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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와붕가 Feb 14. 2024

교대근무자에게 명절이란?

목구멍이 포도청.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오다.


대학 시절, 우리 군필 학우? 들은 조교로부터 갑작스러운 입사 제의가 들어왔다고 알려줬다.

이후 형식적인 면접시험을 치르기 위해 교내 면접 재시험까지 보는 노력을 들이면서 입사를 했다.


당시 '국비생'으로 들어온 동기들은 졸업과 동시에 공무원 철도직 8급을 받았다. 학교에서 특이한 행적만 보이지 않으면 8급 공무원이 되는 것이다. 물론 군대도 졸업 후 가게 된다. 한편, 나와 '사비생'으로 입학한 동기들은 졸업이 가까이 오면서 같이 동고동락했던 '국비생'이 아님을 깨달았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현역 입학생에게 군대부터 다녀오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 


사비생 예비역으로 들어왔던 형들은 '부산교통공단'으로 갔다. 이후 일찍 군대를 마친 동기는 '인천교통공사'에 입사했다. 난 1학기 만을 남긴 채 군대를 다녀온다. 복학을 해도 소문만 많고 우리가 들어갈 곳이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입학 당시 사비생을 유혹? 하기 위해 여러 광고를 했다. 시베리안 철도의 주역, 전국 지하철 입사 등등...

물론 국비생의 입학 성적이 더 좋다. 그렇다고 차이가 크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사비생 동기중 하나는 국비생 친구보다 성적이 더 좋았다. 


명절, 우리는 예외.


급여, 근무형태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입사를 했다. 난 편의점 알바를 해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교대근무 맛?을 조금 보았다. 낮과 밤이 바뀌는 근무. 그래도 당시에는 젊어서 피곤함보다 남는 시간에 대한 자유가 더 컸다.


11월 입사를 하고 다음 해 첫 설날. 같은 반 직원들은 명절 근무표를 짜게 됐다. 난 미혼에 부모님이 서울에 계셔서 후순위였다. 당시에 부역장은 무조건 휴무 1순위였다. 그리고 나머지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선배들은 눈치 싸움을 펼쳤다.


당시 선배들의 나이층은 비슷했다. 30대가 많았다. 입사도 95년 96년 97년으로 차이도 없었다. 

이 회사는 지방이 고향인 사람이 무척이나 많았다. 명절에 얼마나 집에 내려가고 싶겠나?


난 뒤로 빠진 채 명절에 내려가야 하는 이유를 듣고만 있었다.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었다.


선배 1

"전 이번에 결혼 대상자가 생겨서 고향에 친지분들께 소개해 드리러 가야 합니다."


선배 2

"저희 어머니가 편찮으십니다. 제가 가면 안 될까요?"


선배 3

"몇 달 전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첫 손주를 기다리는 부모님을 뵙고 싶습니다."


선배 4

"어쩌죠. 전 비행기를 미리 예매했어요. 죄송합니다."


누구를 선택해야 하나. 서로가 얼굴을 붉히는 상황까지 만들어졌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그들은 명절을 챙기고 싶어 했다. 

교대근무를 택한 우리의 현실이었다.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보다 직원수가 많이 적어졌다. 그리고 고향에 가겠다고 먼저 손드는 직원도 줄어들었다.

이제는 주변 친인척들은 내가 교대근무인걸 너무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있다가 사라져도 또는 저녁에 와도 근무하러 가거나 퇴근 후 왔다고 생각한다.


명절만 되면 친인척들은 내게 묻는다.

"오늘은 쉬나?"


친척과 교류가 적어지면서 명절날 근무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가끔 초과근무수당이 생기는 지원근무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수당이 대폭으로 삭감 됐다고 한다.

기후동행카드의 영향일까. 

이 회사의 적자는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다.


게다가 명절날과 다음날에는 연장운행이 기다리고 있다.

새벽 2시에 열차가 끝난다. 

해당 근무가 걸리면 그날은 피폐해진 내 신체를 보게 된다.


새벽 2시까지 다니는 열차에는 몇 명이나 탔을까.

그렇게 적자는 점점 늘어난다.


명절날 교대근무를 하는 대한민국 직업군.

경찰, 소방관, 지하철, 철도, 공항, 병원 

그리고 제가 모르는 직업에 종사하시는 분들.


모두 복 받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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