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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신 Dec 30. 2021

어느 퇴직임원 이야기

고령자와 노인파산, 100세 시대 라이프쉬프트(연재4)


퇴직 후의 공부는 종전의 공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이어야 하고 이를 활용하여 비즈니스로 꽃을 피울 수 있어야 한다.

회사 퇴직을 전후해서 선배들이 주로 자격증 따기에 올인하는 것을 보아왔다. 공인중개사, 손해사정사, 손해평가사, 주택관리사 등이다, 하지만 실무경험을 동반하지 않는 자격증은 장롱면허가 될 가능성이 높고,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동종업계에는 자격증과 실무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보수가 낮은 보람 일자리를 제외하면 자격증만 가지고는 재취업이 쉽지 않다.

1차 직장에서 퇴직하고, 55세 이후 다음 직장에 들어가면 종전 대비 3/1 이하의 월급을 받지만 업무량이 종전보다 적은 것도 아니다. 급여수준 이외에 회사의 복리수준도 1/3 수준으로 떨어진다.



일전에 신문에서 27년간 동안 다닌 대기업을 퇴직한 어느 임원의 이야기를 읽었다. 그 분 나이와 상황이 나와 너무 비슷했다. 신문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53세에 해운회사 임원으로 퇴직하였고 이후 현실을 직시하는 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 50대에 경력을 살린 관리직 재취업은 불가능하였다. 어딜 가나 피라미드식 조직 구조였고, 굴러온 돌처럼 들어갈 곳이 없었다. 살고 있던 아파트를 세놓고 빌라로 이사하였고, 산전수전을 겪으며 기대를 낮추고 어깨에 힘을 뺀 후에야 택배회사에 취업하여 택배분류 일을 시작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우울증까지 왔으나 전업주부 입장에서 남편의 퇴직 과정을 책으로 써냈다. 아내의 책은 2019년 7월에 출판된 ‘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나무옆의자)이다. 퇴직 이후 치열했던 삶의 기록이었고 최근 5쇄를 찍었고 대만에서 번역본이 나왔다.


남편 강씨는 인터뷰에서 4년 전 시작한 택배회사 일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예순이 다 되어 육체노동의 신성함을 배우고 있다. 종전 회사생활은 영업의 연속이라 매일 밤 술 마시고 주말이면 골프 치러 다녔다. 지금은 몸을 움직이니 잡념이 사라지고 건강해졌다. 그렇게 노력해도 안 빠지던 체중이 8kg이나 빠졌다. 

‘상담’처럼 우아한 일거리는 스펙이 대단한 분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비록 적은 수입이지만 내려놓는다는 각오를 하니 새로운 삶이 펼쳐졌다. 대신 소비를 줄이면 된다. 적게 벌어 적게 쓰니 세상 편하고 즐겁다.

작가가 된 아내 박경옥 씨(57)는 사모님 소리를 듣던 과거는 싹 잊었고, 은퇴 후 배우자는 보험 같은 존재라고 한다. “퇴직 후 마음치료 프로그램이 있어야 해요. 제가 우연히 유튜브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치료 효과를 얻었듯이 말이죠. 퇴직자가 ‘난 당시 억울했어. 난 더 일할 줄 알았단 말야’라고 충분하게 터놓을 수 있는 자리가 없어요.”』


박작가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내가 겪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대기업을 조기에 퇴직한 모든 중장년들이 피해갈 수 없는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두에게 퇴직이 두렵기는 하다. 대기업이라는 든든한 둥지를 떠나는 것은 계급장을 떼고 다시 이등병이 되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회사에 남아있는 것이 무조건 더 행복하지는 않다. 임금 피크제 시행으로 급여는 종전의 75% 수준이고 후선에서 마음고생을 하면서 김빠진 일을 해야 한다. 남은 것을 포기하기에는 50대는 너무 젊다. 우리 인생에 가장 좋은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다만, 50대에게는 아직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

     

                                      사진: 박종민 작가



고령자 통계와 노인파산 


2021년 1월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6.5%이고, 2025년에는 고령자가 국민 전체 인구 20%를 넘어선다. 

2020년 기준 고령인구비중이 20%를 초과한 곳은 전남(23.1%), 경북(20.7%), 전북(20.6%), 강원(20.0%)이며 서울 16.4%, 경기 16.5%, 인천 18.1% 순으로 집계되었다.

이들 중 혼자 사는 독거노인의 수는 전체 노인 중에서 약 20%를 차지한다. 최근 5년 사이 독거노인의 수는 `16년 127.5만 명에서 `21년 167만 명으로 30.9%나 증가하였고, 부양가족이 없는 노인의 고독사도 급증했다. 자살이나 다름없는 고독사로 사망하는 노인의 수가 `15년 666명에서 `20년 1,331명으로 약 2배(99.8%) 가까이 급증했다.     


통계청 자료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5월 기준 경제활동인구 조사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79세 고령층 중 장래 일하기 원하는 비율은 67.4%이고, 이들은 73세까지 일하고 싶어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때문이었다. 특히 농촌에 거주하는 노인(79.9%)과 독거노인(78.2%)에게서 이러한 답변이 높았다. 베이붐 세대의 고령인구 진입으로 65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해마다 70만 명씩 늘어나고 있고, 이들 고령자의 절반 가까이는 연금을 받지 못하고, 연금을 받아도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63만원 수준이었다. 국민연금제도가 1988에 처음 시행되었고 그 이전에는 적립된 연금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노인 가구의 79.8%는 본인소유의 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2020년 통계상 노인의 경제력이 그나마 개선된 배경에는 신입노인으로 대규모 진입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영향이 크다. 

2020년 조사에서 65세 이상으로 새롭게 포함된 1953년·1954년·1955년생은 총 173만 명으로, 전체 노인 중 21.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세대는 이전 세대와 달리 높은 학력수준과 가처분소득, 소비지출, 총자산액 등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국의 노인빈곤률은 2018년 기준 43.4%로 OECD 평균(14.8%)의 약 3배에 달하고, 주요 5개국(G5)인 미국(23.1%)과 일본(19.6%), 영국(14.9%), 독일(10.2%), 프랑스(4.1%)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우리 노인들은 여전히 건강하지만 인터넷환경에 익숙하지 못하고 업무자동화로 일자리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현재 65세 이상인구의 1/3은 일자리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방은 고령화사회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화사회로 가는데 평균 100년 가까이 걸렸지만, 한국은 26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어 그 속도가 세계 최고수준이다. 하지만 노인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허술하고, 언제 빈곤층으로 추락할지 모르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 종전의 ‘교육-직장-60세 은퇴’라는 3단계 생애플랜으로는 노후는 가난하고 ‘노인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삶의 방식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끝,  이어서 5화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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