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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파담 Oct 03. 2024

18. 축복과 은총이 쏟아지는 날

21,22일차_성모님의 암자와 렐리에호스…레온에 발을 들이다

칼사다 델 코토 마을을 벗어나며 풍경을 담아 봤다. 아침은 무척 춥다. 손이 시려워 사진을 찍는 것도 싫어진다.

오늘은 렐리에호스(Reliegos)로 향한다.

이 길에서는 라면 맛집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가장 매력적인 요소다.

라면을 먹을 기대감에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아침 7시, 알베르게에서 제공받은 아침을 즐겼다.

기부제(도네이션) 알베르게는 기본적으로 그날 저녁과 다음날 아침을 주는데, 허기를 잠재울 정도다.

기본메뉴로는 우유와 치즈, 빵, 시리얼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이거라도 주는 것이 어디야! 

식사 동안 알베르게 관리자가 리셉션 자리에 앉아 계속 우리를 주시하며 오늘의 목적지가 어딘지 묻는다.

“We’re going to 렐리에고스(Reliegos) today”-오늘 렐리에고스까지 갈 예정이에요.

그러자 관리인이 마을 이름에 대해 렐리에고스를 렐리에호스라며 발음을 교정해 준다.

‘우리가 갈 마을이 렐리에호스구나!’

순례길에서 죽은 맨프레드 프레드리히를 기리는 십자가 비석의 모습

알베르게를 나서며 나는 10유로를 도네이션함에 넣었다.

조금 넣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장 회장님은 가지고 있던 동전을 모두 넣으셨다.

2유로, 1유로, 50센트 동전들이 기부함에 떨어지는 소리가 우렁차다.

동전이 풍성하게 쌓여가는 소리가 관리자분의 기분을 좋게 했나보다.

갑자기 알베르게 관리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장 회장님께 다가와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가게 될 멜리데라는 마을에 지인이 있으니, 그 알베르게로 가라고 알베르게 이름과 관리자 이름, 전화번호를 적어주셨다.

‘대체 얼마를 넣었길래 관리자가 저런 친절을 베풀까?’ 

오늘은 20여km를 걸을 계획이다.

언덕도 없고, 평지만 계속 이어진 길이다.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360km가 떨어져 있다는 표지석이 보인다.

오늘의 길에 대한 나의 감정을 표현하면 지루함이다.

대부분 도로변 길을 따라 걸었다. 차도 옆을 걷는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길을 가던 중 어제 함께 잠을 잤던 프랑스 자전거 순례자를 다시 만났다.

“니 보스 어딨어? 왜 너 혼자가?”

나는 왠지 장난치고 싶어져서 “He’s gone!”-그는 떠났어-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두 손으로 눈물을 닦는 연기를 펼쳤다.

이 말을 직역하면 ‘그는 갔어’이지만, 해석할 때는 ‘나를 버리고 완전히 떠났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

내 장난에 어이없었는지, 고개를 살레살레 흔들며 중얼거린다.

장 회장님께 들으니 나중에 그 프랑스인을 만났다고 한다.

회장님께 손짓으로 뒤를 계속 가리키더라고!

그 손짓은 ‘니 일꾼이 뒤에 있어. 같이 가’라고 말해주고 싶었나 보다.

지금도 그 프랑스 자전거 순례자를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장난쳐서 미안하는 말과 함께 꼭 ‘카페콘레체(카페라떼와 비슷함)’를 사줘야겠다.

성모님의 암자 성당의 내부를 보기 위해 작은 창문 앞에 섰더니 이런 물건들이 장식돼 있어 사진에 담아봤다.
성모님의 암자 모습. 이 성당의 내부의 성모상이 독특하다고 한다. 내부는 보지 못했다.

예수는 광야에서 사십일간 악마의 유혹을 받았다.

첫 번째 유혹은 돌을 빵으로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그때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으로 산다’ 라고 답했다.

지금 무척 배고픈 예수에게 이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유혹을 던진 것이다.

두 번째는 세상의 모든 권세와 영광을 주겠다는 유혹이었다. 권력과 부귀영화를 탐하는 탐욕과 관련이 깊다.

예수는 하느님만을 섬겨야 한다고 대답한다.

