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lyness 깬 내면 Mar 17. 2024

하지 마, 하지 마.

단편 소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 정민과 민주. 깨 볶는 냄새가 솔솔  풍길 만도 한데, 그날은 옆구리 때문에


"하지 말랬지? 하지 마. 하지 마? 한 번만 더 하면 이혼할 줄 알아?"

"... 이혼? 아니, 무슨 이혼이라는 말을 그렇게 쉽게 해?"


서로 한눈에 반해 3달 만에 결혼한 첫날밤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호텔에서 그녀가 창문 밖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는 순간 남편 정민이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아주 단순한 행동이었다. 단지 한쪽 옆구리  '쿡쿡' 찌르고 반대쪽에서 안 보이게 쭈그려 앉아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앜" 그녀는 옆구리에 두 손바닥으로 빠르게 가리며 소스라치게 놀라는 소리를 했다. 완전히 딴 사람이 된듯한 얼굴로 뒤돌아 보고는 '씩씩'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는 다음으로 할 행동 '침대로 안고 가기'를 할 마음이 뚝 떨어졌다.


"자기야 왜 그래? 오늘 너무 행복한 날이라. 장난 삼아 놀려 주고 싶어서..."

"하지 마?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마? , 옆구리 찌르는 거, 아주 싫어해. 제발"

"..."


시간이 흘러 잊은체 같은 행동으로 신혼 첫날밤처럼 삭막한 분위기가 똑같이 연출되었다. 남편은 퇴근 후 부엌에서 콧노래를 하며 음식을 하던 그녀의 옆구리를 찔렀던 거다.


"따란~ 자기 주려고 이거 샀지... 로옹.." '씨익' 흰 이를 보이며 엉큼하게 웃는 그에게

"앜-"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는 뒤돌아 보며 그가 사 온, 눈앞의 꽃다발을 잡아채 내동댕이 쳤다.


"하지 마. 하지 말랬지? 옆구리 찌르지 말라고. 다시 한번만 더 해봐? 헤어지고 싶지 않으면, 그만해."

"..."

그녀의 돌변한 모습은 여느 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뒤로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 괜히 장난기가 올라와 같은 장난을 하고 싶었지만, 순간 그녀의 화내던 모습이 먼저 떠올라  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장난을 하곤 했는데, 더 심한 장난을 해도 욕을 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런 모습을 보면 이상하다 싶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왜 자꾸 궁금해지는지... 하지만, 화를 내는 그녀의 얼굴에서 분노가 섞인 불안한 눈빛은 차마 묻지도 실행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래? 그럼 옆구리 빼고는 다른 장난은 해도 괜찮다 이거지...'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달달한 신혼에 빠진 그는 다양한 장난거리를 생각하거나 검색해서 그녀를 놀려 주고는 했다. 가짜 뱀을 보여 주거나, 바퀴벌레를 신발 속에 넣거나 등으로 놀려 주었다. 그때마다 놀라운 건 자기가 생각해도 심하다 싶은데도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깔깔'거리며 웃어 주던지, 아주 많이 놀랐다는 표정을 과장해 보이며 리액션으로 재미있게 받아 주기도 했다. 때로는 '어머' 짧은 비명을 지르며 그의 품에 안기려는 그녀의 행동에 재미가 들리기도 했다.


그렇게 남편의 장난에 그녀도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비슷한 장난으로 복수를 하기도 했다. 또는 자기도 나름 '이런 아이디어가 나도 있어' 하며 특이한 장난을 하기도 했다. 퇴근하는 남편에게


"여보, 오늘도 수고했어요. 사랑하는 남편님 뽀뽀"

"자, 뽀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남편은 그녀의 말에 눈을 지그시 감고 입술을 쭈욱 내밀었다. 그러자 새로 산 반려동물 이구아나와 뽀뽀를 시키기도 했다.

"읔..."

"와-하하하, 호호호호 당했지롱?"

순간 기분 나빠진 그는 입술을 손등으로 문질러 닦았다. 그러고는 양손으로 그녀의 양 허리를 꽉 잡으려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순간 움찔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도 움찔하며 행동을 멈추었다. 두 사람의 눈빛이 교차하는 순간 아차 싶었다. 하지만 잽싸게 다른 행동을 하며 돌려 말했다.


"나, 금방 씻고 나올게. 밥 줘. 배고파"

"..."

둘은 미묘하게 어색함 때문에 고개를 숙인체 말 없이 저녁을 먹었다. 너무 어색했는지 남편이 밥을 다 먹을 즈음 먼저 말을 꺼냈다.


