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고내리며 드는 잡다한 생각
작년 8월. 더위가 거의 절정에 이르던 때 남산이 올려다보이는 남산자락에 이사를 왔다.
원래는 남산도서관에 홀딱 반해서, 그 다음은 동네에 반해서.
건물 사이사이 골목사이사이 작은 공간만 있으면 보이는 남산이 마냥 좋고 신기하고 예뻐서 삼복더위 땀을 뻘뻘 흘려가며 후암동 이곳저곳을 관광객처럼 싸돌아 다녔다. 한 사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골목골목은 흡사 이곳은 서울 한복판일리 없다라는 착각마저 들게했다.
파리에서 보았던 에펠탑처럼 동네 곳곳에서 보이는 남산과 남산에 우뚝 자리잡은 서울타워는 아침, 낮, 밤 할 것 없이 다채로움 그 자체였다. 하루가 이렇게 다채로운데 각 계절은 오죽할까.
그렇게 작년 여름부터 난 이른아침 남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딱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인도에서 2년살면서 왕창 빠졌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또 하나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강의만 하게 된 나의 반백수 생활의 게으름을 좀 벗어나보기 위해.
그렇게 그저 습관처럼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올라가는 것 자체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남산도서관앞까지 가서 남산으로 오르는 코스로 가기위해 난 도서관 앞까지 숨을 헐떡이게 하는 언덕과 엄청난 계단을 올라야했다. 남산초입에 발을 디디기도 전에 이미 땀을 바가지로 흘려야했다.
남산을 그저 동네 뒷산쯤으로 오해한 나의 크나큰 정말 오해로 인해. 처음 몇 주는 땀을 흠뻑 뺐다. 심지어 마스크를 쓰고 오르는 것은 몇 배의 숨가쁨이었다. 그저 한발한발 나아갈 뿐이었다. 아무생각없이.
그랬던 어느날부터, 집을 출발하여 언덕을 오르고 후암초등학교 옆 가파른 계단을 올라 건널목을 건너 남산도서관앞을 지나 남산 정상 N타워 앞에 선다. 쉬지 않고.
남산입구에 한 발짝 들이는 순간. 와!! 하고 작은 탄성을 연발한다. 역시 남산은 산이였구나.
너무 시원하고 청명한 산바람이 산줄기를 타고, 아니 친환경버스차가 다니는 버스길을 따라 불어온다. 너무 기분좋은 바람을 맞으며 그렇게 한걸음한걸음 걸으며 생각을 시작한다.
오늘은 사람들이 많구나. 추워서 아무도 없구나. 눈이 와서 또는 비가 와서 이렇게 조용한가, 낙엽길이 멋지구나, 이제 가을이구나, 겨울이구나 등등 생각이 시작된다. 매일 하는 그런저런 생각들이 때로는 너무 아까워서, 혹시라도 나중에 이곳에 살지 않게 되었을 때 꺼내보고싶은 추억들을 이렇게 기록을 남기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