 괜찮다. 아직 그룹 규모가 작아서 금산분리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지금 매물로 나와있는 금융사는 보험사가 많은데 6곳(롯데손보, MG손보, KDB생명, ABL생명, 동양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나 된다(출처: 매일일보, 2024.03.06, https://www.m-i.kr/news/articleView.html?idxno=1099158). 이중에 동양생명이 가장 눈에 띄는데 1조 원 초중반 가격으로 형성되어 매각가도 적당하다(출처: 이코노미스트, 2023.10.12, https://economist.co.kr/article/view/ecn202309210050).
동양생명은 현재 중국자본이 대주주로 있고 영업이익이 2023년 기준 3343억 원으로 매우 양호하다. 4년간 영업이익이 1천억 원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어 안정성만 찾는다면 이만한 매물도 없을 것 같다. 매각을 위해 재무성적을 끌어올리고 있을 것을 감안해도 이 정도면 괜찮은 성적이다.
가장 위험한 부동산 업종의 뒤를 자산신탁이 받치고 그 뒤를 보험이 받친다면 아주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망
이제 성장궤도에 오른 기업이긴 하지만 부동산 업종의 변동성이 워낙 커서 밝은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다. 가뜩이나 부동산경기도 좋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재무구조 개선과 그룹의 안정적인 성장 발판 마련이 필요할 때이다. 내가 볼 때 부동산 업종 내에서의 순위경쟁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부동산 시장이 자금력이 있으면 좋지만 몸집이 크다고 해서 무조건 유리한 것도 아니고 급격한 위기가 자주 찾아오기 때문에 너무 큰 덩치는 오히려 부담이다. 헝다사태가 이를 말해준다.
사실 30대 기업들도 알게 모르게 부동산 업을 많이 한다. 오너의 개인회사인 경우도 있고 숨겨진 계열사인 경우도 있다. 왜냐하면 그룹사의 사업진출 시 부동산개발이 반드시 따르고 이 먹거리를 다른 회사에 넘겨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규모 건설을 하는 건설사 역시 비슷하다. 그럼에도 엠디엠 같은 순수 부동산 개발회사가 업계에서 성장할 수 있는 건 중요한 게 덩치가 아니라 기획력과 자금력이라는 얘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캐시카우 확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금융사를 통해 대기업으로 급성장한 사례가 많은 만큼 적당한 매물을 찾으면 가능하리라 본다. 키움도 그랬고 한국투자증권, 한화그룹, 동부그룹이 그랬다.
이제 오너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