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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화 Jan 11. 2024

(프롤로그)인문학 시식 코너

소식좌의 변명

 유튜브며 공중파까지 먹방이 넘쳐난다. 많이 먹기, 빨리 먹기가 대부분인 와중에 소식좌가 등장했다. 김밥 한 알-한 줄이 아니다-이면 한 끼가 되고 치킨 한 조각도 배가 불러 남기는 이들이다. 온몸이 위장인 듯한 사람들만 보다가 소주잔 한잔 크기의 위장을 가진 사람을 보니 새삼 세상은 넓고 인간은 저마다 제각각이구나 싶다.


 글을 쓰며 인문학 지식이 부족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래서 꾸준히 공부했지만, 나의 소화력은 소식좌였나보다. 많이 욱여넣을 수도 없고, 넣어봐야 소화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안 먹고 살 수는 없으니 매끼 식사를 준비하듯 매주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스승님은 인문학에 관한 대형 도서관을 머릿속에 넣고 다니는 분이다. 한 시간 동안 초집중하지 않으면 문학에서 철학, 역사와 예술의 세계까지 넘나드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물론 나 같은 소식좌의 기준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두뇌 용량의 부족인지 노력 부족인지 아직 깨닫지 못했으나 여전히 도서관 주위를 기웃댄다. 


 40대가 이대로 끝나기 전에 뭔가를 시작해야 했다. 나처럼 인문학 무식쟁이, 소식좌를 위해 시식 코너를 만들어야겠다. 맛보고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도서관 본관으로 안내하면 되는 거다.

 인문학에 관한 책이 넘쳐나지만, 맛보기만 하는 책은 없다. 필자가 조금만 알고 있으니 할 수 없다. 그러나 모르는 것을 당당하게-당당할 일은 아니겠지만- 인정하고 같이 배우러 가자고 손 내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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