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 예수의 유언
그 후에 예수께서 모든 일이 이미 이루어진 줄 아시고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사 이르시되 "내가 목마르다" 하시니.― 요한복음 19장 28절(개역개정)
예수는 말했다. "내가 목마르다."이것은 그가 십자가 위에서 남긴 일곱 마디 중 다섯 번째 말이다. 중간쯤, 끝으로 다가갈 무렵. “목마르다”는 말은 단순하다.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통에 대한 감상도, 구원에 대한 암시도 없다. 오직 건조하고 사실적인 감각. 몸이 말라가고 있다는 자각. 혀가 말라붙고, 입술이 갈라지고, 침이 돌지 않는 상태이다.
기독교 전통에서는 이 말을 종종 구약 성경의 예언을 성취하기 위한 표현으로 해석한다. “내 힘이 질그릇 조각 같고 내 혀가 입천장에 붙었나이다. (시편 22:15)” “그들이 쓸개를 나의 음식물로 주며 목마를 때에 초를 마시게 하였사오니(시편 69:21)” 그래서 요한은 이 대목에 “내가 목마르다 하시니, 이는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심이라.”라는 주석을 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말을 더 단순하게 듣고 싶다.
이건 물리적 고통이다. 상징이 아니라 신체 반응이다. 예수라는 인간은 지금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말할 수 있다는 건 아직 감각이 남아 있다는 뜻이고, 또한 그 감각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상황을 가장 솔직하게 알려주는 말이 바로 “목마르다”다. 말 그대로, 고통의 ‘중심 온도’다. 가장 적나라한 인간의 상태다. "내가 배고프다."라고 기록되었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문장이다.
이 말은 그의 솔직함과 사람다움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준다. 십자가에서 그는 언제나처럼 보이는 것에 반응하고, 물음에 대답하고, 자신의 상태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그는 신비를 말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신성만으로 존재했다면, 이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은 목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말은 인간 예수의 결정적인 증거이기도 하다. 에티엔 질송(Étienne Gilson)은 "신은 죽지 않으며, 신은 고통받지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예수는 죽었고, 고통받았으며, 무엇보다 그 고통을 말로 표현했다. 인간은 끝에 다다르면 철학이 아니라 신체로 말한다.
누구도 이 말을 위대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한 모금의 물. 이것은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자, 평생을 동행해 온 육체의 요청이다. 몸은 주인에게, 이성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갈증을 해소해 달라는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그 요청은 거절당한다. 그를 향해 든 건 신 포도주가 적신 해면이었다. 물이 아니었다. 육체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아무도 육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 그의 육체는 끝내 응답받지 못했고,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전쟁터에서, 병실에서, 가난한 집에서. “목마르다”는 말은 여전히 반복되며 외쳐지지만 거의 들리지 않는다. 말은 존재의 증거지만, 무시된 말은 그 존재까지 지워버릴 수 있다. 예수는 그 침묵 앞에서, 자신을 드러냈다. "목마르다"는 말은 살고 싶다는 욕망이다. 그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신호이며, 인간이라는 증명이다. 그래서 이 말은 전혀 신학적이지 않다. 단지 고통의 비명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인 생존요청의 신호이기에, 이 말만큼은 나는 믿을 수 있다.
이 연재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서문'을 읽어 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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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론자가 사랑한 예수>는 Medium에서 영어로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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