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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파담 Oct 05. 2024

19. 내 영혼이 당신을 찬미하나이다

23일차_레온에서의 달콤한 휴식 … 마니피캇을 떠올리다

산마르코 로만 다리. 내일 순례길을 떠날때 이 다리를 건너간다. 레온 베르네스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로, 12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오랜만에 보는 욕조다.

욕조가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마저 하지 못했던 빨래를 마친 후, 욕조에 들어가 반신욕을 즐겼다.

내가 가져간 태블릿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맘껏 틀어놓고, 몸을 담그는 이 순간이 천국이다.

레온 까미노 호텔의 조식 시간은 7시 30분부터다.

이 시간에 맞춰 내려갔더니, 골프대회에 참가하는 듯한 학생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창가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아침 뷔페를 먹기 시작했다.

다양한 빵들부터 과일들도 종류가 많다.

배 터지도록 먹었다. 오랜만에 포식이다.

레온스페이스. 대형 3층쇼핑몰이다. 영화,게임, 식당은 물론 온갖 종류의 상점들이 몰려있다.

먼저 새 유심으로 교체해야 한다.

현재 쓰고 유심은 아직 7일정도 남아 있었지만, 지금 교체해야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쓸 수 있었다.

만일, 다음 대도시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교체하면 몇 일동안은 데이터를 사용할 없다.

남은 시간이 아깝더라도 지금 교체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나는 현재 ‘보다폰’을 쓰고 있다.

순례길을 걷는 한국인 대부분이 유럽 통신사 중 보다폰(Vodafone)과 쓰리심(3SIM), 오렌지(Orange)를 쓴다.

내 경험상으로 보다폰이 제일 잘 터지는 것 같다.

네이버 ‘까미노친구들’ 카페에 소개된 내용을 보니 레온대성당 근처 포다폰 매장에서 유심을 교체했다.

그런데 리뷰가 최악이다.

직원이 불친절했다느니, 차별이 심했다느니,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느니 등등.

리뷰를 보고 어떤 상황인지 대충 짐작됐다.

‘여기에 가면 큰코다치겠군.’

그래서, 다른 보다폰 매장을 검색했다.

레온스페이스(Espacio León)라는 쇼핑몰에 보다폰 매장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레온스페이스는 9시부터 개장한다. 이곳은 전주효자몰과 같은 곳으로 생각하면 된다.

보다폰 매장은 이곳 2층에 있었다. 내가 첫 손님이다.

그런데 외국인이 잘 오지 않는 곳이었나보다.

직원이 영어를 못했다. 내가 한국인인데도 불구하고 스페인어로 하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대충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짜깁기하고, 팜플로나의 경험을 더듬어 추론해 나갔다.

‘엇! 소통은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는 여권을 달라고 표현이다.

직원은 계속 빠스포르또(Pasporto)를 연발한다.

천천히 또박또박 얘기하니 더 어렵다. ‘빠-스-뽀-루-또’

What did you say? again Please!- 뭐라고? 다시 말해줘! 

유심을 개설한 후, 밖에서 장 회장님과 그 직원을 흉내 내며 서로 웃었다.

현지 유심의 장점은 전화통화도 된다는 점이다. 순례길에서 알베르게 예약은 물론 왓츠앱(What’s App)을 사용할 때 유용하다. 동키서비스(배달서비스)를 할 경우에는 정말 필요하다.

까사 보티네스. 레온에 있는 가우디의 건축물이다.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입장료를 내야 한다.
건물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선이 살아있어야 하고, 곡선이 중요한 요소이기에 깍두기 집을 지어 놓은 가우디 선생님에게 한 수 가르쳐줬다.

이제 레온 투어를 시작하자.

우리는 바로 보티네스 저택(Casa Botines)으로 향했다.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이다.

4년전 바로셀로나에서 가우디의 걸작 ‘성가족성당(la Sagrada Familia)’와 구엘공원, 까사 밀라, 까사 바요트를 둘러 본 적이 있다.

가우디가 남긴 명언이 기억난다.

‘직선은 인간의 선이요, 곡선은 신의 선이다.’

바로셀로나에서 본 가우디 건축물은 곡선뿐이다.

현장에서 보면 정말 와! 소리밖에 나오지 않느다.

그런데, 까사 보티네스는 바로셀로나에서 본 것과는 다르게 스페인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건물같다.

내용을 살펴보니 가우디가 까사 보티네스를 건축할 때, 레온대성당의 고딕양식에 영감을 받아 지었기 때문에 마치 성처럼 만들어졌다고 한다.

레온에서 가우디 건축물은 감흥이 오지 않았다.

‘안토니 가우디 선생님! 실망이에요.’

이시도르 성당 입구. 이시도르는 바실리카다. 이곳은 교황청에서 관리하는 성당이다.
이시도르 성당 내부. 제대 뒤편에 이시도르 성인의 유해가 담긴 은관이 있다.

근처 이시도르 성당으로 향했다.

이시도르 성당에 들어가면서, 장 회장님을 놀렸다.

“회장님? 이시도르가 농부들의 주보성인인거 아시죠?”

“......”

“가톨릭 농민회 회장님은 이시도르 성인 앞에서 10번 큰절 하셔야 해요. 여기 방문하는 농부들은 그렇게 한다네요.”

“......”

그리고, 성당에서 회장님은 절하지 않았다.

‘역시 똑똑한 회장님이시다!’

여기 제대에 모셔져 있는 성인의 유해는 세비야의 주교학자 이시도르 성인이다.

