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그림책(6개월 이내 출간)에서 엄선한 그림책으로 서로의 역량을 키우는 '그림책 리터러시'는 연구소 회원을 위한 스터디입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으로 만나는데요,
코로나 이전에 해 왔던 동계와 하계 워크숍으로 만났던 때가 그립습니다.
오프라인으로 만나 더 깊 이, 더 넓게, 더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요,
올여름 사무실에서 워크숍 해볼까요?^^
(하계 세미나 공지는 4월에 올릴게요)
3월 그림책살롱에서 만난 신간 그림책은
<기억의 숲을 지나> 리이징 지음, 김세실 옮김, 나는별
상실의 경험은 누구에게 한 번쯤, 어쩌면 더 많은 마음의 상흔을 겪은 적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 경험에서 우리는 추억이라는 이름과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감정을 추스립니다. 대상을 회상하며 보고 싶은 마음을 달래고, 슬픔을 나누고, 다양한 감정을 가족과 교류하며 잊으려 애씁니다. 어쩌면 잊으려 애쓰는 동안 더 가슴에 깊이 내려앉아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일어나질 못할 때도 있어요.
만약, 어린 소녀(년)가 사랑하는 엄마를 잃은 마음이라면 어떨까요? 청소년 성인으로 보는 가슴앓이 보다 더 더 더 깊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자기의 할 일, 자신이 나아갈 길을 헤매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린아이일수록 엄마의 부재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려 더 깊은 슬픔, 깊은 상처로 남는 것을 고수하기도 하지요.
여기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나'는 곁에 없는 엄마 없음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요?
많은 이미지와 텍스트로 '나'라는 아이의 마음을 극적으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늘, 그림책 살롱에서는 글과 그림의 예술에 담긴, 작가의 의도와 독자의 경험치로 같이 리터러시를 이해하고 찾으려고 했어요.
그림책 리터러시에서 그림책 깊이 읽기를 하려면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요,
제가 회원분들과 수강생들에게 강조하는 그림책 리터러시 깊이 읽기의 5가지 원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미지 안에서 읽기
이미지 이면을 읽기
텍스트 안에서 읽기
텍스트 이면을 읽기
그리고
독자의 경험으로 함께 읽기!
가 포함되어야 진정으로 저자와 독자로서의 리터러시의 풍요로움을 지닐 수 있습니다.
위 그림책 리터러시 깊이 읽기 5가지 원리로 보기 위해서는 <기억의 숲을 지나> 그림책은 적어도 서른 번은 읽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심오한 상징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는 무엇일까요?
넥타이(스카프)의 상징을 꼭 이해하셔야 합니다.
(붉은) 모자의 상징을 꼭 이해하셔야 합니다.
'공허'라고 하는 '나'의 또 다른 실체에 대한 이미지,
바람개비의 중요성,
그리고
'나'라는 소녀(년)이 기억 소환을 통해 찾아가는 길(정체성)을 이해한다면
이 책의 그림책 깊이 읽기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으로 보셔도 좋습니다.
또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상징적 요소는
이미지와 텍스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 소녀(년)이 바람개비를 손에 쥘 때의 모습을 자세히 보세요.
아이의 얼굴과 바람개비의 이미지가 이 책 전체를 통틀어 봤을 때 가장 크고 선명하게 등장합니다. 엄마의 가장 큰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장면 이후로 공허의 크기가 작아지고, 공허와 사이가 멀어지면서 소녀(년)는 당당한 자기의 앞길을 찾고 밝은 길을 걸어갑니다. 슬프고 오랜 아픔의 기억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아주 중요한 게 또 있는데요, 억압과 애도에서의 태도입니다.
애도, 즉 상실에 대한 깊은 마음 챙김 할 때는 '그냥 슬퍼한다고', '시간이 약이라고', '그냥 떠나버리면 된다'라고 하는 위험한 발상을 상기시키듯 책에서 한 장면을 제시합니다.
공허라는 친구와 깊은 포용을 하면서 애도와 슬픔을 '참 만남'으로 깊이 나누는 장면인데요,
슬픔과 아픔을 시간이 흐르는 대로 두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 애도 경험과 애도에서의 실천적 방법까지 잘 나타낸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저 멀리 사라지는 애도의 실체, 공허가 이야기합니다.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찾아와.
늘 여기서 기다릴게!"라면서 손을 흔들지요.
주인공 아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목에 둘렀던 넥타이(스카프)를 허무는 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흩날리는 저 넓은 초원과 들판에 엄마와 가족, 친구와 그 누구의 추억으로 가득한 숨결 같은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