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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o Feb 15. 2021

육감적인 도시 방콕

방콕은 육감적인 도시다. ‘육감’이라는 단어에 이렇게 많은 의미가 있는지 사전을 찾아보고 처음 알았다. 내가 말하는 육감은 ‘육체의 감각’이라는 뜻이다. 나는 일본이 매우 영적인 나라라고 생각했다. 불교와 신도(神道)가 뒤섞인 독특한 세계관, 화려한 고층빌딩과 네온사인, 수많은 인파가 있지만 왜인지 모르게 정제된 분위기에서 영적이라고 느꼈다. 태국 역시 불교와 토속신앙이 공존한다. 하지만 방콕의 화려함은 도쿄나 오사카와 다르게 육감적이라는 느낌이다. 첫 번째 이유는 마사지다. 거리의 수많은 마사지샵을 보다 보면 괜히 내 몸이 찌뿌둥해지는 걸 느낀다. 마사지를 두려워하던 나 같은 사람도 ‘마사지 한 번 받아볼까’하는 생각이 든다.


           

마사지를 받으며     


왓 포 비석에 새겨진 마사지 기록


가장 흔한 발 마사지로 타이 마사지에 입문했다. 처음 방콕에 도착해서는 화려한 방콕의 이곳저곳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면서 참 많이 걸었는데, 그때마다 관광지 주변에 보이는 마사지숍을 차마 지나칠 수 없었다. 상해의 아픈 기억 때문에 잔뜩 긴장한 채로 마사지숍에 들어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은은하게 풍기는 아로마 향, 배경음악처럼 들리는 소곤거리는 태국어 소리에 금세 마음이 놓였다. 사실 마사지사가 처음 다리를 주무를 때는 꽤 아팠다. 미리 외워두었던 살살해달라는 뜻의 ’바오바오‘를 외쳤다. 이렇게 강도를 한 단계 낮추니 나에게 딱 알맞았다. 내가 느끼기에 중국 마사지는 찍고 누르는 스타일이 강한 것 같다. 통증에 취약한 나 같은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타이 마사지는 근육을 지그시 누르고 펴주는데, 시간이 지나 적응할수록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중간중간 비틀어주는 스트레칭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마치 녹아서 흘러내린 내 몸을 다시 주워 담으려는 것 같았다. 졸린 것도 아닌데, 몸이 노곤해지면서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다. 나는 그렇게 마사지에 빠졌다. 방콕에 살면서 다리 마사지는 며칠 건너 한 번씩 받았던 것 같다. 몸이 찌뿌둥해 견디기 어려울 때 전신 마사지도 가끔 받았다. 물론 여전히 ’바오바오‘를 외치면서. 


동네 단골 마사지 가게
한국어 간판은 왠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마사지를 받으며 나도 몰랐던 내 몸에 대해 알아갔다. 잠들기 딱 좋은 환경이지만 정말 꿈나라로 가지는 않는다. 어쨌든 누군가 나의 몸을 주무르고 있으니 약간의 기분 좋은 고통과 함께 정신은 멀쩡하다. 그리고 마사지사의 손길을 따라 그 자극을 느낀다. ’이 부분을 누를 때는 아픈데, 바로 옆은 아프지 않고 시원하군. 여길 자극하는 건 또 처음 경험하는 느낌이구나‘ 이런 것들을 타인의 손길을 통해 자각한다. 여행하면서 내 몸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 내 몸을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운동 하지 않는다거나, 건강을 잘 챙기지 않는다는 차원이 아니다. 나는 그저 여행지의 자극적인 모습을 눈으로 담기만 했을 뿐, 내 몸을 통해 그걸 온전히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



몸이 우선인 방콕 여행


누군가 무거운 마음으로 방콕을 찾는다면, 그 기분보다 당신의 몸에 집중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정신은 보수적이고 몸은 진보적이다. 지금의 상황을 바꿔보고 싶다면, 내 몸을 새로운 세계에 던져보자. 몸을 조금만 더 열면 방콕이라는 도시와 더 깊이 교감할 수 있다. 분명 당신의 ’최애‘를 한가득 찾고,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방콕 여행이 될 것이다.      



'방콕에서 잠시 멈춤'을 출간했습니다.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방콕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49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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