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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공간 Apr 18. 2021

"우리 임금의 10분의 1만 받으며 화장실을 청소해줄"

사각공간 - 시간, 공간, 인간, 행간

https://project100.kakao.com/project/10341/activity/3080318


【블라인드 페이지】- 28일차

블라인드 페이지

저 부자들, 즉 지구 자원의 무관심한 소비자들이야말로 지구의 진정한 '기생충', '등쳐먹는자', '기식자'가 아닐까? 따라서 우리가 지구의 '인구 과잉'의 원인이라고 비난하는 '잉여' 또는 '과잉' 출산의 기원은 '우리의 영광스러운 삶의 방식'으로까지, 즉 우리의 정치 대변인들이 '협상 불가의 문제'라고 선언하며 필사적으로 방어하겠다고 맹세하는 방식으로까지 거슬러올라가야 하지 않을까?
세세한 이유를 들 필요도 없이 이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론이다. '인구 과잉'에 대한 우리의 우려(적어도 오늘날 유행하는 유형의 우려)는 본래 그러한 속성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아니라 '그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 결국 '쓰레기'를 '유용한 생산품'으로부터 분리하는 거시적 설계는 '객관적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설계자들의 선호를 나타낸다. 그런 설계의 기준(권위 있는 다른 기준도 전혀 없지만)에 비추어보면 낭비적인 것은 '그들의' 출산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들의 지역적 '생명 부양 체계'에 과도한, 참을 수 없는 압력을 가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체계는 언제나 연료에 대한 변덕과 탐욕과 갈망으로 가득한 우리의 삶의 방식을 유지해줄 에너지와 기타 자원을 캐내야 할 원천인데 말이다. 그러므로 지구를 인구 과잉으로 만드는 것은 '그들'이다.

부국들이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창립하고 자금을 대고 있는 다른 많은 학술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지구정책연구소가 지구 전역의 '인구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그들의' 출산 제한이라는 것을 거의 의심치 않는 것은 당연하다. 일단 이렇게 전제하면 다음 과제는 재빨리 표적을 확인하는 것이 된다. 즉 더욱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그들'을 겨냥하는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이라곤 기술, 우리의 전능한 과학과 산업 덕에 공급할 수 있으며(값만 적당하면) 기꺼이 공급할 기술 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효과적인 피임법의 보급이 열쇠'라는 것을 이 연구소를 통해 배우게 된다─물론 매우 취약한 소비 시장을 부양하는 것(다시 말해 미래의 피임 용구 소비자를 생산하는 것, 완곡한 표현으로 '여성 교육 수준과 취업률의 증대')이 그러한 상품을 팔아서 돈을 벌기 위한 필수 조건이긴 하지만 말이다.

(…) 우리를 걱정시키는 것은 항상 그들의 과잉이다. 우리 주위로 눈을 돌리면 그와 반대로 출산율의 지속적인 저하, 그리고 그것이 갖고 오게 될 결과, 즉 인구의 고령화가 우리를 안달나게 하고 불안하게 하고 있다. '우리의 생활 방식'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숫자의 '우리'가 미래에도 있을까? 미래에도 청소부가, 즉 '우리의 생활 방식'이 날마다 쏟아내는 쓰레기를 수거할 사람들이 충분할까? 또는 로티Richard Rorty가 묻듯이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우리 임금의 10분의 1만 받으면서 '자기 손을 더럽혀가며 우리 화장실을 청소해줄 사람들'이 충분할까? '인구 과잉'에 맞선 전쟁의 이처럼 불유쾌한 다른 일면─단지 '우리의 생활 방식'을 현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더 적은 수가 아니라 더 많은 수의 '그들'을 수입해야 한다는 냉엄한 전망─이 부유한 자들의 땅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_본문 일부 발췌

☞ '인구 과잉'을 가늠하는 시선이야말로 편집된, 부국 그리고 부유층 선호로 설계된 것.


☞ 개도국 이하 최빈국 도처에 '몰락한 개인들, 즉 분명하게 규정된 어떤 사회적 지위도 갖지 못하고 물질적·지적 생산이라는 관점에서 불필요한 사람들로 간주되며, 본인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소위 '잉여 인간' 넘치니 '인구 과잉' 경고.


☞ 그러나 실상은 약탈 경제 체계(과연 이런 따위를 경제니 체계니 이르는 게 마땅한가부터 시비 거리) 때문. '저 부자들, 즉 지구 자원의 무관심한 소비자들이야말로 지구의 진정한 기생충, 등쳐먹는자, 기식자'가 벌이는 21세기형 '홀로코스트'. 마치 '인종 청소'처럼 '계급 청소'가 광범위한 형태로 단행되는 것. 바로 그 '경제적 이유'로. 당장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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