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소보로빵 Streuselkuchen

독일 떠나기 전 볕 좋은 공원에서 커피와 마시고 싶은 슈트로이젤쿠헨

by 연우

초겨울 즈음 시작한 '독일의 달달한 이야기'는 사실 춥고 흐리고 우중충한 독일의 겨울을 반짝거리는 기분으로 지내기 위한 저만의 루틴 중 하나였습니다. 언제 눈 펄펄 내리고 추웠냐 싶게 이제 독일은 온통 봄입니다. 아침저녁 일교차가 매우 크기는 하지만 적어도 비도 덜 내리고요 흐린 날도 현저히 줄어들었고요, 해 뜨는 시간도 점점 당겨지고, 해 지는 시간도 늦춰집니다. 작년 10월 26일 일요일 새벽 3시에 해제되었던 서머타임이 곧(3월 29일 일요일 새벽 2시) 다시 시작됩니다. 이제 본격 유럽유럽 하는 날씨의 시작인 것이지요. 노란 나비 흰나비 날아다니고요, 벚꽃도 흩날리고요, 푸른 넓디넓은 잔디밭에는 소풍을 나온 사람들로 북적일 것입니다. 선선하고 따사로운 볕이 드는 공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그런 날들의 시작인 것이지요.

KakaoTalk_20260310_104441043_01.jpg
KakaoTalk_20260310_104441043.jpg
독일의 봄. 언제 도착했는지 봄이 벌써 와 있었네요. 공원의 꽃들이 하나둘 피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가장 생각날 것 같은 것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단연코 독일의 '공기'입니다. 하지만 '하늘'도 빼놓을 수 없지만요. 어느 시간이든 어느 곳이든 그 모든 곳의 공기가 무척 달달합니다. 예전 대학 MT 가서 새벽에 잠이 깨서 맡아보았던 그 숲 속 냄새 같은 그런 청량함을 늘 느낄 수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도 완전 도심에 살고 있는 저에게 조금 더 외곽에 사는 지인이 '제일 안 좋은 공기를 마시는 것'이라는 말에 뜨악하긴 했습니다. 그 정도로 독일의 공기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미세먼지 걱정 없이 맑디맑은 깨끗한 하늘을 매일 볼 수 있는 독일 사람들이 무척이나 부럽습니다. 한국에 너무 가져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다음으로 한국 복귀 후에도 섭섭함 없이 먹어보자 한 것 중 독일식 소보로 빵이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데 굳이 안 먹어봐도 될 것 같았기 때문에 눈길을 주지 않았어요. 하지만 막상 먹어보니 좀 의외였습니다. 한국의 소보로빵보다 더 부스러지는 부드러움이 있고요. 단맛이 덜합니다. 그냥 제 취향인 것이었죠.

슈트로이젤쿠헨(Streuselkuchen). 독일어로 'Streusel(슈트로이젤)'은 '뿌리다'라는 뜻의 streuen에서 유래한 단어로, 밀가루, 버터, 설탕을 섞어 만든 바삭한 알갱이를 뜻합니다. 소보로빵 위에 뿌려진 그 소보로와 같습니다. 유럽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빵이기는 하지만 한국사람들한테도 역시나 익숙한 이 빵이 사실은 소보로 빵의 원조라고 알려집니다. 영 틀린 설은 아닌 것도 같습니다. 일본이 신문물을 훨씬 먼저 받아들였으니 유럽의 빵을 벤치마킹 안 했을 리 없을 것 같아요. 이게 뭐라고 사람들의 입맛이 비슷한 것이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슈트로이젤쿠헨(Streuselkuchen)은 동그란 모양으로 한판을 팔기도 하지만요. 잘라서 조각으로 팔기도 합니다. 카페에서 커피 또는 티와 함께 먹기에도 손색이 없습니다. 아마 독일의 어떤 베이커리에 가던지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kuchen(버터, 설탕류 등이 들어간 케이크류)입니다.

가끔 GLOBUS라는 대형마트로 장을 보러 갑니다. 그곳에 가면 꼭 유혹을 이기지 못해 결국에는 카트에 넣고 마는 것이 바로 슈트로이젤쿠헨입니다. 그나마 스스로 절제하여 반판을 사 오는 것으로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죠.

슈트로이젤쿠헨 종류가 다양한데요. 견과류, 바닐라 넣은 것도 있고요. 베리잼류를 넣은 것들도 있습니다.

슈트로이젤쿠헨은 원래 폴란드 접경지인 실레시아(Silesia) 지역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더라고요. 실레시아 지역은 과거 독일(프로이센)의 영토였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폴란드의 영토가 되었다고 해요. 2011년경에는 이름을 두고 법정에서 다투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번역오류로 인해 이름을 쓰지 못할 위기에 처했던 것이지요. 수백 년간 이 이름을 써온 독일 제과협회는 즉각 반발하기에 이르렀고요, 결국은 유럽 법원의 판결로 현재는 이 이름을 독일에서도 당당히 볼 수 있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슈들을 접할 때마다 가지 많은 나무가 바람 잘 날 없다는 속담이 떠오릅니다. 유럽땅 자체가 가지 많은 나무들 같아요.


이제 슬슬 독일 생활 마무리 준비를 하면서 마음만 싱숭생숭하네요. 그런 와중에 조용히 내려앉은 햇살 받으며 커피 한잔 내려 한국과의 교집합인 소보로 빵을 먹으며, 문득 시간이 무섭게 흐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봄이라서 그런 것인지 뭐 특별히 하는 것 없는데 분주한 날들이 지나네요.

춥고 길었던 겨울에 시작한 연재를 따뜻한 봄날에 마무리합니다. ^^ 그동안 독일의 달달한 이야기에 눈길 주신 작가님들 무한 감사드립니다. 봄맞이 들뜬 마음 진정시키고 조금만 쉬고 또 돌아오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