세 번째는 성전꼭대기에서 뛰어 내려보라는 유혹으로, 이것은 능력에 대한 과시 유혹이다.

이에 대해 예수는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자신을 증명하려는 욕망을 거부하며, 능력의 원천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말해준다.

‘만일 니가 유혹을 받았다면 어떻게 했겠니?’

나에게 이렇게 질문해 던져 본다.

두 번째, 세 번째 유혹은 내 관심사가 아니기에 충분히 이겨낼 수도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에게 첫 번째 유혹이 진정 나에게 달콤한 것이었다.

‘나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원하는 사람이다.’

지금 이냐시오 영신수련 중 죄묵상 과정에 몰두하고 있다.

앞서 끝냈던 고등학교까지의 죄묵상은 1년 단위로 끊어서 바라봤다.

지금은 20살 대학생 때부터는 30살까지는 분기별로 끊어서 바라보고 있는 상태다.

오늘 대학생 때와 군대에 있을 때의 시간을 살펴보고 있다.

이냐시오 영신수련은 예수회 창립자인 로욜라 이냐시오가 쓴 피정 지침서다.

영신수련 가운데 죄묵상의 본질은 식별(분별)에 있다.

죄의 근원이 악(마)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찾아내야 한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를 좋아하는, 그리고 퍼실리테이터라는 자격을 갖춘 나에게는 잘 어울리는 방법이다.

퍼실리테이션 안에는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이끌어낸다는 규칙이 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것이 나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좋은 질문을 만드는 것이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이기도 하다.

이런 질문이 필요한 이유는 통찰(인사이트)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주님의 위로와 거짓 예언자들의 값싼 위로를 구별하라.’

이냐시오 성인이 강조하고 또 강조했던 지침이었다. 

어느덧 엘 부르고 라느로(El burgo ranro) 마을에 도착했다.

여기에는 산 페드로(Iglesia San Petro) 성당이 있다.

옛날에 이 곳에 아름다운 성모상이 있었다고 한다.

그 성모상이 너무 아름다워 레온 대성당으로 옮겨졌다.

‘레온에 가면 꼭 성모상을 봐야지!’

엘 부르고 라느로 마을 모습이다. 정면으로 산 페드로 성당이 보인다
이 성당 제대화 중심에 베드로 성인 성상이 서 있다. 이 성당에 있던 성모상이 너무도 아름다워 레온대성당으로 옮겼다고 한다.

길을 걷다 꼭 들러야 할 장소가 있다.

지난 1998년 순례길에서 죽은 맨프레드 프레드리히(Manfred kress Friedrich)를 기리는 십자가 비석이다.

더불어 이곳에는 성모님의 암자(Ermita de Nuestra Senora de Perales)가 있다.

이름이 이렇게 붙은 이유는 성모상의 모습이 독특하기 때문이란다. 

걷는 것은 참 좋다.

나처럼 생각이 많은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 같다.

걷다 보면 이런 저런 여려 생각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아무 생각없이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다 다시 또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정도 정리된 느낌을 받는다.

오늘도 역시 목적지인 렐리에호스에 도착하니, 생각이 많이 정리됐다.

라면 맛집이라고 한국순례자들의 블로그 글이 많았다. 라면을 먹는데 우리가 먹는 라면과 다르다. 면과 국물이 너무도 이질적이다. 이것은 라면일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메뉴판을 보니 한국인들이 많이 오긴 하나보다. 신라면은 한글로 써있다. 한그릇에 7,500원이다. 햇반은 코로나로 인해 지금 수입이 안된다고 한다.

렐리에호스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 인구는 200여명정도다.

마을에 들어올 때마다 드는 생각은 스페인도 초고령사회라는 점이다. 농촌은 공동화현상이 심각해져 여기도 우리나라처럼 소멸위기마을로 가득했다. 농촌지역에서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 노인들이다.

젊은 사람은 너무도 귀하다. 이곳 공립 알베르게 관리자분도 할아버지다.

우리는 체크-인을 마친 후 순례자의 일상적인 활동인 샤워와 빨래를 했다.

스페인에서 빨래를 하고 햇빛에 1시간 정도 널어놓으면 완전히 말라있다.

