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고도 인간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
언젠가 철학원에 갔던 나는 작가가 되려고 공부하고 있는데, 되겠냐는 질문을 했다. 질문을 들은 역술가는 대운이 들어 기회가 있었는데, 그 해마다 아이를 낳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아니었다면 그때 작가가 될 수 있었을 거라나. 믿거나 말거나 내게는 작품 하나씩과 맞바꾼 아이가 셋 있다.
모든 명작을 읽고 나면 주인공이 머릿속에 남는다. 악인일지라도 매력이 있어야 하고 누구나 만나고 싶은 인간을 그리는 것이 명작이다.
말이 쉽지, 작가라면 누구나 그런 인물을 창조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것이다. 어쨌든 그런 인간을 만드는 법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을 형상화할 것.
둘째 구체적인 생동감을 주는 서술이나 묘사를 할 것.
셋째 개괄성을 지닐 것.
넷째 감화력, 공감대를 형성할 것.
대하소설 『토지』에 등장하는 ‘용이’라는 인물을 통해 위의 네 가지를 충실히 지킨 박경리 작가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어느 동네나 특히, 작은 마을이나 시골 동네에는 인기인이 한 명씩 있기 마련이다. 잘생기고 일 잘하고 등등. 용이는 그런 사람이다. 모내기하러 바지를 둥둥 걷고 들어가도 흙탕물 하나 튀지 않고 멀끔한 상태로 나오는, 그러면서 일도 제일 빨리 끝내는 그런 사람. 그런 용이와 무당 딸 월선의 사랑 이야기는 토지를 읽지 않은 사람도 명장면 소개 글에서 한 번쯤 봤음 직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손에 꼽을 명장면은 월선의 임종 장면이다.
“임자”
“야”
“가만히”
이불자락을 걷고 여자를 안아 무릎 위에 올린다.(…)
“내 몸이 찹제?”
“아니요.”
“우리 많이 살았다.”
“야”
“니 여한이 없제?”
“야. 없십니다.”
“그라믄 됐다. 나도 여한이 없다.”
암 환자인 월선에게 찬바람 묻혀온 용이의 몸이 차갑지 않을 리 없다. 오로지 서로만 사랑했음에도 오랫동안 맺어지지 못했는데, 그마저도 시한부로 먼저 떠나야 하는 월선이 여한이 없을 리도 없다.
작품에서 이런 장면을 하나만 만들어 내도 그 작품은 가히 명작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도 인간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은 문학이 가진 특권이라고 하니 넷째는 꼭 문학으로 창조하는 아이이길….
『채털리 부인의 사랑』에 나온 “새끼 꿩”이 상징하는 것, 명대 최고 희곡작가인 탕현조의 명문장, 김구가 읽은 『마의상법』 이야기, 일본의 유명한 관상가 미즈노 난보쿠 이야기 등 문학과 인간학에 대한 강의를 듣고 싶으시면 유튜브에서 임헌영의 문학과 인문학 1. 문학과 인간학을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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