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즐기는 Osterhase

사순절 시작을 알리는 부활절 토끼 Osterhase(오스터하제)

by 연우

한국의 설 연휴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친정엄마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설이니 떡국이라도 잘 챙겨 먹고 하라고요. 사실 엄마에게 연락이 오기 전까지 설인지도 잊었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독일의 어느 날이었거든요. 하지만 전화를 받은 날 이후 희한하게 명절 전야 같은 들뜸 내지는 휴일 같은 감성에 젖게 되었습니다. 참 이상하죠. 그러다 문득 독일도 종교 명절기간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독일도 사순절(Lent) 기간의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까지 40일 동안을 말하는데요. 그 사순절 시작 바로 며칠 동안 각 도시들이 들썩입니다.


주말에 우연히 방문한 쾰른에서 카니발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에서도 가장 유명한 쾰른의 카니발(사육제, 謝肉祭)은 정말 대단하긴 합니다. 다양한 코스튬을 입고 거리 행진, 가면무도회 등을 즐기며, 도시 전체가 카니발에 몰입되어 있었습니다. 평범한 차림의 복장이 어찌나 튀던지요. 도시 전체가 클럽이었어요.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장미의 월요일(Rosenmontag)이지만요. 이미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하는 것 같았습니다.

흥이 오를 데로 오른 그 현장의 기운이 감당이 안되더라고요. 베니스의 카니발과는 또 다른 결을 갖고 있어요.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유명한 쾰시 맥주 레스토랑 3곳이나 퇴짜를 맞았고요. 모두 예약이라고 못 들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잔뜩 코스튬 치장을 한 현지인들은 다 들여보내줬어요. 사실 좀. 아니 많이 기분이 상했지만요. 그래도 이들 문화에 결을 못 맞춘 저희 탓이라 생각했습니다. 결국에는 좀 평범한 어떤 곳에서 받아줘서(?) 맛나게 먹기는 했습니다. 혹시라도 이 기간 동안 방문하시는 분들은 맘의 준비를 단단히 하시길!

'제5의 계절'이라고도 불리는 독일의 카니발은 매년 11월 11일 11시 11분에 시작됩니다. 실제로는 크리스마스 기간 등을 제외하고 1월에서 2월 사이에 본격화됩니다. 부활절 40일 전 사순절(Lent) 전날(재의 수요일)까지 이어집니다.

특히나 독일에 카니발 기간 동안 방문 하신다면 재밌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쾰른뿐만이 아니라 다른 도시들도 제 기준에서는 난리이긴 합니다.

'고기와의 작별'이라는 뜻의 사육제(Carnival)는 긴 겨울을 끝내고 봄을 맞이하기 전, 음식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전통인지라 카니발이 딱 끝나고 나면 도시가 온통 적막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차분해집니다. 진심 이 카니발의 취지에 맞게 금욕과 금식을 하는 것일까요? 이제 슬슬 먹거리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토끼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토끼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아니고요. 토끼 모양의 초콜릿, 쿠키들, 빵류, 오브제 등등 재밌고 귀여운 상품들이 앞다퉈 진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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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부활절 토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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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거리가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지게 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덜 부대끼다 보니 덜 맘이 쓰이기는 합니다. 그래서인지 명절 스트레스 쌓인다는 친구들의 수다가 한참인 단톡방을 보고 있자니 먼 나라 남의 얘기 같기도 합니다. 독일사람들처럼 몇 날 며칠 맛난 것들 먹고 실컷 카니발을 즐기고 나면 명절 스트레스를 날려 보낼 수 있을까요? 참고로 카니발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베를리너(Berliner), 크래플(Krapfen), 크박벨헨(Quarkbällchen) 같은 도넛들입니다. 한국의 도넛보다 덜 달달하지만요. 맛납니다.

명절만 되면 있던 정도 떨어진다고 하소연하는 친구들과 달콤하고 부드러운 도넛들 먹으며 독일 카니발 같은 축제를 즐기고 싶어 집니다. 실제로 쾰른 카니발의 시작은 여성카니발로 시작합니다. 제가 본 재밌는 여성의 코스튬은 드레스 전체에 커다란 파르팔레(Farfalle)를 몇 개 달았던 것입니다. 참 멋지더군요. 과감하고요. 머지않은 미래에 마주할 저의 명절에도 대비해서 귀엽고 예쁘고 달달한 토끼 친구들을 실컷 즐겨봐야겠습니다. 백신처럼. 대한민국의 며느리들을 응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