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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님 Jan 22. 2022

이 남자가 '악마'로 컴백하는 법 | 최강창민 <데빌>

아티스트 최강창민의 가치관과 가능성

불과 한 달여 전에 "18년 역사의 정점을 찍었다"라고 호들갑을 떨었는데,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음악을 곧바로 내놓다니. 동방신기 최강창민 얘기다.


최강창민이 지난 13일 두 번째 솔로 음반 <데빌(Devil) - The 2nd Mini Album>을 발표했다. 음반 제목과 동명의 타이틀 곡을 포함해 여섯 곡이 실렸고, 지난 일본 앨범 <휴먼> 리뷰에서 극찬했듯 이 음반에서 역시 최강창민은 정체를 지키되 정체하지 않고자 노력한 바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보컬적 장기를 적극 살리면서 장르의 폭을 넓혀 새로운 시도를 펼쳤다. 자신을 향한 기대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신선함도 선사한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이 같은 감상은 앞서 언급했듯 <휴먼> 리뷰에서 열과 성을 다해 적어낸 바 있다. 물론 <데빌>과 <휴먼>은 전반적인 색깔과 개별곡들의 구성에서 전혀 다르지만, 최강창민 스스로의 음악세계를 확장하는 과정 중에 낳은 결과물이라는 점은 같기에 음반 리뷰를 한다면 '최강창민 표 음악 참 다채롭다'라는 결론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하여, 이번에는 전곡 리뷰가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 타이틀곡 'Devil'에서 느낀 최강창민의 가치관에 관한 것이다.


이번 음반의 타이틀곡 'Devil'은 스웨덴 가수 알렉스 루노의 동명 곡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가사는 단순 번안에 머물지 않고 새로 썼다. 작사가는 최강창민이다.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발탁됐다는 최강창민 표 'Devil'의 가사는, 원곡에서와 마찬가지로(제목부터 그렇지만) '악마'란 소재를 그대로 쓰고 있지만 전혀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원곡의 영어 가사는(비루한 영어 실력으로 의역하자면) 악마의 유혹 앞에 놓인 화자가, 자신이 여태 옳은 길을 걷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혹에 흔들리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며 죄와 고통을 씻기 위해 비를 내려 달라(Let it rain)고 말하는 내용이다. 나는 이 가사를 선과 악의 기로에 선 인간의 나약한 면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이해했으며, 이 곡의 시작점이 자기 연민에서 출발했으리라는 인상을 받았다.

 

반면 최강창민의 'Devil'은 화자가 악마의 유혹을 받는다는 점은 같지만 이에 대한 반응에서 원곡과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여기서 최강창민은 '수없이 불어오는 거센 시련에 막혀 길 잃은 아이처럼 단 한 걸음 못 내딜 때'도 '내가 견뎌야 할 아름다운 방황의 시간'이라며 '버거울 거라'던 악마의 '속삭임'과 '비웃음'은 '두렵지 않다'라고 한다. 특히 원곡과 가장 차이가 두드러지는 대목은 브릿지 파트인데 원곡에선 'hear me, brother / hear me, sister / just listen / all I have to say is / ohh, let it rain'와 같이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라고 호소하는 반면, 같은 멜로디 위에 최강창민은 '운명이란 이름으로 뒤틀린 광야 속에서 빛을 향해서 걸어가'겠다는 분명하고 확고한 의지의 표현을 얹었다.


https://youtu.be/XVwi2VF7_R4


이처럼 최강창민의 'Devil'은 자기 확신으로 똘똘 뭉쳐있다. 신(神)이나 다른 누군가에게 유혹을 이겨내고 자리를 지켜낼 힘을 달라고 기도하는 게 아니라, 여태 자신이 선택한 길,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신념을 바탕으로 스스로 의지를 다지는 문장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대목에서 아티스트로서 최강창민이 보여준 가치관에 새삼 놀랐다.


악마나 악당, '악'에 관한 설정은 콘텐츠를 만들 때 매력적인 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 '절대 악'이 아닌 '일탈'의 일종으로 해석, 치명적인 존재로 변주하는 것이다. 실제로 최강창민의 신곡 제목이 공개됐을 당시 '최강창민이 악마라면 영혼도 팔겠다'는 농담 반 진담 반(아마 진담 99%...) 반응이 다수 있었던 바. 그러나 최강창민은 악마의 가면을 직접 쓰고 타인을 유혹하는 존재가 되는 대신에 자기 자신으로서 악마에 정면으로 맞서는 법을 택했다. 지난해 연말 데뷔 18주년 기념 라이브에서 "세상 앞에 떳떳할 수 있는 진정성"을 언급했던 그의 성정에 꼭 맞는 결과물이다.


덧붙이자면, 이번 음반에는 'Devil' 외에도 'Alien'의 가사를 최강창민이 직접 썼다. 'Alien'은 누군가에게 첫눈에 반한 순간을 우주 생물체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에 비유한 곡인데, 'Devil'과 'Alien' 두 곡 다 최강창민만의 해석과 발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더욱이 그 상상력을 음악과 어울리는 노랫말로 풀어내는 능력이, 여태 그의 작사곡들과 비교했을 때 한층 정돈되고 자연스러워 가창자뿐만 아니라 창작자로서의 가능성도 한층 넓혔다고 평할 수 있겠다.


최강창민의 <데빌>은 멜론 등 음원사이트에서 감상할 수 있다.

http://kko.to/4AYvyT8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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