"혹시, 뭐 하나 물어봐도 돼?"

"... 뭐?"

"저기, 자기 그... 옆구리에 대한 건데. 왜 그렇게 예민한 거야? 트라우마라도..."

"싫어. 묻지 마. 말하고 싶지 않아. 제발 묻지 마. 그 예기는 앞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 지난 일 같은데 잊어버려."

"싫어. 싫다구." 큰 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궁금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그녀의 과민 반응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

 *


남편과 친한 친구와 부부 동반 만남이 있는 날이다. 결혼도 비슷한 시기. 모두가 같은 동갑이라 친구처럼 빠르게 친해졌다. '하하, 호호'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는 중, 남편 정민으로 인해 순간 분위기가 쇠해졌다.


"너? 강지수 기억나지?" 정민 친구가 말했다.

"야, 너 왜? 갑자기 걔 얘기를 하는데?"

"아니, 걔 말고, 다른 강지수 대학교 때?"

"...... 야? 그 얘기하지 마. 난 그 자식도 싫어"

정민은 일그러진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다가 담배를 피우려는지 밖으로 나갔다.


그의 표정을 본 다른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 자기 앞의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셨다. 그러다 정민 아내 민주는 궁금했는지 낮은 소리를 남편 친구를 향해 물었다.


""오호라, 강지수? 갑자기 왜 저래요?" 장난기가 발동한 그녀는 남편 친구에게 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가끔 강지수란 이름이 나오면 싫어하더라고요."

"동명이인인가 보죠?"

"네..."

정민이 돌아온 후 가벼운 이야기 몇 마디 더 하고, 어색하게 헤어졌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민주는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웃으며 남편에게 접근하면서 엉덩이를 푹 찔렀다. 돌아오는 반응이 시큰둥하다. '어라 안 통하네' 잠깐 고민하다.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야? 강지수가 누구야?"

"... 묻지 마.  말하기 싫어."

"왜? 누군데? 누군데? 오호 약점 발견"

"아이 C-, 말하지 말랬지. 묻지 마. 묻지 마.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아."

"그렇다고 왜 화를 내고 그래?"

"싫어 싫다고. 그만해."

"참나, 알았어. 그만할게."


현관문을 들어오다 술에 잔뜩 취한 남편은 비틀거리다 실수로 그녀의 옆구리를 잡는다는 게 찌르고 말았다. 그 순간 민주는 본능처럼 역시나 소스라치게 놀라며 말했다.


"악, 하지 말랬지? 왜 그래?" 소리 지르며 말했다.

"미안, 미안... 실수야. 실수."

"... 실수?"

"그래 실수. 근데 왜 자꾸 과민 반응인데? 남편이 옆구리 좀 만지면 안 돼?"

"안돼. 내가 싫어. 하지 마? 싫다는데 왜 자꾸 그래?"

"남편이 그까짓 것도 못하냐?" 술 취한 그는 짜증 내듯 말했다.

"그까짓?"

" 왜 그러는데 말해봐? 말 안 하면 또 찌른다?" 검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럼 너도 말해봐. 강지수가 누구야? 왜 그렇게 과민 반응인데? 그년이 도대체 누군데?"

"......" 그는 그녀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담배를 입에 꺼내 물고 밖으로 나갔다.


강지수. 그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 정민이 다니던 고등학교 일진으로 꽤 유명했다. 그놈으로 인해 순식간에 정민은 왕따가 되었었다. 자기 의붓아버지를 닮았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다. 눈을 마주칠 때마다 때리거나 심부름을 시키곤 했다. 그가 화가 날 때마다 불러 남녀 고등학생이 모인 곳에서 팬티만 입은 체 엉덩이를 흔드는 춤을 는 등의 모욕적이고 치욕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했어야 했다. 그에게 강지수는 이름만 들어도 뇌가 망가질 것만 같은 인간이었다.


정민은 줄 담배를 피우고, 한참 후에나 들어왔다. 멍하니 앉아 꺼진 TV를 보고있는 민주에게 더 이상 옆구리를 찌르지 않을 테니 다시는 강지수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강지수 그 새끼는 여자가 아니고, 남자라고만 말했다.



♬ 내면/심리 글을 주로 올리고 있으며, 구독하면 뚝딱 볼 수 있습니다~ 좋은 문장 응원도 좋고 오타나 어설픈 문장 조언 남기시면, 고마울 따름입니다! <참고: 깨달음 外 글쓰기는 별개 취미로 관련짓지 않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능력 없는 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