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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Jul 04. 2024

가끔은 자존심 상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화끈거리는 얼굴만 참을 수 있다면

왜 그런 자리를 마련했는지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 묻고 싶었다.


나는 그 자리의 어떤 초라한 한 사람

그러니까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한 아이의 엄마였다.


다시 생각하니

그날의 기억 속 내 마음 어느 언저리에서

울컥 올라오는  초라함이 주는

서글픔이 떠오른다.


" 그러니까 이 엄마는요. ~

 학부모회 회장이세요. 학교를 위해서 애쓰고 계시면서 아이도 학업성적이 뛰어난 아이지요!"


" 이 엄마는 다양한 책을 알고 계시면서 다방면으로 뛰어나신 분이에요. 배울 점이 참 많은 사람이랍니다. "


" 이 분은요. 학부모 동아리 대표이셨고요.  늘 열심히 학부모 동아리를 이끄시면서 최선을 다하신 분이에요. "


점점 내 차례가 오면서 왜 그런 설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나는 도대체 뭐라고 설명하려나 궁금해졌다.


" 아... 아.. 이분은...


(아이를 설명하자니 나는 도움반 특수아동의 엄마이다. 우리 아이는 뛰어난 게 없다.  8살인데 엄마라고 말도 못 하는 아이, 초등 입학 첫 상담 때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물으셨다.  여명학교 특수학교에 안 가고 일반 학교에 온 이유가 뭐죠? 그렇다 나는 아이로 말할 게 없는 엄마이다. 왜 이 학교에 왔냐고 들었던 불청객 같은 엄마였다. )


음. 이분은.. 그러니까.. 매일 걸어서 학교 오시고 걸어서 집에 가시는 열심히 걸어 다니시는 엄마세요."


듣고 나니 나는 뚜벅이 엄마


아이를 버스 타고 걸어서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의 첫 일상을 걸으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의 엄마였다.


[최선이나 배울 점이나 뛰어난] 은 들어가지 않은


걸어 다니는 엄마


그게 나의 부연설명이었다.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그게 뭐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걸어 다니는 엄마라고 말한 그분은


그 뒤 나에게 이런 말도 했다.


" 가리영씨

별 볼 일 없는 사람인지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러니까 나는 별 볼 일 없으면서 걸어 다니는 사람이었다.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

화끈거리는 얼굴은

내 마음 어딘가의 버튼을 눌렀다.


보이는 판단이 아닌

내 내면의 진가를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아 그리고  내가 보여준 적이 있는가?


아픈 아이를 7년 동안 집에서 홀로

독박육아로 키우며

나는 알게 모르게 남들과 다른

나의 내면이 키워져 있었다.


해도 해도 안 되는 상황에서

하염없이 울어도 봤고

심한 좌절감에 붕괴라는 감정도

수없이 느껴보았다.  


그러나 엄마라는 책임감에 포기할 수 없었던 아이에 대한 생명의 보호자로

나는 다시 일어서야 하는 순간들을

누구보다 오래 겪어왔다.


깊은 구덩이 속에서 아무리 외쳐봐도

아무도 나를 건져내 줄 수 없었던 막막함이

나의 하루에 울릴 때에도

나는 버티고 버텨야 했다.


으스러질 것처럼 때로는 꺼져버릴 거 같은

아이의 나약한 생명 앞에서

나는 간절히 비는 법을 배웠다.

제발 살려주시라고, 나 좀 도와주세요라고


대답 없는 소리 가운데 희망을 잡아야 했고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이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며

먹이고 키워왔다.


비록 별 볼 일 없고 비루해 보여도

나는 버티는 힘을 누구보다도 키워왔다.

묵묵히 참아야 하는 시간이

인내라는 단어로 나를 채워주었.


아이의 연약함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나의 고난이 다른 이를 공감하는 마음으로 여물어가게 했다.




잠시 화끈거린 내 마음은


나를 판단하기에

누군가에겐 내가

잠깐의 스쳐가는 풍경의 초라해 보이는

한 그루의 작은 나무 일지라도


얼마나 많은 시간

그곳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아왔는지 아냐고


나는 아직 꽃을 피우지도 않았고 열매도 맺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10명의 학부모들 중에서

일 년이 지나기도 전

누군가는 힘들다고 포기하고 귀찮아하며 

도전하지 않던 글쓰기에서 

끝까지 남은 한 사람의 글 쓰는 학부모가 되었다.


그렇게 묵묵히 인내하며  쓴 글이

1등을 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을 울리는 글이 되었다.

그리고 표창까지 받게 되었다.


하나의 꽃이 피었고 향기가 난 순간이었다.


그리고 하나씩 꽃이  피자

사람들은  그 꽃들을 보기 시작했다.  


나만의 특별한 꽃을 보며

갑자기 핀 거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언제부터 피기 시작한 거야?라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버티며 눈물을 먹고 피어낸 꽃이라고...


새록새록 피어나는 꽃들이  열매가 되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있다.


묵묵히 버티며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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