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주, 타오르는 여름을 건너뛰고 다시 알타리무 농사로 풀죽었던 애정을 지펴낸 텃밭에서 마지막 수확을 했다. 나보다 더 지대한 관심으로 알타리무의 성장을 묻곤 했던 엄마도 함께 와 참관했다. 허리와 다리가 불편하지 않다면 나보다 먼저 팔 걷어붙이고 나섰을 텐데, 엄마는 옆에 지켜 서서 장갑을 끼고 해라, 못 쓰는 이파리는 다듬을 때 떼면 되니 그냥 뽑기만 해라, 아이구 연해 보인다, 알타리가 얼마 안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구나, 무가 크고 맛있을 것 같다, 할 말이 많았다.
텃밭 바로 옆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에서 밭으로 떨어진 낙엽들을 휙휙 집어 던지며 알타리무를 뽑는 기분이 삼삼했다. 한약방에서 한약 찌꺼기를 얻어다 2주 썩히고 넉넉히 뿌려준 밭에서 자라서일까, 애들이 때깔이 좋고 귀티가 났다. 신기하게도, 한약 찌꺼기가 모자라 남은 걸 대충 털어 흐트러뜨렸던 곳의 애들은 상태가 시원치 않았다. 식물도 영양분을 충분히 줘야 튼실하게 자라는구나. 모든 생명의 생존 조건은 똑같다. 방치하지 않고, 제대로 사랑을 주고, 성장에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는 것.
4월부터 11월까지였지만, 실제로 텃밭에서 일한 건 넉 달 반 정도밖에 안 되었을 것이다. 얼치기 농부로 내가 봐도 어설프기 짝이 없었던 농사. 그러나 벌레 하나 먹지 않은 알타리무 줄기를 잡아서 쑥 뽑을 때 안녕! 하고 튀어나오는 잘생기고 뽀얀 무들을 보며 얼마나 뿌듯했는지. 수확한 작물을 담아갈 봉투를 가져오지 않은 이웃에게 대 자 비닐봉지 두 개를 주고 커다란 무 하나를 얻었다.
알타리무를 남김없이 뽑은 밭엔 낙엽만 가득했다. 다 걷어서 잡풀 모아둔 곳에 갖다 버리려고 하는데 엄마가 말렸다. 쟤들이 다 거름이 되는 거야. 오호~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사는 자연의 순환, 상생이 이 텃밭 농장에서도 일어나고 있었구나. 처음부터 끝까지 겸허한 순간을 경험하게 하는 나의 작은 텃밭, 이젠 안녕을 말해야 할 때. 보드랍고 아삭하고 고소하기까지 했던 싱싱한 상추를 첫 선물로 내게 주었던 나의 예쁜 텃밭아, 중간 중간 소소한 행복을 안겨주었던 딸기, 수박, 풋고추, 깻잎, 토마토, 가지들과 20킬로 크기의 커다란 비닐봉지 세 개를 채운 마지막 선물 알타리무까지 고맙고 또 고맙다.
텃밭에서 가져온 알타리무들은 바로 그날 엄마의 손에서 김치로 변신했다. 다듬을 때 깎아먹었던 무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달고 고소하고 살짝 매콤하고 연한... 알타리김치가 익어 밥상에 올려질 12월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