역시 태양의 나라다. 

내일은 대도시 레온(leon)에 들어간다.

레온에서 해야 할 일이 많기에 2박을 할 숙소를 검색했다.

내가 찾은 숙소는 레온 까미노 호텔(Hotel Leon Camino)이다.

레온대성당까지 1.6km떨어져 있어 레온을 둘러볼 때 거리도 적당하다.

‘드디어 레온이구나!’

벌써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렐리에호스 마을 모습. 마을이 작다. 스페인도 우리나라처럼 농촌지역은 소멸위기다.

오늘은 레온으로 들어가는 날이다.

레온은 프랑스길에서 팜플로나와 부르고스에 이어 세 번째로 만나는 대도시다.

메세타 고원을 지나오는 동안 작은 마을에서는 사람 구경하기 힘들었다. 

레온으로 가는 길에서는 비야모로스 데 만시야(Villamoros de Mansilla)마을에서 산도발 수도원으로 우회하는 길이 하나 더 있다.

산도발 수도원을 방문하게 되면 목적지인 레온까지의 거리가 10km 더 늘어난다.

산도발수도원으로 향하는 우회로를 알려주는 표지판이다. 이 표지판은 산도발수도원의 역사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다.

장 회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회장님의 눈빛을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10km 돌아서 가고 싶지 않아.’

산도발수도원은 12세기(1167년)에 세워진 시토수도원으로, 지금은 공동묘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수다.

http://monasteriodesandova.com으로 들어가서 하면 된다.

이 사이트에 방문해 보니 현장에서 예약하는 것도 가능할 듯 싶었다.

‘산도발수도원아! 미안해. 다음 기회에 올께! 오늘은 너를 만나고 가기 너무 힘들어.’ 

갈림길을 넘어 다시 합류하는 지점인 비야렌테(Villarente)까지 들어서니 기분이 훨씬 좋아진다.

10km거리를 줄여서 점프한 기분이다.

‘그것 조금 안걸었다고 이렇게 기분 좋아지다니!’

비야렌테 상점가 앞을 지날 때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을 발견했다.

가니메데 동상이다. 그가 상징은 벌거벗은 몸과 술병과 물병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스신화에서 가니메데는 동성애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가니메데는 모든 인간들 중 가장 아름다운 미남으로, 이에 반한 올림푸스의 왕 제우스가 가니메데를 탐한다.

제우스가 독수리로 변신해 그를 납치한 뒤 올림푸스로 데려와 자신에 곁에 두고, 술 시중을 들게 했다.

바람둥이 제우스는 수많은 여신과 관계를 가지고,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도 많지만, 그들에게 올림푸스의 공식적인 지위는 부여해 주지 않다.

그러나 가니메데만큼은 1월 별자리인 물병자리를 담당하도록 만들어 줄 만큼 애정이 특별했다고 한다.

상점앞에 서 있는 가니메데 동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남이란다. 좀더 미소년처럼 만들었으면 좋을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야렌테를 지나면 곧 레온에 들어왔다.

레온은 큰 도시다.

포릴로 고개(Alto del Porilo)에 올라서게 되면 레온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레온에 왔구나’

레온에 대한 정보는 상당량을 숙지하고 있던 터라, 사실 어디부터,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

아직 도착하지도 못했으면서 벌써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

레온시내에 들어왔다. 가장 번화한 거리에 진격의 거인이 있다.

드디어 레온에 입성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받아들여 호산나를 외쳤던 이스라엘 백성처럼 어디에선가 빵파르가 울릴 것 같은 기분이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아웃도어점을 찾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지금 나에게 절실한 물건은 장갑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순례길을 나서면 손이 너무 시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른손 검지손가락은 튼지 오래돼 까칠까칠해진 상태다.

놀랐던 점은 장갑 가격이었다. 6유로(8,000원).

1만원도 하지 않는 가격인데 재질이 너무 좋다.

만일 한국의 아웃도어전문점이었으면 최소 3만원 이상은 가격표에 붙어 있을 것이다.

‘레온아 너는 물가도 저렴하구나! 너의 인상이 너무 좋다.’

