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계의 솔티드 캐러멜 브루노스트(Brunost)

치즈 맛 스포합니다. 치즈에서 초콜릿을 맛보다.

by 연우

언제부터인지 한국 음식에 짠맛과 단맛의 만남이 실패 없는 필승 카드가 되었습니다. 단맛과 짠맛 나는 음식을 말할 때 사용되는 '단짠단짠'이라는 용어가 때로는 부정적으로 쓰이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음식의 성격을 규정지을 때도 쓰입니다. 어떤 한국음식은 원래 그런 맛을 갖는 음식들이 아니었을 텐데도 점점 변해가는 것 같아서 많이 아쉽습니다. 참... 자꾸 나이 얘기 하기 싫지만요. 노화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낯선 환경에서 지내서인지 요즘은 무턱대고 단짠단짠 음식들에 거부감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애초부터 단짠 맛의 긍정적인 쓰임으로 솔티드캐러멜이나 솔티드초콜릿, 솔티드버터 같은 것들은 납득이 됩니다. 맛있다고 생각되기도 하고요. 개인적인 선입견이나 취향일 수도 있겠습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은 확실히 치즈와 소시지, 햄류가 주된 식재료입니다. 주식인 빵과 함께 먹기 때문에 빵에 최적화가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고 맛, 향, 질감 모두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먹는 것만 사 먹고요. 다른 것은 그다지 도전을 못 하고 있었습니다. 막상 궁금해서 사고는 몇 번 먹고 버려지기 일쑤였기 때문에 안전한 치즈나 햄, 소시지만 사 먹었더랬죠. 그러던 중 되게 낯선 치즈를 발견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브라운치즈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얼른 호기심에 사 왔습니다. 와~ 이 맛은 정말 솔티드캐러멜을 잇는 치즈계의 솔티드 캐러멜이었습니다. 첫맛은 음? 응? 뭐지? 반전의 맛입니다.

아주아주 담백한 호밀이나 밀 빵, 북유럽의 딱딱한 빵인 크내케브뢰드(Knäckebröd)에 올려 먹으면 너무 맛있습니다. 앉은자리에서 그 든든한 크내케브뢰드(Knäckebröd) 한 봉투 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치즈와 궁합이 딱입니다. 제가 참크래커 같은 크래커에도 얹어 먹어봤는데요. 대단합니다. 이렇게 먹다가 얼굴이 또 달덩이처럼 되겠구나 싶은 깨달음과는 다르게 입과 손이 말을 듣지 않는 아주 몹쓸 맛이랍니다.

구드브란스달렌(Gudbrandsdalen)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가장 상징적인 브라운 치즈입니다.

브라운 치즈의 고향은 노르웨이입니다. 현지어로는 '브루노스트(Brunost)'라고 부르는데, 말 그대로 '갈색 치즈'라는 뜻이죠. 이 치즈의 역사는 1863년 노르웨이 구드브란스달 계곡의 한 농장에서 일하던 안네 호브(Anne Hov)라는 여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알려집니다. 당시 치즈를 만들고 남은 유청(Whey)은 대개 버려지거나 가축의 사료로 쓰였는데, 안네는 이 유청에 크림을 넣어 오랫동안 졸여보았고, 그 결과 캐러멜처럼 달콤하고 진한 갈색의 치즈가 탄생되었다고 합니다.

유청에는 유당(Lactose)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오랫동안 끓이면 열에 의해 설탕 성분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고소하고 달콤한 풍미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제가 사 먹은 브라운 치즈는 염소젖과 소 젖, 그리고 크림을 섞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향과 맛이 매우 진한 염소젖으로 만들어진 치즈를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저같이 향이나 맛에 민감한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실 이 단짠의 브라운치즈가 주식처럼 먹는 것은 아닌 것 같고요, 디저트로써 가루처럼 갈아서 토핑을 한다던지 커피와 먹거나 와플 등에 얹어 먹는 것 같아요. 물론 활용하기 나름인 것 같지만요.

어느 문화권이든 역시 단짠맛은 호불호 없이 대부분 호(好)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 브라운치즈만큼은 호(好)인 한 사람으로 동참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이제 좀 유럽사람들 입맛에 한 발짝 다가간 것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