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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May 18. 2024

당신은 무엇을 키우시나요?

사랑과 애정을 듬뿍 담아♡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 덧없이 느껴지던 시절에 갑자기 찾아온 코로나로 그 지루한 일상에 모두가 갇혀버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나만 이렇게 있지 않구나라는 사실이었다.  몇 년을 혼자 버텨내야 하는 느리게 자라는 딸아이의 육아가 우울감을 한없이 쌓아가던 시점이었다.


 전 국민의 격리기간이 더해져 모두가 집에 갇혀야 하는 상황에서 그간 지내온 나의 하루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건 슬프면서도 괜스레 반가운 소통이었다.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이라는 돌밥돌밥 속에서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다 보니 늘어나는 건 잔소리와 미간의 주름이었다. 아이들과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부글거리는 마음의 관심과 시선을 다른 곳에 돌리고 싶어졌다. 그렇게 키우게 된 화초에 물을 주며 나는 매일


사랑해~ 쑥쑥 자라라


라는 말을 해주게 되었다.


 한 이파리씩 봉긋 솟아날 때마다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 함께 솟아났다. 사랑과 관심을 줄수록 더 푸르게 싱싱하게 커가며 지친 내 마음에 위로를 주는 건 역시 이 화초구나 싶었다.

왜 그리  중 노년의 어머니들이 꽃을 키우고 화초에 물을 주는지 공감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날도 사랑해~ 쑥쑥 자라라라고 말하며 애정과 사랑을 물과 함께 흘려보내는 나를 보며 남편이 뭐 이런 사람이 있어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같은 표정으로 뭐! 뭘 보는데~ 왜!라고 대꾸하자


식구들한테는 그렇게 안 하면서! 화초에게는 애정을 한 없이 주고 있네~!


 남편이 말했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와버렸다.


 가족에게 내가 주고 싶은 애정은 화초에게 전한 마음과 비슷한데 이상하게 울 집 식구들은 잔소리로 들었다.


 건강한 음식 한 번 더 먹이고 싶은 엄마마음과 달리 못 먹을 음식 주는 엄마가 되어 없는 솜씨에도 해주는 음식마다 좌절감을 느끼곤 했다.


 집에만 있는데도 왜 이리 빨래가 늘어나는지...

학교에서 해주지 못하는 공부는 집에서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메꿔줘야 할 거 같은데.. 문제는 엄마 말을 듣지 않는 자식과의 실랑이었다.


 친자감별에 유전자 검사보다 더 정확하다는 친 자식 친엄마가 가르치지 못한다는 진리를 직접 겪으며 머리를 수 없이 쥐어뜯게 되었다.

설명하는 내가 문제 인지 못 알아듣는 아이의 귓등이 문제 인지 남편과 서로 협의를 보다 다투기까지 했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소통이 이리 어려운 것인가를 느끼고 또 느끼던 시간. 그 시간 한 지인의 말에 따르면 자기의 지인은  세 쌍이나 이혼을 했다고 말했다. 나라고 버티기 쉬웠겠는가냐마는 가족 간의 적당한 관계의 거리 두기를 위해 키웠던 화초가 그 시간을 버티게 하는 비법이었다.

 

 이제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남편은 회사에 간다. 나는 오랜 경력 단절의 시간을 깨고 오전시간에는 프리랜서로 오후에는 정해진시간 동안 일하는 취업을 하게 되었다.


 일하는 엄마로서 시간을 보내자 시든 건 늘 싱싱했던 화초였다. 그토록 사랑했던 화초들은 관심을 못 받자 시들어버렸고 말라죽어버렸다. 미처 신경 쓸 새도 없이 퇴근 후 늘 소파에 잠시 누워 기력을 보충해야 했다.  가족의 저녁식사를 챙기고 밀린 살림을 마무리하면 자야 할 시간이 되버렸다는 핑계를 대본다.

 

 마르고 시든 화초를 정리한 후 나는 이제 무엇을 키워야 하나 고민했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내가 가진 재능과 열정에 사랑을 담아 키워본다.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한 요즘 스스로에게 "사랑해 쑥쑥 자라라~"라고 말하며 움츠렸던 내 안의 작은 싹들이 파릇하게 피어나기를 응원한다. 그렇게 마흔에 비로소 내가 키워가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남편에게 맞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책을 보고 글을 써 내려간다. 수업자료를 찾아보고 강의를 준비해 본다.  건강하게 먹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 이야기 나누며 웃어본다. 그리고 상쾌한 바람을 쐬며 산책을 자주 한다.


화초를 키우며 연습했던 가족과의 적당한관계거리두기를 지속하며 내안의 양육과 육아에 대한 불필요한 불안을 덜어내본다.

 

 엄마인 나만의  싹이 움트고 꽃을 피우며 나로서의 성장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때 아이들도 자신의 특별함을 스스로 피워갈 거라 믿는다.


늦게 피워도 괜찮아,
넌 분명 네 계절에 피어날 꽃이니까♡


출처 : 마음우체통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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