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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Mar 20. 2023

태어나지 않았던 나날들

10분 글쓰기

사노요코의 소설의 독후감을 읽으며 이 단어의 나열을 보자마자 눈물부터 핑 돌아서 고개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나의 지난 삶을 딱 10 글자로 요약하자면 그러했다.

"태어나지 않았던 나날들"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수많은 날들을 바라보지 않고 외면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왜? 난 안 태어났으니까 이런 건 나랑 상관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장 기억하는 처음 내가 나를 저버렸던 건 아마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던 때였을 것이다. 아니다. 아마 거울을 보며 나의 생김새에 대해 꼼꼼히 평가하고 채점한 날일 것이다. 아니다. 아주 어린 시절 동생에게 모든 것을 주어야 했던 날일 것이다.


"언니가 돼서 동생 좀 주라"


이러한 날들이 모여서 결국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않았던 사람이 되어 어느 순간부터는 죽음에 가까운 무기력함만 남았다


지금은 괜찮다. 베란다 창문에서 한참을 멍하니 죽음과 마주하다 등을 돌려 침대로 돌아간 순간부터 한참을 죽음에 가까운 행동만 하다 어느덧 그 정반대의 방향인 새로운 탄생의 길로 걸어갔다. 나를 살리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 왔고 (그 노력들이 무엇인지 지금은 밝히고 싶지 않다.) 지금에야 비로소 30년 전에 태어난 사람이 되어서 현실을 마주한다.


어느 쪽이 더 편하냐 하면 죽음으로 향하는 길이 훨씬 편하다. 조금 실패하고, 조금 불안해도 ', 뭐 어차피 죽을 건데 괜찮아'하면 현실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지금은 현실을 마주한 무게를 느끼며 나를 끌어가는 중이다. 이 쪽이 더 힘들지만 편한 길의 끝이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에 무거운 몸을  시간의 지평선으로 이끌어 걸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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