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흔한 독일의 흔한 후식. 아펠람슈니테(feat. Rahm)
한국에서 김밥을 파는 분식점 이름 중 김밥천국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저 늘 그렇게 불렀으니 이상할 게 없습니다. 도대체 이 상호는 어떻게 작명되었을까요? 문득 궁금해지네요. 그곳에 가면 김밥 말고도 다양한 분식류들을 골라 먹을 수 있잖아요. 메뉴 자체가 수십 가지이니, 골라서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천국이 아닐 수 없기는 하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사과를 품종에 따라 골라 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또한 사과의 산지였던 대구의 기온이 높아져 사과가 잘 자랄 수 없게 되었다죠. 사과는 그렇게 최적의 장소를 찾아 위로위로 올라갔어요. 몇 년 전부터 평창군의 대관령이나 진부 등의 기온이 낮은 지역에서 사과가 잘 자라는 것을 보면, 사과가 생존을 위해 터전을 옮겨 다녀야 하는 현실이 한국은 사과에게 천국은 아닌 것일까요?
조금은 다른 의미로 독일은 사과의 천국인 것 같습니다. 독일은 대부분의 지역이 사과가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프랑크푸르트가 속해 있는 헤센주의 특산물 중 하나가 사과입니다. 아펠바인(사과와인), 사과주스, 사과파이 등등 사과를 이용한 음식들도 흔하지만요, 사과 품종도 매우 다양합니다. 지역마다 열리는 야외오픈 마켓에 가면 개인 농장들이 판매하는 사과를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과 비교해서 가격도 저렴해서 2kg에 약 3.5유로면 비싼 편에 속하고요. 그보다 더 저렴하고 맛있는 사과들도 많습니다.
가끔 시내에서 열리는 마켓에 가서 농장에서 판매하는 바로 짜서 만든 사과 주스를 사 먹기도 하는데요. 달지도 않고 진짜 찐입니다.
사과를 아침마다 한 개씩 꼭꼭 드시는 지인분께서는 전 세계의 사과가격에 관심이 되게 많으신데요. 그분께서 독일을 엄청 부러워하시더라고요. 한국 사과가 언제부터인가 너무 비싸졌다고 하시면서요. 사실 한국에서는 사과 가격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품종과 크기를 골라 먹는 것이 쉽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독일은 사과로 봐서는 천국일 수밖에 없어요. 원하는 품종을 원하는 가격대로 다양하게 골라먹을 수 있거든요.
사과를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일까요? 후식류에도 사과를 활용한 것들을 꽤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그중 단연코 제일 흔한 것이 Apfelrahmschnitte(아펠람슈니테)일 것입니다. Apfel(사과) + Rahm(크림/생크림) + Schnitte(조각/자른 것)을 합친 말입니다. 즉, 크림 들어간 사과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 크림이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너무 헛갈리더라고요. Rahm(람)은 지방 함량이 25-30% 이상 함유한 고지방 생크림입니다. 그런데 Sahne(사네)라고도 해요. 좀 살다 보니 독일 남부(바이에른,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Rahm이라고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러고 보면 독일이라는 나라도 참 넓기도 하고요, 주마다 문화적 차이도 커서 지역방언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참고로 디저트 재료에 슈만트(Schmand)라는 단어가 보이면 이것은 생크림입니다.
Apfelrahmschnitte(아펠람슈니테)는 겉모습은 소보로 얹은 맘모스 빵처럼 생겼습니다. 사실 맘모스를 매머드라고 하는 게 맞지만요. 맘모스 빵은 맘모스 빵이라야 맞는 것 같아요.
아무튼 맘모스빵은 소보로빵 사이에 잼이 있는 형태라면, 아펠람슈니테는 촉촉한 파이와 키슈(Quiche)의 중간 형태입니다.
파이의 바닥 시트(Mürbeteig)는 밀가루, 버터, 설탕, 달걀로 반죽하여 냉장휴지해서 밀어서 만들고요. 필링(Filling)은 보통 사과, 레몬즙 등으로 만듧니다. 필링에 섞을 크림 혼합물은 생크림(Sahne), 사워크림(또는 Schmand), 달걀, 설탕, 바닐라, 시나몬 가루 등을 넣어 만들어 부어서 굽습니다. 대략 어떤 질감의 결과물이 나올지 상상이 되시죠? 꽤 부드러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예상보다 많이 달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한 조각 정도 먹으면 한 끼 식사 할 수 있을 정도로 든든합니다.
흐리고 눈 오고 비도 오고 해도 잘 나지 않는 우울한 독일의 겨울을 지나는 중입니다. 사과를 저장하는 많은 방법 중에 술, 주스, 식초, 잼 같은 것들의 노하우가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일 테죠. 옛날 옛날 독일 조상들도 춥고 긴 겨울을 지내면서 Apfelrahmschnitte(아펠람슈니테)같은 것을 만들어 먹으면서 살아왔겠죠? 그렇게 생각하고 먹으니 귀하게 보이네요. 커피와 역시 어울리는 Apfelrahmschnitte(아펠람슈니테) 한 조각 먹는 이곳이 천국이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