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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화 Jan 25. 2024

외모지상주의를 지향한 명작

예쁜 女만 주인공인 드런 세상

 “엄마! 아빠가 엄마한테 ‘대~’ 그거라고 말했어. 내 입으로는 차마 말 못 해.”

 큰딸이 킥킥거리면서 설거지하는 나를 불렀다. TV를 보는 제 아빠 옆에 앉아 사진을 찍었는데 얼굴이 크게 나왔다며 엄마를 닮았으니 어찌하니 하는 딸의 목소리가 부엌에서도 다 들렸다. 그 얘기 끝에 불렀으니 남편의 말은 안 들어도 뻔하다. ‘장군’으로 끝나는 그거. 답을 맞혔다면 당신은 70년대생이거나 그 이전 년도 생.

 아이들에게 외모가 다는 아님을 알려주며 키우려고 노력했지만, 세상사가 다 그렇듯 내 뜻대로 되지만은 않았다.


https://brunch.co.kr/@jhdgin/6



 영화 『트로이(2004)』를 보면 트로이아의 왕자 파리스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가 사랑에 눈멀어 도주한 것으로 그려진다. 파리스가 사랑하는 여인 헬레네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불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실상 파리스는 예쁜 여자에 눈먼 얼간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원작(『일리아드』 『오디세이』)을 제대로 읽고 혹은 영화를 보고 당신만의 판단을 해보시길 권한다.-


(내용이해에 크게 상관없는 대부분은 생략하고 필자가 전하고 싶은 부분만 쓰겠다. 어차피 이 글은 시식이니까)

 파리스는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 중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고르게 된다. 이때 헤라는 권력과 부를 아테나는 전장에서의 명예와 명성을,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아내로 삼게 해주겠다며 자신을 고르라고 한다. 이에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인 헬레나는 이미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였음에도 파리스의 여자가 될 수 있었다.


 헬레네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미녀이기에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왕가마저도 전쟁을 불사하도록 허락할 수 있다지만,-최고의 미녀를 자신의 나라가 보유해야 한다는 견해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 세계관이 그랬다 치고- 여자 때문에 나라까지 팔아먹는 파리스에게 얼간이 정도면 후하게 쳐줬다고 생각한다. 파리스 역을 맡은 배우가 당시 내가 좋아했던 올란도 블룸이었지만, 양보할 수 없었다.     




 사실 영화 『트로이』나 『일리아드』 『오디세이』에서 명장면이라 꼽을 수 있는 것은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찾으러 간 프리아모스 왕과 아킬레우스가 만나는 장면이다.


 이에 대해 궁금하다면 다음 유튜브 강의를 권한다. 명작을 읽지 않아도 명작을 모두 읽은 것처럼 잘난 척할 수 있게 중요한 부분만 쏙쏙 뽑아 요약정리 해주는 강의다. 왕가의 족보는 관심 없다면 빨리 감기 해도 괜찮

임헌영의 문학과 인문학 2.아킬레우스의 분노


 대단한 명장면을 뒤로하고 굳이 세기의 미인이라는 헬레나와 그녀에게 꽂힌 수많은 남자 중 파리스의 이야기를 한 것은 명작에서조차 외모지상주의가 판쳤음에도 요즘 아이들의 외모지상주의를 나무라는 기성세대-나 포함-의 아이러니를 한번 찔러나 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물론 명작에서 전하고자 하는 주제가 외모지상주의는 아니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름다움에 본능적으로 끌리게 마련이고, 이를 아는 명작의 작가들이 주인공을 아름다운 사람, 미남미녀로 설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 외모가 다는 아니지만, 외모를 먼저 보게 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해하고 바라봐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남편이 나를 보고 넙데데하다 놀려도 그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특히, 파리스 같은 얼간 미를 가진 남자의- 본능이므로 이해한다.

 얼굴이 넙데데하다고 글솜씨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고 *갈장군일지라도 그것이 문장력을 떨어뜨리지도 않으니 상관없다.

 그저 남편 옆에 가서 허공에 주먹질만 몇 번 해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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