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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o Feb 22. 2021

영화로 방콕 감상하기

여행 이야기에서 영화를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고 여행을 꿈꾸거나, 혹은 여행에서 돌아와 아쉬움을 달래려고 그 여행지가 나오는 영화를 찾아본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반드시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여행을 좋아한다. 영화는 여행을 꿈꾸게 하고, 그립게도 한다.      


         

비치(The Beach), 2000         

영화 비치 촬영지인 피피섬 마야 베이(Maya Bay)


영화의 배경인 푸껫 근처 피피섬(Phi Phi Islands)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 후 관광객에게 몸살을 앓던 피피섬은 2018년부터 폐쇄되어 지금은 갈 수 없다. 영화는 갓 스물을 넘긴 미국 청년 리차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의 모험 이야기다. 그는 새롭고 위험한 여행을 찾아 방콕으로 떠나온 호기로운 젊은이다. 카오산 로드의 허름한 호텔에서 우연히 마주친 미치광이의 말에 이끌려, 그가 전해준 지도만 보고 지상낙원이라는 섬을 찾아 나선다.       



브라더 오브 더 이어(Brother of the Year), 2018         



요즘 방콕 사람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영화다. 친오빠가 여동생의 연애를 방해하는 단순한 이야기인데, 이 영화에는 태국에 관한 온갖 클리셰가 등장한다. 나쁜 의미의 클리셰가 아니라, 방콕 사회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뜻의 클리셰다. 주인공인 오빠 ‘첫’은 전형적인 태국 남자의 이미지다. 나쁘게 말하면 무책임한 바람둥이. 첫은 집안일은 동생에게 떠넘기면서 여자를 만나러 다니기 바쁘다. 이런 태국 남자의 성향 탓에 결혼 적령기의 여성은 태국 남자를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외국인을 선호한다. 동생 제인의 연인 모치(닉쿤 분)가 일본-태국 혼혈인 것도 그런 선호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태국과 일본의 교류가 많아 익숙한 것도 있겠지만, 일본 남자의 인기가 많은 것은 어느 정도 성향이 비슷하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비교적 소극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일본과 태국 남자의 공통점이다. 

       


배드 지니어스(Bad Genius), 2017         



중학교 때 1등을 놓치지 않은 ‘린’은 유명한 사립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새로 사귄 금수저 친구의 커닝을 도와주며 아이들 사이에서 유명해진다. 돈을 받고 커닝을 도와준 린은 급기야 미국 수능인 SAT 시험의 대규모 부정행위를 주도한다. 영화에서 린의 고등학교 학비가 한 학기에 6만 바트, 우리 돈 약 220만 원으로 나온다. 우리나라 한 학기 대학 등록금과 맞먹는다. 방콕의 가구당 소득이 약 45,000바트, 한국 돈 166만 원 정도라는데, 그렇게 보면 서민이 감당하기에 엄두가 안 나는 금액이다. 이런 빈부격차를 숫자로 확인하니 린의 머리가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카오산 탱고, 2020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여행지에서의 썸을 꿈꾼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보고 오스트리아 빈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빈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나에게 영화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행에서의 썸은 모두가 바라지만, 그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을 위안 삼았다. 일상에서도, 여행에서도 연애는 ‘될놈될’인가보다. 방콕으로 취재를 떠난 영화감독 ‘지하’는 카오산 로드에서 가방을 잃어버리는데, 때마침 안면이 있는 ‘하영’이 나타나 그를 도와준다. 중간에 둘의 오해가 있기도 했지만, 오해를 풀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이후 둘 다 여행자로서 각자의 길을 떠난다. 여행에서의 썸도, 우정도 딱 거기까지라 아름다운 것 아닐까.


            

방콕 트래픽 러브 스토리(Bangkok Traffic (Love) Story), 2009         



‘리’는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다. 리는 사고를 도와주러 온 남자 ‘렁’을 처음 보고 호감을 느낀다. 리는 화가 난 아버지에게 차를 뺏기고 대중교통으로 출근하기 시작하는데, 그러다 BTS 지상철 엔지니어로 일하는 렁을 열차 안에서 다시 만나고 사랑을 키워간다.    

  

리의 대중교통 출근길 여정은 험난하다. 운하 보트를 타며 튀는 물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오토바이 택시를 타다 지나가는 차에 무릎을 긁힌다. 사람들 사이에 끼인 채로 BTS와 썽태우(미니트럭)에 실려 가다시피 한다. 세계 어느 도시나 출근길 지하철은 끔찍하다. 그래도 태국의 출근길 지하철은 서울만큼 과격하지는 않다. 어떻게든 열차에 사람을 욱여넣는 서울의 지옥철과 달리, 방콕의 지하철은 눈대중으로 사람이 꽉 찼다 싶으면 쿨하게 다음 열차를 기다린다. 출근길에 열차 한두대 정도 보내는 게 기본인 것 같다.   



'방콕에서 잠시 멈춤'을 출간했습니다. 

더 생생하고 재미있는 방콕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49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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