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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간을 날아 캐나다로~

여수에서 출발했으니 꼬박 16시간

by 가리영
여보 캐나다 가자~

라고 도전적으로 건넨 남편의 여행제안은

캐나다행 비행기 티켓 가격이

무려 70만 원이나 싸진 그 주

주말 특가 때문이었다.

그 뒤로 비행기티켓값은 고공행진이었다.

4인 가족 700만 원에서 870만 원까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래 이렇게 비행기 티켓값이라도 싸게 잘 산 거 우리 그냥 마통으로 여행을 즐기고 오자 싶었다.


마통이란 바로 [마이너스 통장]이다.

미래 비용으로 지금의 여행을 즐기고

나중에 갚으면 되지라는 마음으로

무모하게 도전한 캐나다 여행!


여행을 자주 가지 않고

걸어서 세계 속으로 여행 프로그램으로 대신했던

우리는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는

만 12세가 지나면 어른비행티켓값이

된다는 걸 캐나다 여행에 다녀와서야 알았다.


큰 아이가 만 12살이 되기 전

초등학교 5학년이 해외여행을 가기에는 비용적으로 가장 좋은 시기였다.


그러니 미래비용이지만 적절한 여행 시기까지 더해져 우리는 25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절감했다며 좋아했다.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다녀온 후

12년 만에 가보는 인천공항이었다.


소개팅으로 6개월이 되기도 전에

뭐에 홀린 듯 결혼을 해버린

남편과 나는 미처 친해지기도 전에

신혼여행을 갔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마저 가물가물 거리는 신혼여행10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치고 인천공항에서 여수로 내려오는

5시간의 버스 안에서 너무 힘들다며 울었던

나의 모습이 여행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힘드냐고 토닥이거나 다독이지 않는

초 이성적인 남편 덕분에

다시는 5시간 이상의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그 모든 걸 다 잊어버리고 우리 가족은 11시간의 비행시간에 도전을 한 것이다.

이 또한 여행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하나의 이유였다.


비행기는 에어캐나다.

남편은 좌석마다 모니터가 있어서

영화 몇 편보고 잠깐 자다 보면

잘 도착할 거라고 말했다.

집에 티브이가 없는 일상이라 아이들은

비행을 하는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이 영상 저 영상을 보느라 바빴다.

그리고 남편의 말대로 수월하게?

도착한 캐나다 밴쿠버였다.

남편은 수월하게 혼자 앉았고

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오랜 비행을 견뎌야 했기에 너무나 피곤한 비행이었음을 고백해 본다.


엄마는 위대하다.

신혼여행에서 울었던 나는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는 의지로 피곤하지만

울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여수에서 인천공항까지 우리는 5시간이 넘게 고속도로를 달려야 했다. 이 또한 여행의 시작이라 미리 지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우리 집 큰 아들의 말에 의하면 캐나다 간다는 생각에 설레어서 40분 거리에 가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저녁 6시 비행기를 타고 수많은 구름사이를 지나 산맥들의 절경을 구경하며 우리나라보다 하루의 시간이 늦은 캐나다에 도착했다.


왠지 하루를 더 사는 기분 분명 월요일에 출발했는데 다시 월요일 오전이라고 한다.


도착한 캐나다는 우기였다.

파란 하늘 대신 회색빛 하늘이 우리를 기다렸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남편은 팀 홀튼 도넛 커피숍의 커피 향을 맡으며 바로 이게 캐나다 냄새야라고 말했다.


이제 도착은 하였고 문제는 시차적응이다!


시차적응을 하려고 하면 한달 내내 해도

끝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도착한 날 캐나다 시간으로 무조건 저녁 9시 아니 최소한 8시까지 잠이 와도 눈을 부릅뜨고 버텨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오늘의 졸린 잠을 이겨내면 시차적응은 성공이라고 했다.


오후 4시쯤 미친 듯이 잠이 오기 시작했다. 지금 자면 나는 여행내내 피곤함에 그리고 적응하지 못한 신체리듬으로 멍해있으리라. 눈을 꼬집고 부릅뜨다 20분 정도 나도 모르게 엎드려 자고 말았다.


깜짝 놀란 나는 다시 일어나 움직여보려고 했고 그렇게 시간을 버티고 버텨서 온 가족이 9시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새벽 3시에 눈을 뜨고 6시에 눈을 2번 뜨며 그렇게 시차적응으로 캐나다 여행을 시작하였다.




-11시간의 비행은 2번의 기내식과 2번의 간식으로 사육처럼 앉아서 먹고 잠시 졸다가 영상을 보면 긴긴 비행이 심한 포만감과 다소 다리의 부종을 느끼면 마무리가 된다.


-80대의 노약자에게는 긴 비행을 권하지 않는다. 아는 지인의 어머님은 캐나다에 도착하자마자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에어캐나다는 한국더빙이나 번역의 영화가 별로 없었으나 한국 승무원은 있어서 도움을 요청하기에 편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처럼 우리나라 국적기가 아니어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중국사람들도 많았고 아랍계의 사람들도 많았다.


-하나의 에피소드는 반려견과 함께 탄 나의 앞자리 승객의 강아지가 한참 비행 중에 탈출로 비행기 안에서 소동이 있었다.


-첫날의 시차적응이 중요하니 꼭 미리 잠들지 말고 버티기를 당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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