이시도르 성인 유해 앞에 성인들의 통공을 위한 기도를 드리고 나왔다.

왕립박물관은 우리가 방문한 월요일이 휴관이었다.

왕립박물관 관계자와 우리에게 내일 10시에 여니 그때 오라고 한다.

왕립박물관에서 봐야 할 주요내용은 성배와 판테온이다.

꼭 봐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장 회장님께 상의드렸더니, 안 봐도 된다며 순례길을 떠나자고 하신다.

‘내일 10시면 우리는 순례길을 걷고 있을거야.’

레온대성당 모습. 많은 관광객들이 레온이라고 써있는 이 곳에서 성당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벌써 오후다. 바로 레온대성당으로 향했다.

톨레도대성당, 부르고스대성당과 더불어 레온대성당(Catedral de Santa Maria de Leon)은 스페인에서 3대 고딕 성당이다. 그리고 이 3개의 성당 모두 성모마리아에게 봉헌된 성모성당이다.

레온대성당 걸작은 3단에 걸쳐 높고 길쭉한 125개 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은 빛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많아 오늘처럼 맑고 햇빛이 강한 날에 더욱 멋질 것으로 기대하며 성당으로 들어갔다.

‘아뿔사! 성당이 왜 이렇게 어둡지?’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빛이 들어오지 않는 성당 같다. 스테인드글라스와 빛이 따로 노는 느낌이다.

나에게 전혀 감흥이 닿질 않는다.

‘너무 이쁜 성당을 많이 봐서 그럴까?’

기대감이 커서 그랬는지 몰라도 레온대성당에 대한 실망도 컸다.

‘레온대성당 실망이에요.!’

성당 운영과 유지를 위해 입장료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면 입장료를 받는다는 것이 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이것은 나의 느낌이다.

내부에 있을 때 한국 순례자 이승희씨를 다시 만났다.

이분은 직업이 화가인 분인데, 그녀는 나와는 정반대의 느낌을 이야기한다.

“레온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에 완전 푹 빠졌어요. 어떻게 이렇게 장엄할 수가 있을까요?”

사람 마다의 생각차이가 크다.

이 자리에 우리 장 회장님은 안계셨지만, 이 곳에 계셨다면 그분이 했을 말이 떠오른다.

‘이거 다 서민들 피 쪽쪽 빨아 먹었구만!’

일관성 있는 장 회장님이시다.

레온대성당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한 성당이다. 사람마다 보는 느낌이 다르니 내부 사진을 올려본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많은 순례자들이 스테인드글라스에 감명을 받은 것 같다.
레온대성당 내부

레온대성당을 나와 산마르코 수도원으로 향했다.

산 마르코 수도원은 12세기에 산티아고로 향하는 순례자들을 위한 장소로 재건된 곳이다.

16세기에는 산티아고 기사단의 본부로 사용됐다.

건물 내부에서 나를 강하게 끌어당겼던 작품은 다름아닌 ‘우는 성모’였다.

다음은 ‘우는 성모’를 소개하는 글이다.(파파고 번역기를 1차로 돌렸으며, 돌린 내용을 토대로 해석한 것입니다.)

당신(성모님)은 괴로움의 길을 걷네요.

나는 언제나 당신께 충실하고 싶어요.

당신(성모님)은 언제나 부드러움을 보여주네요.

당신(성모님)의 사랑이 느껴져요.

매일 밤 당신께 기도합니다.

당신은 신성한 나무(뒤의 십자가) 앞에 서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아들을 위해 소리치는 은총을 보고 있어요.

내 노래를 들어주세요.

제 마지막 때가 오면, 어머니, 당신의 망토 아래 저를 받아주세요.

저를 당신의 곁에 있게 해 주세요. 우리 은총의 어머니시여.

성모님의 우는 모습이 너무 슬프다. 마치 살아서 눈물 흘리는 것 같아 내 맘이 무척 아팠다.

이 글을 보니 살베레지나(성모 찬송)가 생각난다.

가톨릭에서 ‘살베 레지나(성모찬송)’는 ‘마니피캇(마리아의 찬송)’과 함께 하루를 마치는 성무일도 끝기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다.

우선 마니피캇이다.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했을 때, 엘리사벳이 마리아에 대해 복되신 어머니라는 칭송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마리아는 “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다”며 하느님을 찬양하는 노래를 하게 되는데, 이를 마니피캇(찬송의노래)라 한다.

살베 레지나는 11세기 베네딕도 수도회에서 만들어졌다. 

레온의 밤에 ‘우는 성모’ 앞에서 성모님의 간구를 바라며 살베 레지나를 읊조렸다. 

여왕이시여! 사-랑이 넘친 어머니, 우리의 생-명, 기쁨 희망이시여,

당신 우러-러 하와의 그 자손들이,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나이다-

슬픔의 골짜기에서- 우리들의- 보호자 성모여!

(옛날에는 하도 많이 불러서 라틴어로도 줄줄 나왔는데 지금은 많이 잊어버렸네요. 한국말 번역 노래도 전체를 기억 못해 죄송합니다. 성모님. 용서해주세요.)

‘성모님! 그만 눈물 흘리셨으면 좋겠어요.’

벌써 밤이다.

산 마르코 수도원 앞의 순례자상과 인사한 후 숙소로 돌아갔다.

산마르코수도원 앞에 있는 순례자 기념비. 이 동상은 조각가 마르틴 바스케스 데 아쿠냐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이들을 위해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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