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12일째
오늘은 대망의 여행 마지막 날이다.
어제 하루 종일 휴식을 취해서인지 허리의 통증이 전보다 줄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더 이상의 허리 통증 악화를 막기 위해 마지막 날은 오로지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현대 미술관으로 향했다.
현대 미술은 어렵고도 쉽다. 내가 생각하는 현대미술은 탐미 보다 작품 그 자체가 무엇을 담고자 하는지 주제를 추측하는 재미가 있다. 앤디 워홀의 캠벨 깡통보다 고흐의 수련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처럼 현대 미술은 작품 본연의 미를 탐구하기보단 현대 미술은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 했을까 생각하면서 작품 앞에 한참을 서있게 한다.
그래서 도시를 여행할 때 빼놓지 않는 계획 중 하나가 미술관 관람인데 미술관의 작품들을 보면 그 나라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어 최대한 오랜 시간, 최대한 많이 방문하고자 한다.
동성애 관련 작품을 전시하는 헬싱키의 미술관을 보면서 핀란드는 개방적이고 잘못된 과거를 반성하는 나라구나 짐작할 수 있고, 에스토니아로 향하는 뗏목을 전시한 것을 보면서(실제 이 뗏목으로 바다를 건너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핀란드의 높은 물가를 풍자하는 작가의 의도를 추측할 수 있었다.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나니 마침내 이 모든 여정이 끝이 났다.
아쉽기도 한 반면 집에 가고 싶기도 하고 무어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이다.
비행기는 오후 시간이라 숙소에 돌아가 짐을 챙기고 처음 마주한 기차역, 헬싱키 공항을 거슬러 왔다.
일단 오랜 시간 여행이 가능하게끔 돈을 벌었던 나 자신이 제일 기특하고 이런 나 자신이 있게끔 도와준 가족들에게 감사하고 이렇게 한번씩 훌쩍 해외로 튀었다가도 돌아오면 반겨주는 친구들에게도 감사하다. 딱히 그들이 내 글을 보고 있어서 이러한 맨트를 작성한 것은 아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진 것들이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니고 당연하게 주어진 것들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일깨워주는 교훈과 감각이 좋아 이따금 기회만 되면 엄마 말마따나 기어 나가는 것이다.
이 후로 다시 또 기어나가게 된 곳이 캐나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