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글쓰기로 몇 백씩 번다던데

by 러너인

“남들은 글쓰기 부업으로 몇 백씩 번다던데... 영상 보냈으니 시간 될 때 봐봐.” 2021년 초, 아내의 말에 무슨 소린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참 인기 있는 돈 벌기 강의 유튜버 영상을 틀었다. 전자책으로 돈을 벌고, 브런치 작가가 돼서 책을 출간하고 강의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 평소 글쓰기에 흥미는 있었다. ‘돈이 되는 글쓰기’라니 낯설고 새로웠다.


브런치에 글을 쓰려면 작가 승인이 필요했다. 기획서와 목차, 샘플원고 세 편. 뭐가 이렇게 거창하지? 창을 닫아버렸다.

며칠 후 아내의 독촉이 시작되었다.

“내가 보내준 영상 봤어? 어때 할 수 있겠어?”

“어. 보긴 봤어. 그런데 전자책을 내가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브런치 작가가 돼서 투고로 책을 내고 강의수입을 올릴 수 있다곤 하는데... 브런치 작가도 아무나 되는 게 아닐 것 같더라고.” “어휴. 그럼 그렇지. 그렇게 게을러서 뭐가 되겠어? 시도도 안 해보고... 말한 내 입만 아프지. 됐어. 관둬.”


졸지에 자기 계발 안 하는 게으른 인간이 된 것 같아 씁쓸했다. 브런치 입성을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달리기에 푹 빠진 지 6개월쯤 되었을 때라 달리기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살이 몰라볼 정도로 빠지고 변화된 삶에 대해 쓰겠다고 적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한참 감명받던 시기였다. 매일 문장을 필사하며 나만의 생각을 덧붙였고, 그걸 토대로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쓰겠다고 했다.


며칠 뒤 메일을 받았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작가로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불합격 소식에 괜히 기분이 상했다.

‘아니, 너희가 뭐라고 글을 쓸 자격을 주니 마니 하냐고!’ 나름 글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그래, 내가 작정하고 써서 지원한 건 아니니까.’

하루키 책 리뷰 이야기는 식상한 것 같아서 방향을 틀었다. 나를 달리게 한 번아웃과 극복을 주제로 두 번째 계획서를 썼다. 회사와 집에서 힘들었던 날들을 이상의 『날개』에 빗대어 써 내려갔다. 이번엔 나름 재치 있게 썼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다.

‘그래, 이번엔 되겠지. 너희 브런치가 작가님을 몰라봤지. 이번엔 진지하게 재도전이다!’


메일을 놓칠까 봐 회사 메일 주소를 적었다.
며칠 뒤, 출근 후 받은 편지함에 브런치에서 온 메일이 보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열어보니 또 불합격이었다. 한 해에 두 번이나 브런치에 도전해서 미끄러지니 회의감이 밀려왔다.
‘내가 글을 써도 되는 사람인가? 고작 회사 기안문 좀 쓴다고 글을 잘 쓴다고 착각하고 살아온 건 아닐까?' 씁쓸했다. 기회만 주면 나도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원망스러웠다. 또 떨어졌다는 말에 월 수입 수백만 원이 날아간 듯 와이프는 입을 꾹 닫았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 책을 내고, 책을 내야 강의 수입이 생긴다는데...


마흔여섯 직장인. 달린 지 6개월 만에 풀코스 완주에 성공하고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믿었지만, 브런치가 쏜 두 발의 총탄에 가슴이 텅 빈 것처럼 뚫렸다. 꼴도 보기 싫은 원망스러운 브런치, 다시는 쳐다보기 싫어서 어플을 지웠지만, 한동안 미련이 남았다.


블로그를 새로 만들었다. 웃프게도 블로그 제목이 ‘행복작가 미니락의 브런치 도전기’였다. 첫 번째 불합격은 잠시 나를 주춤하게 만들었을 뿐, 이렇게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진 않았다. 두 번째 불합격은 달랐다. 나를 진지하게 만들었고, 과연 내가 글을 쓸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두려움을 안겼다.


브런치에 합격할 때까지 제대로 블로그를 운영해 보기로 했다. 브런치 작가들의 자기소개와 브런치북을 분석해서 그들의 노하우를 연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달리며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써보기로 했다. 돈 벌기 영상에서 시작된 브런치 도전은 두 번의 실패로 끝났지만,
그 실패는 블로그를 시작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실패는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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