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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는 뭐하는 사람이예요?

개발, 디자인, 경영지원 빼고 다...? 사람 없으면 그것도 해야하긴..

마케터. 거의 모든 회사에 다 있는 사람인데.

정확히 뭐하는 사람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대학교 때부터 쭉 했음에도 속 시원하게 정의해준 사람은 없었다.


광고 업계엔 AE, 스탓텁엔 마케터가 있다


내가 지금까지 몸으로 겪은 마케터의 R&R은 광활하기 그지 없다.

체험단 요청할 리스트를 만든답시고 인스타를 뒤지면서 현타를 맞기도 하고,

PM이나 PO가 없어서 DB를 보면서 퍼널도 분석하고, 앱 기획을 하기도 한다.

이벤트 경품 가격대를 맞추느라 무신사 쿠폰 받는 법을 찾아다닌 적도 있다.


물론 이걸 크게 나누면, 세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1. 고객이 될 만한 사람을 찾아서 관심을 얻는 것.

2. 고객에게 우리 제품을 아주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

3. 우리 제품을 사야하는 이유를 설득하는 것.


즉 흥미 유발 - 설명 - 설득, 이렇게 3가지가 마케터의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1번 흥미 유발 파트에 눈길을 사로잡혀 마케터를 시작한다.

아름답고 세련된 광고나 재미 있는 캠페인과 팝업. 아 얼마나 가슴 떨리는 일인가.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흥미 유발은 진짜 마케팅의 아주 사소한 부분이다.


사람이 지나간다고 생각하자.

이 사람의 눈길을 끄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리를 빽 질러도 되고,

바지를 훅 벗어도 되고,

맛있는 냄새를 풍겨도 된다.

멋진 옷을 입거나 노래를 불러도 되겠다.


하지만 눈길을 끌었다고 

내가 파는 물건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주어질까?


내가 파는 물건에 대한 흥미로

눈길을 끌지 않으면, 내 설명을 그 사람이 들을까?

"악! 거기! 선생님! 제가 파는 거 한번만 봐주실래요?"


당신은 그 설명을 듣겠는가?

뭐야~하면서 지나가겠지.

그리고 어찌저찌 예산을 엄청 넣어서

흥미를 얻은 다음 설명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렇게 호락호락 알아들을까?


한 사람의 흥미를 얻는다는 것 정말 다양한 방식이 있다.

하지만 마케팅에서 흥미를 얻는다는 건,

내가 파는 물건과 연관이 있는 방식으로 흥미를 얻는다는 일이다.




자 우리가 (쌩쑈를 해서) 간신히 눈길을 얻은 사람에게

나이키 아울렛에서 이월상품으로 나온 신발을 팔아야 한다고 하자.

이 사람은 신발이 필요한 사람일까?

나이키를 살 만한 사람일까? 

당신이 생각한 나이키를 살 법한 사람은 진짜 나이키를 사는 사람일까?


토스의 책 '유난한 도전'을 보면 재밌는 구절이 나온다.

'이번에도 어차피 실패할 거니까' 하고 더 빨리 실패할 수 있는 용기와 실행력의 수준에 도달했다.

우리가 하는 소비에 대한 대부분의 가정, 가설은 틀린다. 

갖가지 예측과 통계를 통해 힙합을 좋아하는 20대 중반 대학생 등등

이렇게 페르소나를 만들고 타겟을 해서 랜딩 페이지도 만들어보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경력이 한참 쌓여서 정확히 같은 업계의 유사한 예시가 쌓이기 전까지는 대부분 틀린다.


꽌시를 강조하는 드라마 미생의 최 전무


심지어 완전 대박을 친 마케팅 전략도 시간이 가면 안 먹히기도 한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시대가 저물면서, 리타겟팅이 어려워져서 DA 광고 비중을 줄이고 있기도 하고....

드라마 미생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최전무(극 중 이경영)도 중국 무역으로 성공했지만, 결국엔 중국 무역에 발목을 잡혀 좌천되고 만다.


결국 계속 새로운 가설을 새우고 데이터를 확보해가며 

가설이 맞는지 확인을 해야하는 게 필수인 직업이다.

여기서 AB 테스트며, FGI며 다 나오는거다. 


근데 이 작업을 다들 별로 안 좋아한다.

여기서부터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숫자, 데이터가 나오기 때문이다.

마케팅 팀에게 숫자는 곧 실적이고 KPI다.


아름다웠던 흥미 유발의 세계가 땅바닥에 떨어져

PMF 라는 이름으로 평가 당하고, 표현의 영역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 견뎌야 마케팅이 의미가 있어진다.

마케터는 결국 물건을 파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는 사람에 맞춰 물건을 설명할 줄도 알고,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뭔지 파악해서

이 물건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한다.


더 크게는 그걸 체계화해서 광고로 뿌려도

적용이 될 수 있도록 데이터로 검증해내야한다.



나는 오히려 데이터가 생기기 시작하는 [설명 - 설득]의 부분을 더 좋아한다.

데이터가 있어야 동료와 상관에게 내 기획에 대해 설명할 수 있고 설득할 수 있다.


흥미를 유발하는 광고 소재의 단계에서는 모두들 한마디씩 피드백 하기 좋아한다.

나는 안 그렇고, 저기는 좀 어떻고, 뭘 더 넣어줬으면 좋겠다며

모든 사람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이해관계도 있고 개인경험도 있으니까 그렇다.

그렇지만 데이터가 나오면 이야기가 깔끔해진다.


이건 이렇게 진행해야 CTR이 높아지니까

이 문구가 들어가면 전환율이 높아지니까.

이렇게 데이터로 설명하면 가벼운 피드백은 거의 사라진다.


보통 진지하게 고민하고 피드백하는 사람은 데이터가 있다. 

그 때부터 실질적인 토론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나는 아주 가벼운 뎁스의 데이터라도 확보한 상태로 

기획을 하고, 전략을 세우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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