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마트의 양산 빵들

끊을 수 없는 아는 맛. 팥 들어있는 빵이 먹고 싶은 날

by 연우

어젯밤부터 불려놓은 팥을 삶는 중입니다. 독일마트에서는 팔지 않는 팥이기에 한국에서 다람쥐처럼 야금야금 챙겨 와 모셔 둔 팥을 삶습니다. 팥을 한 냄비 삶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진짜 이것까지 해 먹는구나!

희한하게 겨울 내내 팥이 가득 들어있는 찐빵이 생각이 났습니다. 찐빵은 가끔 한인마트에서 냉동을 볼 수 있지만요. 집에 쟁여둔 팥을 삶아 찐빵을 해 먹겠노라 선언만 하다 결국 오늘 아침부터 온 집안에 팥 삶는 냄새와 솥에서 삶아지는 팥의 열기를 느끼며 노트북 앞에 앉아있습니다.


독일의 식사용 빵들을 치즈, 햄류, 소시지, 잼 등과 함께 먹기 때문에 담백합니다. 우리의 쌀밥처럼요. 저는 개인적으로 아침은 빵으로 먹기 때문에 그 외의 설탕이나 버터 등이 들어가서 부드럽고 고소하고 달콤한 빵들은 잘 즐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주말 아침 갓 구운 크로와상을 사다 커피와 늦은 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 외 빵들은 그저 맛이 궁금해서 먹어볼 때 말고는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나 할까요? 그래도 파운드케이크, 마들렌같이 한국에서 시판되는 것들과 비교해서 먹어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러면 주저 없이 사는 편이지요. 그런 것들 중 하나가 양산빵들입니다. 양산빵이라 함은 공장에서 만들어 유통하는 빵을 말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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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마트에서 판매되는 양산빵들인데, 예상보다 기대이상이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 먹는 양산 빵은요. 한국에서의 양산빵 생각하고 큰 기대 안 했다가 깜짝 놀라기 일쑤입니다. 기대 이상입니다. 심지어 쿠키, 비스킷이 주를 이루는 독일 마트의 간식들에 식상해질 때 즈음 부드럽고 촉촉한 양산 빵들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덜 먹어야지 하면서도 정말 가끔 생각날 정도입니다.

밀카의 소프트 무 (Milka Soft Moo)

그중에서도 밀카 소프트 무(Milka Soft Moo)는 너무 귀엽기도 하고 선호하는 맛의 간식이지만 애써 외면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게 흡사 한국 오리온의 '참붕어빵' 같은 느낌인데요. 한국에서도 아주 아주 가끔 딱 한 개씩만 먹는 아이템이었거든요. 쫄깃하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요. 폭신하고 이빨에 살짝 달라붙는 질감을 좋아하는 저의 최애 양산 빵이라면 빵이었어요. 팥이 들어있는 참붕어빵과는 다르게 초코가 들어있는 스펀지 빵인 밀카의 '소프트 무'를 볼 때마다 팥 소가 생각이 너더라고요.


왜 서양에서는 팥을 즐기지 않을까요? 물론 팥이 동아시아에서 생육했던 탓에 서양인들에게 익숙해질 시간이 부족했겠지요. 그럼에도 후식으로 이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고, 다양한 문화 교류로 인해서 어느 정도 단맛 나는 콩에 대한 거부감은 줄어들었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의문이 듭니다. 초콜릿 대신 팥 넣은 밀카의 스펀지케이크가 출시되면 어떨까라는 맹랑한 생각도 해 봅니다.

팥이 부슬부슬 부서질 정도로 다 삶아지면 dm에서 산 대추시럽을 넣고 달달하게 팥 소를 만들 예정입니다. 물론 쌀가루를 사서 반죽을 하고 발효를 하는 공정이 남아있기는 합니다. 오늘은 찐빵을 못 만들 수도 있어요. 아마 내일 저녁때나 돼야 맛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해 봅니다. 남대문시장의 그 유명한 찐빵집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그래도 맛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 암시해 봅니다. 김치도 담가 먹는 저는 김치찌개를 끓여 먹으려 해도 먼저 김치를 담아 익혀야 합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한국 떠나 사는 많은 한국인들의 일상이지 싶네요.

팥찐빵이 뭐라고 이렇게... 그래도 결과물이 그럴싸하면 뿌듯합니다. 힘들고 번거롭지만 이 맛에 한 땀 한 땀 다 해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