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손 안의 폴라로이드

두 돌 아이의 어린이날 선물

by 와초 Wacho

어린이날을 기념해 아이에게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선물했다.


’인스탁스 미니 90’.


이미 크리스마스와 3월 생일에 장난감과 책 등 받을만한 선물이란 선물은 다 받았기 때문에, 이번엔 조금 다른 선물을 하고 싶었다.

아이가 즐겁게 가지고 놀되, 단순한 ‘아이용’이 아니라 나와 연결되는 무언가였으면 했다. 그래서 이번 어린이날 선물은 더 오래, 진심으로 고민했다.


오늘 아이의 반응을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던 듯싶다.


예전에 DSLR 카메라로 아이를 찍어주고 싶어 꺼냈었는데, 너무 무거워 아이가 셔터 한번 누르기 어려워했었다.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고가의 카메라를 고장 낼까 봐 조마조마하여 아이 손에서 금세 가져왔었고, 그 뒤로는 아이 앞에서 꺼내지 않았다.

반면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작고 가벼워 아이의 두 손에 쏙 들어왔다.

내가 먼저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기 시범을 보여주었다.


“찌이이이익-”


찍자마자 사진이 바로 현상되어 나오니 아이의 눈이 커지며 작은 탄성을 터져 나왔다. "와아! "


스마트폰 카메라에만 익숙했던 아이는, 뿌연 색으로 천천히 드러나는 실물 사진 앞에서 눈이 동그래졌다. 작은 손으로 사진을 만지작거리며, 세상에 이런 게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제 새끼손톱만 한 뷰파인더를 골똘히 들여다본다. "엄마는 이걸 보고 찍은 거야? "라는 표정.

스마트폰이나 DSLR처럼 피사체가 보이는 디스플레이가 없으니 너무 이상한가 보다.


“여기를 보고 찍는 거야. 이거 눌러봐.”


셔터를 누르는 아이의 손끝에서, 순간들이 쏟아진다.

천장의 조명,

웃고 있는 엄마의 흔들린 얼굴 반쪽,

반은 검게 타고 흔들린 자기 얼굴,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던 아빠의 그림자.


아이가 남긴 순간의 조각들이다.


야속하게 흘러갔던 너와 나의 소중한 시간, 그 가운데 몇 컷은 이렇게 남겠구나.

그마저도 빛에 바래지겠지만 “찰칵”하고 담아낸 그 순간의 기억은 오래오래 선명하기를.


아이의 첫 사진전. 구도도 초점도 엉망이지만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내가 인스탁스 미니 90을 선택한 이유


Instax Mini 90 Neo Classic


이 제품은 2024년 4월 생산이 종료되며 단종됐다. 이제 더 이상 새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는 것.


뒤를 잇는 '인스탁스 미니 99'가 새롭게 출시되었지만,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불편한 점들이 생겼다는 평이다.

대표적인 것은 바로 '셀프 거울'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미니 90에는 셔터 옆에 작은 거울이 있어 셀카를 찍을 때 구도 잡기가 편한데, 99 모델에서는 이 기능이 빠져버렸다.

또 미니99에는 세부 모드는 추가되었을지 몰라도 조작이 더 어려워져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었기에 나는 '편의성'과 '직관성'을 고려하여, 단종된 미니90을 선택했다.

단종 이전 정가보다 훨씬 높은 47만 원이라는 가격에 살짝 흔들렸지만, 큰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웃으며 찍은 첫 셀카 한 장으로 가격에 대한 일말의 망설임은 말끔히 씻겨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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