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가꾼 지 한 달 반. 초보 농사를 하면서 좌충우돌 우왕좌왕 한 일이 많고 티내며 수선을 떨었던 탓일까. 피부로 느끼기엔 석 달쯤은 지난 것 같다. 나의 첫 시식 채소 상추가 부지런히 자라주는 덕에 밭에 갈 때마다 종류별 모듬 상추 한 봉지를 수확해오니 꽤 많은 날들이 지나간 것 같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 달 반을 보내다 며칠 전, 텃밭에서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듯한 극적인 떨림을 경험했다. 잡초를 모질게 뽑아버릴 때 느꼈던 약간의 혼란 같은 게 아니라, 잠시 숨이 멎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물을 아주 흠뻑 주고, 군데군데 복합비료를 한 숟가락씩 파묻고, 잡초까지 정리해주고 나서 사흘 만이었다. 여섯 개의 방울토마토 나무 중 하나가 오랜 가뭄을 겪은 듯한 몰골로 바짝 말라 모든 가지가 오그라든 채 죽어버린 것이다.
작고 노란 꽃이 피었던, 아직 어린 방울토마토 나무의 주검에서만큼 극도로 명징하게, 텃밭의 식물들이 살아 있는 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달은 적은 없었다. 죽은 나무를 파내 텃밭 바깥 잡풀 우거진 곳에다 치우며 소심하게 움츠러들었다. 비료를 너무 일찍부터 주면 안 된다는 농장 주인의 말을 어느 집 텃밭 농부의 ‘비료를 주어야 한다’는 가르침보다 먼저 들었어야 했을까. 유튜브도 보고 책도 보고 하지만, 농장에 가면 전혀 다른 밭이 펼쳐진 것처럼 다시 무지해지니 웬일인지 모르겠다.
모종을 각각 두 개씩 심었던 젤리방울토마토, 대추방울토마토, 일반 방울토마토 중 죽은 녀석은 일반 방울토마토였다. 하나 남은 일반 방울토마토도 다른 두 종류의 방울토마토보다 생육이 현저히 시원치 않아 보인다. 채소에 영양만을 줄 줄 알았던 비료가 독이 될 수도 있다니. 조심해서 키워야 할 아이들이었구나. 너만은 죽지 말고 살아주라, 열매는 세 개만 달려도 좋으니까.
짝을 잃은 녀석에겐 물줄기를 부드럽게 해서 조심히 물을 주고 있다. 이 녀석도 비료에 쇼크를 받았을지 모르니까. 텃밭 가꾸기 한 달 반 만에, 방울토마토 나무의 죽음에서 또 한 가지를 배운다. 초보는 섣불리 일을 벌이지 말고 모든 걸 조심조심 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를 가려내 옳은 방식을 찾아야 한다. 텃밭의 개별 식물들에겐 시행착오가 통하지 않는다. 잘 살거나, 아차 하는 순간 죽거나.
그러고 보니 줄을 맞춘답시고 호미로 파내 자리를 옮겨 심은 상추 모종 세 개가 살아남지 못한 적도 있었다. 어제는 산딸기만 한 열매를 아주 조금 매달았다가 이제 열매를 맺지 못하는 딸기 모종 두 개를 과감히 뽑아버렸다. 딸기는 신경을 많이 써주어야 하는 아이들인데 재배 방법을 찾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심어 물만 주었던 나의 무책임이 실망스럽다.
반려 동물과 함께 살아도, 꽃이나 채소를 키워도, 각각의 개체들이 갖는 특성과 보살피는 방법을 세밀하게 공부하는 양육자의 태도와 센스가 필요하구나. 뭔 일을 겪으면서 야구방망이(느낌표)로 한 대 맞아야 자세를 바로잡는 건 언제나 고쳐질까.
어이없게도, 지금 나의 텃밭에서 가장 생기발랄해 보이는 것은 ‘싱싱이네’ 팻말 주변의 안개꽃과 천일홍, 지난주에 사다 심은 야생화들이다. 픽,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