레온 왕국의 왕인 알폰소 9세 동상. 이 동상은 이시도르 성당으로 향하는 광장에 있다.

레온은 스페인 북부를 대표적하 도시로, 옛날 레온 왕국의 수도였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300km떨어진 곳이다.

레온이라는 이름은 기원전 1세기 칸타브리아 전쟁에 투입된 제6 빅트리스 군단의 주둔지라는 데서 기인했다고 한다. 레온의 라틴어명은 레지오(regio)다. 이 말 뜻은 군대다.

성 요한과 베드로 성당 정면 모습. 정면의 출입구가 베네딕토 수도원 출입문을 해체해 가져와 여기서 재조립한 부분이다. 양 옆의 종탑과 이질적인 모습이다.

여기서 꼭 봐야 할 목록을 뽑았다.

우선 레온대성당(Santa Maria de Leon Cathedral)이다.

이 성당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아름다운 3대 성당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시도르 성당도 꼭 가야한다.

이 성당은 레온대성당보다 앞선 11세기에 지어졌으며, 세비야의 주교학자 이시도르 성인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더불어 옆에 붙어있는 이시도르 박물관에는 예수 시대에 사용했던 성배가 보관돼 있으며, 레온 왕가의 판테온(무덤)이 있다. 성배와 관련, 예수가 최후의 만찬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시기의 물품이라는 내용은 지금도 하계의 논란거리로 알고 있다.

레온은 매년 6월, 성 요한과 성 베드로 축제가 열리는 도시다.

그 축제의 중심에 있는 성당이 성 요한과 베드로 레누에바 성당(Iglesia San Juan y San Pedro de Renueva)이다. 이 성당도 가봐야 한다.

이 성당이 관심을 받는 주된 이유는 성당 입구의 정문 건축물 때문이다.

레온에서 22km 떨어진 산타 올라하 데 에슬론자(Santa Olaja de Eslonza)마을에 베네딕도 수도회가 있었다고 한다. 이 수도회가 폐허가 되면서 방치되었다고.

성 요한과 베드로 레누에바 성당은 폐허가 된 베네딕도 수도회 출입문을 해체해서 이 성당의 출입문으로 재조립했다고 한다.

실제 성당의 모습을 보면 양 옆의 종탑과 이곳에서 조립된 가운데 건출물이 이질적이다.

또, 산 마르코 수도원(Antiguo Convento de San Marcos)도 가야한다.

이곳은 옛 산티아고 기사단이 사용한 건물로, 12세기에 순례자들을 위한 숙소와 병원이 함께 운영됐던 곳이다. 지금은 건물의 대부분은 호텔(parador)로 개조돼 들어갈 수 없다. 일부공간만 출입이 자유롭다.

나는 이 성당에 있는 ‘우는 성모’를 보고 너무 감동받았다.

여기는 로마시대(기원전) 성벽의 모습이 잘 보존돼 있다.

로마시대에 만들어진 성벽. 이 곳을 점령하기 위해 여기를 무너뜨릴 엄두도 안난다.
중세 카스티야 이 레온 왕국때 만들어진 성벽. 저 끝으로 레온대성당이 보인다.

정말 봐야 할 곳이 너무도 많아 이틀동안 다 볼 수 있을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장 회장님과 내가 레온 시내로 들어온 때는 오후 2시.

먼저 이미 예약해 놓은 까미노 호텔로 가야 한다.

레온대성당이 있는 중심거리에서 1.6km 떨어져 있다.

20분이면 충분히 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걸렸다. 호텔에 도착하니 2시 40분이다.

오면서 대형슈퍼마켓을 확인 하고, 주변 구경도 하면서 왔기에 다소 늦은점도 있지만, 40분가량 걸릴 줄은 미처 몰랐다.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는데 문제가 생겼다. 숙박 예약을 나 혼자로 해 놓은 것이다.

다행히 방은 트윈룸을 잡았기에, 프론트 직원이 바로 수정해줬다.

장 회장님의 숙박 등록을 입력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스페인의 일처리 속도는 286컴퓨터급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장에서 모두 해결했지만, 아침 조식 비용 7유로는 추가로 내야 했다.

