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o Feb 06. 2021

물의 도시 방콕

한국에 한강이 있다면, 태국에는 차오프라야(Chao Phraya)강이 있다. 아니, 어쩌면 태국 사람들에게 차오프라야강은 우리의 한강보다 더 큰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중국 원난성(운남성) 지역에 살았던 타이족의 역사는 차오프라야강을 따라 방콕으로 내려오는 과정이었다. 강의 옛 지명은 메남차오프라야(Menam Chao Phraya)인데, 여기서 메(Me)는 어머니, 남(Nam)은 물이라는 뜻이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차오프라야강은 태국의 곡창지대를 만든 영양분이자, 남북으로 길게 뻗은 국토를 이어주는 교통로였다.      



방콕의 수로(水路)     


흔히 물이 많고 수로가 발달한 도시를 ‘~의 베네치아’라고 부른다. 방콕은 옛날부터 강과 운하 교통이 발달해 아시아의 베네치아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금은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대부분 물길을 매립해버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물이 많다. 구글맵으로 방콕을 보면 도시 곳곳에 파란색 수로가 퍼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서울 지도에서 큰 한강과 몇몇 주요 하천을 제외하면 이런 물길을 거의 찾을 수 없다. 강의 지류가 도시 전체에 뻗어있는 탓에 방콕의 지반은 매우 약하다. 그래서 땅 위로 다니는 지상철인 BTS가 먼저 만들어졌고, 지하철인 MRT는 상당한 공사 기간을 거쳐 건설되었다. 처음 MRT가 개통했을 때 지하로 다니는 열차를 방콕 사람들은 매우 신기해했다고 한다.   



교통이 발달한 지금은 강을 이용한 수송이 많이 줄었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강에서 물건을 실어나르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 번은 배 뒤로 거대한 뗏목 같은 것들을 줄줄이 엮고, 그 위에 물건들을 잔뜩 쌓아 운송하는 것을 봤다. 아직도 강에서 물건을 수송한다는 게 신기했다. 물자를 나르는 건 아주 가끔 있는 일이겠지만, 차오프라야강은 지금도 수많은 방콕 시민을 실어나르는 주요 교통로다. 관광객들은 강 서쪽의 왓아룬이나 아이콘 시암, 혹은 아시아티크 같은 관광지에 가기 위해 수상 보트를 탈 것이다. 수상 보트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높은 빌딩과 호텔이 강 양편에 늘어진 모습. 나는 이게 가장 방콕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방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도 강 유람선에서 바라본 방콕의 풍경이다. 이 풍경을 더 방콕답게 만드는 건 매일 강을 넘어 다니는 시민들이다. 방콕은 교통체증이 심하기로 유명하다. 게다가 외곽지역인 강 서쪽에서 동쪽으로 연결된 다리는 직접 세어보니 12개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에 32개의 한강 다리(잠수교 포함)가 있는데, 방콕에는 그 절반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교통체증을 피해 많은 시민이 배를 탄다. 출퇴근 시간에 수상 보트를 타면, 관광객과 직장인이 한데 뒤섞인 풍경을 볼 수 있다. 우리에게 한강 변이 자연과 힐링의 장소라면, 방콕 시민에게 강변은 생업전선이다.           



방콕의 강물     


방콕이 베네치아와 다른 점은, 베네치아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섬들 사이로 바닷물 길이 나 있는 것인데, 방콕을 흐르는 것은 강물이다. 동남아를 흐르는 강들은 대개 흙탕물이다. 강의 길이가 매우 긴데, 강물이 지나오는 길은 대부분 드넓은 평야다. 강물이 흐르면서 평야의 비옥한 흙을 쓸어와 물이 흙탕물처럼 보이는 것이다. 보는 것만큼 더럽기만 한 물이 아니라, 바닥에 토사가 깔린 영양분이 많은 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것도 옛말일 것이다. 방콕의 물을 직접 본 사람이라면, 방콕을 아시아의 베네치아라고 마냥 칭송할 수만은 없다. 솔직히 말해서 물이 너무 더럽다. 방콕은 수질오염이 심각해서 강이든 운하든, 사실상 방콕에서 보는 물은 똥물이나 마찬가지다.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다. 방콕의 강과 운하를 조금만 걸어봐도 알겠지만, 수질오염의 75%는 상업용, 가정용 폐수 때문이라고 한다. 차오프라야강은 한강과 다르게 둔치가 없는 스타일이다. 그러니까 차오프라야강은 강변 바로 옆에 건물이 들어서 있다. 둔치가 강과 도시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데, 시민이 생활하는 곳과 강이 맞닿아 있다 보니 이곳의 폐수가 강으로 바로 흘러 들어가기 쉬워 보인다. 선착장에만 있어도 강 가장자리에 온갖 쓰레기와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걸 볼 수 있다. 이 기름은 모두 경유를 사용해 강을 떠다니는 수많은 배에서 나온 것이다. 낭만적인 강 위의 유람선도 수질오염의 주범이다.    

 


▲ 운 좋게 차지한 운하 보트의 맨 앞자리
▲ 튀는 물을 조심해야 한다
▲ 방콕에서 입에 달고 살았던 땡모반

 


'방콕에서 잠시 멈춤'을 출간했습니다.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방콕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49274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