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 예수의 유언
“제 구시쯤에 예수께서 크게 소리 질러 이르시되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하시니, 이는 곧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하는 뜻이라.” (마태복음 27:46, NIV)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예수가 크게 소리쳤다. 조용히 기도하지 않았고, 낮게 읊조리지도 않았다. 그는 절규했다. 그 외침은 성경 속에서도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로 남는다. 그리고 나는, 그 말 한 줄에서 우선 예수가 끝까지 유대교인이었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는 신을 부른다. ‘나의 하나님.’ 예수가 끝까지 의지했던 이름. 응답을 믿었던 대상. 하지만, 신은 대답이 없었다.
예수의 이 외침은 시편 22편의 인용이다. “내 하나님이여, 내 하나님이여,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 어찌하여 나를 멀리하여 돕지 아니하시오며, 내 신음하는 소리를 듣지 아니하시나이까?” (시편 22:1)
이 시편은 다윗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유대교의 전통에서는 메시아적 고난의 상징으로도 읽힌다. 시편 22편은 절망의 외침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주는 내 기도를 들으셨나이다”라는 구원과 찬양의 결말로 나아간다. 예수는 자신의 운명을 다윗의 고난과 겹쳐보았을까? 아니면 어린 시절부터 외웠던 익숙한 언어가, 고통의 순간에 무의식처럼 튀어나온 것일까? 어느 쪽이든, 그는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끝까지 붙잡았다. 예수가 버림받았다고 느꼈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끝까지 하나님을 기대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예수는 이 시의 전체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시작만 하고 멈춘다. 끝까지 인용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나는 묻게 된다. 그는 끝까지 인용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끝까지 말하지 않기로 한 것일까?
자크 데리다는 이런 장면을 “부재한 타자에게의 말 걸기”라고 표현했다. 예수는 말했지만,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예수의 말은 어디에도 도달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데리다는 '신의 부재'를 말할 때, 그것이 존재의 부정이 아니라 '응답하지 않을 권리'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에게 말할 자유를 남겨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외침은, 끝까지 하나님께 남아있고자 했던 사람의 음성이었다. 신학적으로는 이 외침이 곧 ‘성취의 선언’으로 이어진다고도 해석하지만, 나는 이 말을, 신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어긋남에서 나온 가장 인간적인 고백으로 읽는다. 그는 여전히 신을 믿고 있었지만, 그 믿음은 대답을 받지 못했다. 예수가 부른 그 이름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지만, 신이 대답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예수가 그 질문을 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 나를 버리셨는가”라는 질문은, 이미 자신이 버려졌다는 감정 위에서만 가능하다. 그 말은 기대이기보다 인정에 가깝다. 관계가 끝났음을, 누군가가 없음을, 이제 이 말도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렇기에 이 외침은 절망의 기술이라기보다, 관계 단절의 문법에 가깝다. 이 외침은 어떤 면에서는 신학적 서사를 잠시 멈추게 만들며, 종교적 언어의 한계를 드러낸다. 그는 말했고, 그 말은 들리지 않았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 신은 그에게 응답하지 않았고, 예수는 침묵 위에 남았다. 그 잔해처럼 남은 한 문장이,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다. 그 한 문장 안에서 그는 자신이 버려졌다는 사실만을 기록한다.
그 외침 다음, 예수는 “목마르다”라고 말한다. 말은 끝났고, 그의 존재는 오직 감각으로 남았다. 구원의 가능성은 사라지고,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육체만이 남았다. 그 시점부터 예수는 더 이상 ‘말씀’이 아니라 ‘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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