이시도르 왕립박물관 호텔 입구. 처음엔 이 곳이 왕립박물관 입구인줄 알았다.
이시도르 바실리카의 모습. 여기에는 세비아의 주교학자 이시도르 성인의 관이 제대 뒤에 모셔져 있다.

호텔에서 여장을 푼 후 곧바로 시내 구경을 나섰다.

오늘은 내일 집중적으로 볼 문화유산을 미리 탐색하는 날이며, 내부를 들어가기에 앞서 외부 건축부터 확인할 생각이다.

동선은 레온 성벽을 돌아, 대성당과 이시도르 성당 거쳐 안토니 가우디 건축물인 까사 보티네스를 보고 산마르코수도원으로 향할 계획이다.

레온의 로마시대 성벽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성벽두께는 어마어마했다. 이 성벽을 봤던 그 당시 사람들은 성벽의 두께에 한숨만 나왔을 것만 같다.

오히려 중세시기에 만들어진 성벽들이 많았다.

성벽길을 타고 가면 레온대성당으로 이어지도록 되어 있다.

그 이유는 레온대성당 자체가 도시를 지키는 하나의 성벽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성당앞에 도착하니 엄청난 인파가 몰려있다.

‘성주간(Semana Santa) 행렬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예수수난성지주일이다.

성지주일을 시작으로 수난과 죽음, 부활로 이어지는 성주간이 시작된다.

세마나 산타 행렬. 코스탈레로 수십여명(40-50여명)이 한 개의 파소들 들고 이동한다. 각 파소들 앞에는 정복을 입은 사람이 지휘를 이동한다.

춘분 날짜를 알면 부활절이 언제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제1차 니케아공의회(현 투르키에 니케아)가 열렸는데, 부활절을 언제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이때 로마교회는 춘분 후 만월이 오는 날로 정했었다.

올해 2024년에는 춘분이 3월 20일이다. 그러면 20일 이후 보름달이 뜨는 날을 떠올리고, 그 보름달의 일요일날이 예수부활대축일이 된다.(깨알상식) 

오늘부터 스페인은 전 마을에서 부활절 행사가 펼쳐진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세마나 산타는 스페인 전역에서 가장 큰 행사다.

이것을 볼 수 있다니 정말 축복받은 날이다.

세마나 산타 행렬이 가장 크게 펼쳐지는 도시는 스페인 남부 도시인 세비야라고 한다.

그런데 스페인 북부에서는 레온의 세마나 산타가 가장 크게 열린다고 하니, 오늘 레온에 서 있는 이 순간이 은총처럼 느껴졌다.

레온의 세마나 산타.

각 성당의 신자들이 파소(Paso)를 메고 행진한다. 파소는 예수상과 마리아상이 올려져 있는 단상과 같다.

앞선 관악대가 음악을 연주하고, ‘코프라디아스’(고깔모자를 쓴 사람들)가 뒤를 따른다.

그 사이 사이로 ‘코스탈레로’(성상을 지고 가는 사람)가 움직인다.

코프라디아스의 의상 색깔은 서로 다른 성당에서 참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과거에는 남성만 참여할 수 있었다고.

고깔을 쓰는 의미는 ‘참회’를 뜻한다고 한다.

성상을 지고 움직이는 코스탈레로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코스탈레로들은 예수님의 고난을 함께 짊어진다는 의미를 가진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세마나 산타다.

인구가 적은 마을에서는 세마나 산타를 다른 방법으로 하기도 한다.

우리가 부활을 맞은 폰페라다 마을의 세마나 산타편에서 더 자세히 소개토록 하겠다.

레온대성당 앞에서 세마나 상타 행렬이 멈췄다. 지금은 휴식중이다.

세마나 산타는 전 세계인들이 기다리는 축제와 같다.

이것을 보기 위해 이 시기에 스페인으로 여행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특히 파소에 서 있는 예수상과 성모상은 기적과 치유 등 종교적인 부분은 물론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도 높다고 한다.

세마나 산타의 현장을 보고 있으니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내일은 레온을 탐방하는 날이다. 볼 것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세마나 산타 맨 앞에는 연주단들이 선다. 레온에서 펼쳐지는 세마나 산타 연주단들의 합주가 수준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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